어린 시절 벌에 쏘여본 경험이 있다면 ‘윙~’하는 소리에도 질겁할 것이다. ‘양봉’을 한다고 하면 인상 좋은 시골 할아버지가 벌통을 들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3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그것도 도시에서 꿀벌과 함께 산다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고, ‘쉬운’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꿀벌 전선에 뛰어든 도시양봉의 선구자가 있다. 찬바람이 불던 지난 12일 아침,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에서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를 만났다. 33살 젊은 나이에 직장도 그만두고 도시양봉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익살스러운 표정의 피에로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등장할 것만 같은 ‘마임’. 모든 연기의 기본이 됨에도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짓만으로 연기하는 마임에 사람들은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던진다. 1987년부터 줄곧 ‘비주류’ 마임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사람이 있다. 지난 5일 저녁 국립극장, 진주에서 막 올라온 마임이스트 고재경을 만났다. 27년간 해온 ‘마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마임은 대상물의 특성이나 성격 등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대로 대상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공연자의 관점이
겉으로는 성(性)에 대해 점차 개방되고 있는 요즘 세대에게 ‘섹스’는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다. 그러나 사회 규범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보수적 사회규범이 불러일으킨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은밀한 ‘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시가 있다. ‘아마도 예술공간’은 ‘Art & Sex #1 Sex + Guilty Pleasure’을 통해 외면적으로는 개방적이나 내면적으로는 부조리에 갇힌 한국의 ‘성 문화’를 향해 도발적 작품을 선보인다. 이름만으로도 색다른 사람들의 개방적 공간, 이태원. 그 길목 한적한 귀퉁이에 ‘아마도 예술공
광주비엔날레관 뒤 펼쳐진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시립미술관이 나타난다. 이곳에선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 그 후’가 열리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세계인의 공유 가치로 전환시키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국가폭력과 저항정신의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고 있는 이곳의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를 만났다.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 그 후’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1995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로 2
1전시실: 광주 비엔날레, 그 파격적인 서막.어두운 입구, 빨갛게 물들어 타고 있는 창문만이 어두운 공간을 비추고 있다. 잭 골드스타인의 ‘불타는 창문’이 ‘터전을 불태우라’의 시작을 알린다. 붉게 일렁이는 창문에서 불타는 화염이 연상돼 어느새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어디선가 우렁찬 행진곡 소리가 들려오고 벽 사이로 번쩍이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방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있는 이 전시물은 에드워드 키엔홀츠와 낸시 레딘의 ‘오지만디아스 퍼레이드’로 국가폭력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를 담았다. 하얀 말에 거꾸로 매달려 전진을 외치는
지난달 25일 취재차 광주에 다녀왔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 함께 여행을 즐기던 나로서, 광주에 간다는 것은 상당히 설레는 일이었다. KTX로 경부선을 타면 대전은 58분, 부산은 2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 서울에서 부산보다 가까운 광주는 당연히 2시간이면 갈 줄 알았다. 웬걸 광주까지 호남선은 3시간40분이 걸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속버스로도 3시간40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똑같은 KTX로 달리는데 왜 경부선과 호남선에는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전라도를 대표하는 ‘예향’이자 ‘의향’인 광주 가는 길이 왜이렇게 힘든지 의문이 들었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8월 초, 5명의 기자는 한강 난지캠핑장으로 떠났다. 캠핑이 처음인 우리의 목표는 저렴한 캠핑.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이기에 저렴하면서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캠핑을 준비했다. 지난달 12일부터 1박2일간 초보들이 떠난 좌충우돌 캠핑체험기를 소개한다.AM 10:00 혜화역에서 대장정의 서막을 알리다텐트를 짊어지고 가방에 짐을 가득 담아 혜화역에 모였다. 냄비부터 시작해 △모기향 △보드게임 △버물리 등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획에 없던 물건들도 잔뜩 가져왔다. 들뜬 기분으로 지
과학과 기술. 예술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이 있다. ‘트로이카’는 그래픽, 사진, 엔지니어링 등 서로 다른 전공의 세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조율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자연과 일상의 사소함에서 받은 영감을 기계장치를 통해 구현해 낸다. 수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현실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면서도 틀에 박힌 산물보다는 우연한 결과에 초점을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북적이는 광화문로를 지나 한적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000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미대를 졸업할 당시는 실험적 작품이 주목받지 못하던 시기였다.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안전한 그림이 소위 ‘잘 팔리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만 했다. 이러한 현실에 한계를 느꼈고, 기업과 미술관이 협업한 예술 프로그램에 발을 디뎠다. 바로 창신동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쳐 주는 ‘예술 더하기’ 프로그램이다. 예술 교육을 하면서 지역의 고민을 만났다. 그러나 가르쳐주고 집에 가는 정도에선 ‘카더라 통신’ 이상이 될
삶에 만족을 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행, 알코올, 독서, 운동, 연애 등 많은 것이 있겠지요. 그러나 진정한 만족이라는 것은 주체적인 행동에서 오는 만족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역시 주체적인 행동이 주는 만족감을 보여주지요. 소설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선택은 현재 ‘내 삶은 만족스러운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소설 속 여주인공 ‘유디트’는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이 요동치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 ‘평온함’과 ‘만족’이 무엇인지
‘공명’의 출발은 20여 년 전 국악과 복학생들의 창작 음악 정기 연주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 명의 친구들이 연주한 곡 이름이 공명이었고, 여기서 국악 전공생 타악 그룹 공명이 탄생했다. 전통악기에 서양 악기를 같이 연주하면서 ‘퓨전 국악그룹’으로 불렸고, 월드뮤직이라는 장르가 나타나면서 현재는 ‘월드뮤직 그룹 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의 모든 음악의 기저에는 자연스럽게 국악이 스며들어 있다. 1집 주제곡인 ‘통해야’ 에서는 태평소와 가야금, 소금의 선율이 기타와 드럼의 리듬과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 보면 ‘성형외과’라는 빨간색 간판이 붙어있는 어두운 공간이 나타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그곳이 전위예술가 김구림의 ‘사라진 아름다움’이 전시되고 있는 ‘플레이스 막’이다.더운 날씨와 다르게 차갑고 음산한 공기가 감싼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이 생긴 눈, 코, 입, 귀가 포장돼 열 맞춰 진열장에 놓여있다. 도톰한 입술, 오뚝한 코와 쌍꺼풀 진 큰 눈은 8등신 서양미인의 그것을 보는 것 같다. 옆에는 방금 수술을 마친 듯 수술도구가 널려 있고, 닫혀있는 수술 통을 열면 진열장에서 봤던 눈 코 입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