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술 공방과 이색 맛집이 즐비한 연남동 골목에 접어들면, 금방이라도 동화책에서 튀어나올 법한 책방 ‘피노키오’가 보인다. 수백 권의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 앞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손님들의 모습. 알록달록한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방 지기 ‘피노(본명 이희송)’ 아저씨, 그와 함께 ‘그래픽 노블’ 여행을 떠나봤다. 즐비한 대형서점에 가려 동네서점이 사라져 가는 요즘, 책방 ‘피노키오’는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디서점’이다. ‘인디’라는 말에 걸맞게 출판사가 아닌 개인이 제작한 독립출판물, 그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대학 졸업을 앞둔 청춘들의 공허한 마음을 노래한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가사인데요.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동명의 영화 역시 청춘 세대의 불안, 이로 인한 방황과 일탈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졸업’은 주인공 벤자민이 일류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LA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유한 가정과 화려한 스펙. 희망찬 새 출
일상에 치이고 주위 모든 것들에 지치는 순간이 있다. 외로움을 느껴 함께이길 갈망하면서도 옆자리의 누군가가 부담스러운 그런 날 찾게 되는 곳. 왁자지껄한 대명거리를 지나 우리 학교 정문을 향해 난 작은 골목을 걷다 보면 오묘한 빛을 풍기는 가게가 있다. 바로 ‘인생의 단맛’이다. 지난 3일 새벽 1시, 형형색색의 맛을 선보이는 하덕현(37)씨를 만났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단맛’은 텁텁한 삶에 단맛 한 모금을 채우기 위한 이들로 북적였다. 자리에 앉자 곧 온갖 특이한 칵테일 이름으로 가득 찬 메뉴판이 도착했다. ‘엔조
하루에도 몇 차례씩 대자보가 붙었다 떼이길 반복했던 어수선한 80년대 중반. 학원자율화 국면과 함께 민주화와 학생 운동을 향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학내에서는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사회 현실에 고뇌하는 교수들의 고민이 가득했다. 살아난 목소리, 꿈틀거리는 펜 끝성대신문 역시 대학 사회를 가득 채운 민주화의 물결과 사회 변혁에 관련된 사안을 주로 다뤘다. 김규성(유학 88) 동인은 “그간 신문에 실릴 수 없었던 담론을 논하는 것에 대해 학교 측에서도 포용하는 개방적인 분위기였어. 노동자의 권익이나
도시락 카페와 기름 떡볶이로 유명한 통인시장이 위치한 자하문로. 좁다란 골목 안을 비집고 들어서자 진녹색 페인트에 낡은 철제 대문의 한옥 한 채가 보인다. 이 낡은 한옥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작년 11월 통인동의 한옥에 문을 연 전시 공간 ‘시청각’을 찾았다.처마 아래 매달려 있는 백열전구와 빛바랜 계량기, 문을 괴고 있는 적색 벽돌에 의아해 하고 있을 무렵, 전시장 내부에서 편한 복장의 현시원 큐레이터가 기자를 맞았다. ‘시청각’은 현 큐레이터와 막역한 친구인 안인용 에디터가 함께 기존 형식을 벗어난 문화적
낙산 공원 너머, 서울 성곽 귀퉁이에 자리 잡은 종로구 창신동. 원단을 담은 비닐 포대를 싣고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비탈진 언덕길을 넘나든다.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박는 소리만이 쉼 없이 울려 퍼지는 거리엔 간판 하나 달리지 않은 무채색의 봉제 공장이 줄지어 있다. 그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아늑한 건물 하나. 바로 대안적 생산을 위한 문화예술 플랫폼, 창신동 ‘000간’이다. 비어있는 봉제마을 창신동을 예술로 덧칠하며 재생의 손길을 건네는 000간을 찾았다.삭막한 모습의 창신동은 불과 이십여 년 전만 해도 동대문 의류단지의 호
여러 가지 농작업기를 연결해 동력을 공급하며, 주행 또는 정지 상태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농업기계. ‘트랙터’의 사전적 정의다. 바로 여기, 방방곡곡을 다니며 젊음의 동력을 공급하는 인간 트랙터 ‘강기태’가 있다.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꿈’을 선택한 뜨거운 하동 남자. 트랙터 한 대로 전국 일주를 하고, 터키와 중국 횡단을 넘어 브라질 여행을 앞두고 있는 그. 열정, 도전, 온정의 힘찬 바퀴를 굴리며 그가 전하는 시속 30km의 나눔에 대해 들어봤다. ‘트랙터 청년 강기태’의 대학생활은 어땠나.대학 진학부터 내가 원하던
“당신은 매우 젊고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기에 저는 최대한 강하게 당신에게 간청하는 바입니다. 부디 당신의 마음에서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을 인내하고 질문들 그 자체를 마치 걸어 잠근 방들처럼, 마치 완전히 외국어로 저술된 책처럼 사랑하려 노력하십시오.” 시인으로서의 길을 고민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전하는 독일의 시인 릴케의 조언이다. 20대라는 젊은 나이, 문인의 길을 걷는 것은 타들어 가는 담배꽁초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는 집필 활동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와 소
무대에서 객석으로 울려 퍼지는 느리고 익숙한 가야금 선율. 그 안의 한국적 정서가 서서히 객석으로 스며든다. 바로 ‘퓨전국악’의 형식 안에 ‘한국인의 서정’을 담은 음악 그룹 ‘공명’의 콘서트 ‘통해야’다. 백발의 외국 노인은 맑고 신비한 가야금 선율에 귀를 기울인다. 빠름과 느림을 반복하는 이 곡은 ‘달의 여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달아달아’라는 전래동요를 25현 가야금으로 편곡해 재구성한 곡이다. 청아한 울림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자 도착한 곳은 대자연의 한 복판. 맑고도 은근한 우리 고유의 정서에 취할 무렵 어렸을 적
그녀는 대학생활 전체를 배재대 학보사에서 보냈다. 사회부 정기자를 거쳐 편집국장이 됐을 때, 학교는 일방적으로 종이신문을 전자신문으로 바꿨다. 괜한 죄책감에 퇴임 후 인력 부족을 겪던 신문사에 부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졸업 후 1년은 신문사 간사로 보냈다. 그리고 지금, 저널리즘 공부를 위해 우리 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 입학했다. ‘신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청춘을 보낸 오정인(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1기·사진) 원우를 만나봤다. 편집국장, 부장, 그리고 간사까지. ‘신문사 지박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질긴 인연에 대해 듣고 싶
지난 23일, 자과캠 체육관에서 열린 ‘2014 삼성화재배 전국대학배구리그’에서 우리 학교 배구부(감독 김상우)가 명지대를 꺾고 3연승을 기록했다. 올해 첫 홈경기, 안방의 기운과 함께 새로 생긴 서포터즈의 함성을 받아서일까. 66분간 진행된 경기는 세트 스코어 3-0(25-15, 25-23, 25-19), 우리 학교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다. 우리 학교는 1세트부터 압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어 갔다. 세터 노재욱의 큰 키를 이용한 블로킹, 리베로 오재성의 안정된 수비로 명지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점수 차를 벌려 갔다. 반면 명지대는 우리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두 주인공 토마시와 테레자 역시 서로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존재감의 변화를 겪게 됩니다. 외과의사 토마시는 깃털같이 가벼운 삶을 영위합니다. 그는 모든 정치적, 사상적 신념 따위를 멀리할 뿐 아니라, ‘섹스는 하되 동침은 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에로틱한 불문율을 세워 사랑이란 단어를 철저히 배제시키지요. 사랑은 가벼움의 상징인 토마시가 끌어안기엔 한없이 무겁고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한편 시골 술집의 종업원 테레자는 신분 상승의 욕구를 가진 인물로 ‘운명’의 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