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들에 / 할 일도 많은데 / 공부시간이라고 / 일도 놓고 / 허둥지둥 왔는데 / 시를 쓰라 하네 / 시가 뭐고 / 나는 시금치씨 / 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시가 뭐고」,『시가 뭐고』). 지난해 겨울, 한글을 막 뗀 경상북도 칠곡군 ‘할매’들이 시집을 냈다. 시집에는 나날의 노동에 대한 태도, 먼저 간 영감과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한글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 등이 할머니들의 방언 섞인 꾸밈없는 언어로 표현돼 있다. 시집을 읽는 내내 소박한 그네들의 삶과 솔직함에 미소 짓게 된다. 시집을 덮고 나면 문학이 그리 거창한 것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비극적 사건들의 피해자는 공통적으로 영유아·여성·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도 아닌 문명화된 국가에서 이런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는 것은 분명 비극이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얘기다.애덤 모턴이라는 철학자는 잔혹함에 대하여라는 책을 통해, 악인과 보통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아니며 대부분의 악은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논증한다. 그는 악의 개념을 정립하는
우리 학교를 포함해 전국의 많은 대학이 봄 학기를 맞아 ‘대동제’라는 이름을 걸고 축제를 준비한다. 본래 대동제는 80년대 중반 부산 지역대학들을 중심으로 도입된 새로운 형식의 축제였다. 학생들은 사회현실에 대한 고뇌가 담긴 노래와 시를 발표하고 마당극 놀이를 했다. 소비문화 중심적인 대학 축제를 좀 더 의미 있게 바꿔보자는 자성에서 시작된 대동제는 학원 자율화와 민주화의 열망을 담고 있었다. 90년대 이후 이념대립이 줄어들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대동제는 탈정치적으로 변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회가 대학
“인공지능 시대에는 무노동 계급이 탄생할 것입니다. 이 계급에 속한 수많은 사람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인류 최대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발 하라리 교수의 강연에 참석했다. 하라리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인 그는 이 저서를 통해 여섯 개의 인간종 중 하나에 불과했던 사피엔스가 어떻게 다른 인간종을 누르고 세계의 지배자가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이날 강연에는 진화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토론자로 배석했다. 최 교수는 하라리 교수가 언급한 ‘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프란츠 파농은 2차 대전 이후 알제리의 참혹한 현실을 목도한다. 당시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알제리엔 인종차별과 폭력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알제리인의 폭력 행위는 프랑스인을 향하기보다는 같은 알제리 민중을 향했다. 원주민 중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을 골라 충동적으로 살해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빈번했다. 파농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수평 폭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수평 폭력은 자신을 억압하는 근원이 아닌 자신과 비슷하거나 나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대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우리 사회에서도
마틴 루터가 살았던 16세기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는 극심했다. 루터는 가톨릭교회를 반박하는 '95개의 논제'를 내건다. 성서를 읽었고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루터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진실과 세상의 괴리가 너무 크고 고통스러워 그는 긴 밤을 지새웠다.루터는 보름스 국회의 소환에 응한다. 주장을 철회하라는 국회의 요구를 거절하고 그는 이렇게 말한다.“나의 양심은 신의 말에 사로잡혀 있다. 왜냐하면 나는 교황도 공의회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교황이나 공의회는 자주 잘못을 저질렀고, 서로 모순된 것이
바둑은 인류사 5000년을 겪으며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놀이다. 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의 괘선이 교차하면서 361개의 착점을 이루고 있다. 첫수를 주고받는 경우의 수만 대략 13만 가지, 전체 경우의 수는 10의 360승에 달한다. 관측가능한 우주의 전체 원자 개수보다 많다.바둑은 계산이 아닌 직관의 영역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젖히고’, ‘갈라치고’, ‘넘긴다’. 바둑의 수는 엷음과 두터움의 이치로 환원된다. 이런 이치를 깨달은 자는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라고 밖에 딱히 표현할 길이 없다. 바둑에서 9단은 ‘입신(入
지난 학기 기말고사 기간 학우들의 SNS는 양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 전 자과캠 총학생회장 등의 성명문으로 뒤덮였다. 각자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상황 속에서 학우들은 혼란스러웠다. S-Wing 선본(이하 스윙)은 중선관위와 선거 시행세칙을 둘러싸고 유권해석 논쟁을 벌였다. 여기에 전 자과캠 총학생회장이 전 자과캠 부총학생회장과 Askk U 선본의 자과캠 정후보 그리고 당시 자과캠 중선관위장의 야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선거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학우들은 ‘머드축제가 열렸다’
입학식. 봄. 새내기. 시작. 형용사나 부사가 없이도 오롯이 빛나는, 설렘과 희망이 담뿍 담긴 단어들이다. 12년 혹은 그 이상의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과한 새내기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나는 보통의 입학식 연사들처럼 높은 지위에 있거나 막대한 부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단지 여러분보다 조금 일찍 대학에 왔을 뿐이다. 선배의 입장에서 여러분께 들려줄 얘기는 애석하게도 어두운 얘기뿐이다. 며칠 전 EBS에서 방영된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봤다. 다큐는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이혜정 연구소장의 특별한 연
지난 19일, 서울의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불광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마치 대학캠퍼스 같았다. 건물들 사이로 너른 잔디밭과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흙탕물이 고인 웅덩이와 은행 열매를 요령 있게 피하며 걷다 보면 하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오래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청년들의 해볼 만한 공간’ 청년청이다.청년청은 서울혁신파크 22동 건물에 있다. 이 건물은 서울혁신파크 종합계획에 따라 2017년 2월 철거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때까지 놀리는 공간을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01
아마추어 리그를 통해 대학스포츠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는 농구, 축구 등 구기 종목 위주로 운동 동아리를 위한 리그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대학 농구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농구동아리 U 리그’를 개최했다. 올해에는 전국 57개 대학 74개 대학농구동아리에서 1,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수도권대학의 38개 농구동아리가 참가한 지난 대회에 비해, 규모가 전국단위로 확장됐고 여자부도 신설됐다.이번 대회에는 우리 학교 농구동아리인 ‘농성회’와 ‘프렌즈’가 참가했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국제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차이에서 찾는다. 서강대 정용철(체육교육) 교수는 “비슷한 사례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호회 수준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엘리트 선수들을 적극 참가시켰다. 정 교수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는 1위를 목표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은 대학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운영되게 했다. 하지만 엘리트 중심의 대학스포츠는 이제 대중의 관심을 잃었고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