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신문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학내 문제들로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무수한 충돌 속에서 대학언론은 어떠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는 아직도 고민이 많지만, 언론과 마찬가지로 대학언론도 ‘눈치 없이’ 행동해야 한다는 가치관만큼은 갖게 됐다.흔히 언론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표현된다. 한 번 보도가 되면 걷잡을 수 없기에 오보가 나도 정정하기는 쉽지 않다. 즉 보도하는 행위 자체가 언론의 역할이면서도 권력이 된다. 이 때문에 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제4의 권력이라는 언론이 정치권력과 유착한다면 정치권에 대한 파급
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대학생 시위에 취재차 참여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뺨이 얼얼해지는 날씨에,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 사람들은 모인 지 한 시간쯤 후에 도로를 걸으며 행진하기 시작했다. 학보사 생활을 하면서 시위 취재에 나간 것은 여러 번이었지만, 이번 시위에 참여하면서는 꽤 놀랐다. 시위 때 도로로 행진하는 것은 경찰의 협조하에 이뤄지는 것이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교통이 통제된다는 불편함에 버스와 자가용을 타고 있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겉으
촛불은 꺼질 줄을 모른다. 꺼지려고 해도 꺼질 수 없는 밤이다. 학내신문이라고는 해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 현 시국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생들이 학외에서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취재하러 가기도 했지만, 우리 안의 목소리는 어떠한가도 들어보고 싶었다. 발간일은 정해져 있기에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객관식으로 구성한 설문지라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응답자를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현 상황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적을 수 있도록 질문지를 구상한 이상 응답자는 더 적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은 과방, 학생회, 학회, 동아리
최근 비선 실세로 추정되는 최순실 씨 국정개입 파문에 대해 이를 규탄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제기됐다. 의견 개진에는 우리 학교 △교수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학우 등의 다양한 학내구성원들이 참여했다.지난달 27일 오전 9시에는 우리 학교 32명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참여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청와대 비서진의 총사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어 같은 날 오전 11시에는 인사캠 총학생회(이하 총학) S-Wing(회장 조성해·정외 08, 부회장 임루시아·경영 12)가 중앙운영위원회(이
누군가 기자는 펜으로 싸우는 직업이라 했다. 기자라는 직군을 묘사할 때 ‘싸운다’는 다소 격한 표현이 사용되는 건 그들의 치열한 삶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기자 그 스스로 싸운다고 말할 수 없을 때의 무력감은 치열함을 무색하게 한다. 어떤 이들은 그 무력함을 가장 치열해야할 시기에 느꼈다. 언론보도를 통해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시작되며 ‘언론이 언론다운 일을 했다’며 찬사를 받는 한편, 일부 기자들은 의혹에 대한 취재 건의를 거부한 보도본부를 비판하며 농성을 벌였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보도본부장은 자사 기자들이
지난 3일, 노벨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고 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인 수상자가 없는 것에 대해 보도되곤 하지만, 올해는 노벨상이 유독 화두가 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올해 첫 번째로 발표된 노벨상 수상자가 일본 도쿄공대 명예교수로,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일본은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조된 여파다. 보도된 많은 뉴스는 일본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현재까지 총 22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 비교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국내 학문 풍토에 대한 자성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같은 학교 행사가 끝나고 학부모들이 준비한 간식을 선생님, 친구들과 나누어 먹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한 번쯤은 이와 비슷한 기억이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이러한 풍경을 학창시절 내내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과 함께 간식을 드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근 몇 개월간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와 이제는 친숙해진 그 이름, ‘김영란’법이 드디어 시행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학교에도 적용되어 교사는 학
평가받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이다. 개인의 일생을 돌아볼 때 ‘평가에서 자유로운’ 시기는 몇 년이나 될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글을 떼는 순간부터 직장에 입사해 끊임없이 경쟁력을 확인받아야 하는 시기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평가는 이어진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맞춰 자신을 정비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도 익숙한 일이 됐다. 평가를 받는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대학 또한 평가의 잣대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계획이 재작년에 발표되고 작년에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학들은 일괄적인 첫 ‘공식 성적표’를 받았다. 지
또다시 개강이 왔다. 방학 말미에는 개강이 싫다는 볼멘소리를 하게 되면서도 개강 후의 캠퍼스를 걸어 다닐 때면 활기찬 분위기가 몸을 감싼다. 새 식구를 맞으려는 학내 단체들이 건물 앞에서 힘찬 목소리로 홍보를 하고 있을 때면 새내기도 아닌데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이라는 단어는 설렘과 함께 온다. 시작의 설렘을 안은 건 비단 혼자만이 아닌가 보다. 학기 초마다 수습 기자 모집을 할 때면 각자 나름의 희망 사항을 가지고 지원한 이들의 설렘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기대했던 바를 신문사 안에서 실현할 수 있을지
젠더혁신, 이전의 과학기술을 돌아볼 때과학기술은 합리적이며 젠더중립적인 분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과학 △기술 △의학 관련 분야의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젠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5년 론다 슈빙어 스탠퍼드대 석좌교수가 만든 용어인 ‘젠더혁신’은 바로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다. 젠더혁신이란 성·젠더 분석을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젠더혁신이 등장하게 된 것은 연구 과정에서 젠더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제품
지난 1일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원장 마인섭정외) 인문한국연구소 교양강좌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와 함께하는 동아시아사 산책’이 열렸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2년부터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동아시아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번 강연은 한국사와 동아시아 역사를 연구해온 미야지마 교수의 연구동기와 내용 설명을 취지로 기획되었다. 강연은 총 6강으로 구성되며 지난 1일을 시작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지난 1일에는 경영관 33504호에서 ‘양안과의 만남과
현재 맡은 업무를 소개한다면.고객이 원하는 품질이 잘 구현된 양품이 생산되고 있는지 공정라인을 검사·관리하고 있다. 일종의 악역이라고 볼 수도 있다. 공정라인에 근무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양품으로 간주해도 될 것 같은 제품도 우리로서는 다시 제조하라고 지시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라인과 끊임없이 소통해야하는 업무이다.재직 중인 회사에 입사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전공이 고분자시스템공학과로, 재학 당시 고분자 재료에 대해 공부했다. 그 중 ‘리퀴드크리스탈’ 이라는 물질이 고체도 액체도 아니라는 점에 흥미를 느
프로파일링, 그것이 알고싶다범죄자 프로파일링은 범죄현장 및 범행수법을 분석하여 범죄자를 추정하는 수사기법으로, 1970년대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본격적으로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프로파일링의 목적은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해 진범을 식별하고, 수사기관이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데 있다. 따라서 프로파일러는 사건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하고 용의자의 특성을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이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사소해 보이는 증거라도 사건으로부터 알아낼 수 있는
#1. '김윤정 유괴사건'범인 윤수아 프로파일링 열두 살 해영은 비가 오는 날에 자신의 친구가 납치범에 의해 유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범인이 남자일 것으로 추측했던 경찰과 달리 해영이 목격한 범인은 여성.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당시 경찰은 해영의 말을 무시한다. ①15년 후 경찰이 된 해영이 직접 프로파일링을 함으로써 범인을 추론한다. 검은 우산에 가려져 범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운동장의 정글짐 3층이 어깨까지 온 것으로 보아 키는 165cm 전후다. 수수해 보이지만 고가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고, 가방
‘지구상에 살았던 육식공룡 중 가장 포악한 포식자’, ‘생태계의 폭군이자 지존’. 모두 티라노사우루스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의 모습은 별명에 걸맞게 매섭다. 상상 속 티라노사우루스는 매끈한 등허리에 날카로운 발톱,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긴 꼬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가 도마뱀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에 발표된 우리 학교 신소재공학부(학부장 양철웅) 원병묵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파충류보다 조류에 가깝다.
사람을 통해 만나는 학문은 참 매력적이다. 학구적이지도 성실하지도 않기에 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좀처럼 책을 펴보지 않는 학생이었지만, 누군가를 취재하러 갈 때는 달랐다. 누군가의 말을 통해 듣는 학문은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몇 마디의 말 속에 담긴 활자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을 두드렸다. 만나는 이들의 말주변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어떤 이가 정의하는 학문에는 그 사람의 향기가 배어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이 공부한 바를 요약해 말해준 한 마디에는 그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수년, 수십 년의 노력이 배어있었다.
한 달여의 트레이닝을 마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나는 신문사라는 공간이 더 두렵고, 신문사에서 보낼 날들이 더 부담스러워졌다. 트레이닝을 처음 시작했던 무렵에는 트레이닝을 마칠 즈음이면 기사를 쓰는 것이 수월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신문사에서 일하는 게 힘들다고 하는 이유는 기사를 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 기사를 쓰는 데 능숙해지면 신문사 생활도 편해질 것이라고 짐작했다. 트레이닝을 마친 지금, 기사를 쓰는 것이 수월해진 건 맞다. 그러나 신문사 생활은 더 힘들게 느껴지고, 그래서 다가올 날들이 부담스럽다.부담을 느
15년 전 12월 4일, 총학생회 선거 개표 완료 후 제33대 총학생회로 당선된 '성대사랑' 선본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00년인 당시 처음으로 비운동권 총학이 당선됐다.
성대신문을 처음 읽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성대신문 가판대가 있다. 심심할 때 읽으려고 새로운 호가 나올 때마다 한 부씩 가져갔다. 집에서 시간 날 때 읽곤 했는데, 신문을 통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이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알 수 있어 좋더라.성대신문을 읽으면서 좋았다고 생각한 기사는 무엇인지.매 학기 말에 한 학기동안 학생자치기구가 했던 활동을 보여주지 않나. 한 번에 정리된 항목들을 볼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응답하라 2000’ 코너도 좋아한다. 학교의 현재 모습과 옛 모습을 비교해볼 수
독립잡지 『더 멀리』는 시인 세 명의 손끝에서 시작됐다. ‘옷장은 어디로 갈까?’, ‘양탄자와 오리배’, ‘명왕성으로 가는 문’ 등 꼭지의 이름만 보면 마치 한 편의 동화책 같은 이 잡지는 문학과 비문학, 등단과 비등단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투고 받은 각양각색의 글들은 서로 모여 맛깔스러운 잡지 한 편을 완성한다. 『더 멀리』의 깊이를 더하는 이들, 편집진인 김현 시인과 박시하 시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성은, 김현, 박시하 시인 세 명이 모여 『더 멀리』를 창간한 계기가 무엇인가요.김현(이하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