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이면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연말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구세군 자선냄비로 모금을 실천하는 이들, 주변 지인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얼굴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부모 사기 혐의가 불거진 연예계 보도에서만큼은 연말의 훈훈함은 실종됐다. 한 래퍼는 연예계 퇴출이 기정사실화되고 또 다른 가수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언급해야 했다.연예인마다 대응 방식과 여론의 태도는 달랐으나 이들 가족을 상대로 폭로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채무를 청산하고자 하는 ‘을’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대학로 한 카페 화장실은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화장실 칸막이는 단 두 개인데 하나는 여자 전용, 하나는 남녀공용이다. ‘카페에 여자 손님이 많아서 그렇겠지’라는 결론을 짓고 볼일을 봤으나 생경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심코 지나갔겠지만 이제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가 그렇다. 그렇다. 젠더 프레임의 덫에 깊숙이 빠져 있는 꼴이다.젠더대립의 시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수업에서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 시대의 종언은 최소한 당신들이 부모세대가 된 이후에나 기대해볼 만하다”며 씁쓸해했다. 아직 그것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2주 뒤에 막을 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에서 구민자의 은 날짜변경선이 지나는 피지 타베우니에서의 체험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피지로 떠난 작가와 그 지인이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자리를 바꿔 24시간을 보내는 퍼포먼스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이해했을 테다. 흥미롭게도 이곳에서는 하루를 다시 보낼 수도, 하루를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영상에서 작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연하고도 이상하게 그냥 정해져 버린 장소”라 명명한다.근대적 시간 개념을 정립한
화려하게 부활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중 신작 ‘아워 바디’에 이상스레 자꾸 눈길이 간다. 주인공 자영은 행정고시를 오랜 기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 지쳐버린 인물이다. 그녀가 조깅을 통해 건강한 육체미를 가꾸는 현주를 알아가게 되고 함께 달리기하면서 생명력을 회복한다는 시놉시스는 청년세대가 퍽 공감할 서사로 읽힌다.건강한 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성실한 이들은 신체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음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증명한다. 다만 대학생들이 불규칙적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 때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지난 2일 마무리됐다. 하지만 병역 혜택 논란이 점화되면서 대회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했다. 이토록 뜨거운 문제였나 싶을 정도다. 언론은 부채질했다. 여론은 요동쳤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역 혜택을 따내는데 모두들 관심 있었다.흥미롭게도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와 축구대표팀에 대한 여론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야구 대표팀은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이 대회 기간 내내 지속됐다. 이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여론은 “사실상 병역회피자나 다를 바 없다”며 병역‘특혜’에
연하게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성대 신문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힘든 단체라고 들었지만, 일반 대외활동처럼 기자에 대한 체험이 아닌 학교 기자로 매주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주 1회 발간이지만,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기자로 힘든 부분을 직접 느끼는 것은 내가 직업을 선택하는데 큰 결정을 끼칠 것이다.한 학기 동안 수습 기간을 마치고 준정기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취재하면서 학기 중에 나갈 기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번 주 월요일 처음으로 취재를 나갔다. 성대 신문과 관리팀이 관계가 좋지 못하지만, 관
글 쓰다보면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밤하늘의 별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다른 별들도 하나 둘씩 떠오르듯이 생각, 감정, 기억이 글을 통해 나타난다. 처음 신문사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는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 거창한 사회발전이나 학교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글을 쓰며 많은 생각을 하고 싶었다.하지만 내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기사는 나를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안 된다. 독자가 원하는 것을 써야하고, 신문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우리 성대신문사에서는 편집회의를 통해 기사에서 ‘나’를 분리한
어제 가위에 눌렸다. 나는 피곤하면 종종 가위에 눌리는데 어제 많이 피곤했나보다. 방중일정 일주일차에 들어섰는데 벌써 피곤하다니! 신문사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활동이 될 것 같다. 문득 정기자 이상까지 잘 마무리하여 먼저 떠나간 선배들이 대단해보인다. 취재를 하는 일, 기획문건을 쓰는 일, 피드백을 받는 일, 컨택을 하는 일, 행정적인 일을 하는 일 등 무엇인가 계속 쏟아진다.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학교 졸업 후의 일도 생각해 봐야하고 요즘 이런 일들 때문에 뇌가 쪼글쪼글해졌나보다. 사랑니를 뺀 지 삼일밖에 되지 않아 피(?)
신문사에 들어오며, 기대됐지만 걱정이었던 건 ‘바쁨’이었다. 하고 싶던 일에 파묻힐 수 있어 두근거렸지만, 그 두근거림은 ‘그에 숨이 막힐까’하는 두려움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며, 밀려오는 트레이닝 과제가 때로는 코밑까지 차올랐었다. 그래도 열심히 발길질하며 다시 떠올랐다. 그와 함께, 대여섯 시간은 기본인 회의들과 빽빽한 방중일정 덕분인지 바쁨은 익숙함으로 변했다.매주 월요일, 문자 그대로 종잇장처럼 가벼운 성대신문이 학교 곳곳에 놓인다. 누가 봐도 뽀송뽀송한 새 신문지다. 하지만 준정기자를 앞둔 내겐, 땀에 축축하게
어느새 개강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신문사 활동을 시작한 지는 한 달이 다 되간다.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며 적지 않은 고민이 하나 둘 생긴다.우선 생활할수록 책임감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처음에는 그저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맘에 들어왔지만 더 많은 것을 책임져야하는 자리에 들어온 것을 깨닫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관심이 있어 시작한 일이기에 그만두기보다는 잘 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문사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강인함을 키울 필요가
짧고도 길었던 트레이닝 시기가 끝이 났다. 추가 수습으로 들어와서 트레이닝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그만큼 일정이 타이트하기도 했다. 때로는 내 일정과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트레이닝 과제를 하느라 새벽 늦게 잠이 든 적도 있다. 그랬던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고 나니 어느새 방학이 반절이나 지나있었고 8월 중순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트레이닝이 아니라 매 순간이 실전이다.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겠다는 뻔한 ‘클리셰’는 반복하지 않겠다. 누구나 다 좋은 기자가 되고 싶어서 지원했을 것이고, 내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기자 모습은 첫 번째 트레이
‘성균관대학교 공식 언론사 성대신문’의 글 중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팩트체크 없이 내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글이 수습일기가 아닐까. 내가 주인공이자 작가가 되는 순간이다. 그러기에 수습일기만큼은 화려하고 깔끔한 글보다는 거칠고 투박한 글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사실 글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이런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생각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문자와 글의 시작점이었을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 추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글을 썼을 것이다. 그림 같은 문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