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돌아보세요
성대신문에서 보낸 1년 남짓을 되돌아보면 나에게 남은 세 가지의 소중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성대신문 취재기자로서 한 개의 기사만을 남겨둔 시점, 내가 가둬져 있던 알을 깨고 나올 수 있게 해준 것들에 대한 회고를 취재 후기로써 담아내고 싶다.처음으로 기회에 대한 감사다. 나는 욕심 많은 게으름뱅이다. 나는 관심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생각하는 속도나 일을 처리하는 속도는 남들보다 한 발짝 느리다. 그래서 첫 기사 발간 과정부터 삐걱거리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부서 회의 문건을 늦게 내고, 회의에 지각하고, 인터뷰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들 기고를 준비하며 저 이전에 기고해 주신 회장분들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다들 너무 멋있고 깔끔한 글이어서 어떤 글을 적어야 할지 고민만 한참을 한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회장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 멋있는 회장의 글은 저에게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회장이 되기 전 가지고 있던 생각, 회장이 된 후 깨달은 여러 가지 생각 정도를 적어보려 합니다.회장이 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회장”에 대한 생각… 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회
“너, 내 동료가 돼라.” 인기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대사이자, 이를 오마주한 어떤 걸그룹의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화자는 청자에게 왜 동료가 되어 달라고 했을까? 동료에게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국어사전에서 동료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같은 직장이나 같은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고,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잡다한 세상의 정보를 모아두고 있는 나무위키에 의하면 동료는, 친구와 비슷한 뜻이지만 같은 팀에 소속되어 함께 일하는 사람, 친밀감보다는 같이 행동하는 인물이라는 뜻을 부각시킨 표현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나요? 아마 당신께 쓰는 마지막 편지가 이 편지가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이름을 떠올릴 용기도, 당신께 말을 걸 의지도 생기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고자 마무리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재작년이었죠,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처음 발견했던 순간, 나는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조용하다 못해 참담했던 우리 과에서 나는 언제나 외향성을 지향하는 극소수중 하나였고, 당신 역시 그것에 응해줄 수 있는 극소수중 하나였죠. 난 처음부터 당
건축가인 필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은 무엇인가요?” 개별 건물이라면, 문묘나 비원이 중요하겠지만 우리의 삶을 의탁해야 하는 도시 차원에서 생각하면,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은 바둑판 모양의 길(어반 그리드, 이하 UG)과 그 길이 만드는 정사각형 땅(어반 블록, 이하 UB)의 관계다. 미국의 UG는 어떻게 시작해서 진화했을까? 미국 도시 대부분은 19세기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유럽보다 UG 기원을 옛 지도에서 찾기 쉽다. 독립 당시, 미국 도시는 해로와 운하를 통해 무역했기 때문에 UG는 해변이
외국어·외래어로 표기된 간판이 즐비한 거리, 외국어·외래어만 쓰여 있는 차림표와 안내판. 물리적인 제약이 없는 곳에서까지. 너무나 익숙한 일상 속 풍경입니다. 우리는 어느새 우리말이 없는 세상을 익숙하게 여기고 있는 겁니다.그러나 이런 외국어·외래어의 남용이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 및 불공정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외국어·외래어와 또 우리말 사이에서 모든 세대, 모든 사람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우리는 어떤 언어 습관을 들여야 할까요?이에 성대신문 기자들이 직접 외국어·외래어 없는 하루를 보내봤습니다.
선명함을 찾아 베를린에 왔다. 교환학생 면접 준비를 위해 썼던 메모장엔 온통 그런 문장이 가득이다. 왜 베를린이냐는 질문에 더 다양한 조각을 더 선명하게 모으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나는 쉽게 애틋해지는 습관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쉽게 닮는다. 작년 여름에는 여기저기서 주워 모은 조각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베를린에 가고 싶었다. 그 때는 여기서 모을 수 없는 조각이 베를린에 있다고 믿었다.막연한 믿음은 아니었다. 스무 살, 서울을 돌아다니며 어른이 된 기분과 대도시에 접속하는 기분을 즐기던 시절, 처
컴퓨터는 문학 텍스트 100권을 어떻게 읽을까. 작품 하나도 읽는 사람마다 감상이 다르듯이 컴퓨터 역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텍스트를 읽을 수 있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이러하다. 기계는 작품 한 권을 구성하는 수많은 어휘를 가지고 가중치(중요도)를 계산하여 작품을 특징화할 수 있는 어휘 100개 정도(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를 추출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주요 어휘 100개씩을 상호비교하여 100개 작품의 ‘관계’를 파악하여 100*100개 1만 개의 수로 관계성 정도를 측정한다. 결국 컴퓨터는 문학 작품 100권을 1만 개
직관적인 생김새 덕분에 섹스토이의 얼굴마담이 된 딜도는 표피에서부터 페니스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딜도는 그것의 대표성에도 불구하고 반려 테크노로 매끄럽게 전환되지 않았다. 특히 레즈비언 섹스에서의 딜도는 흥미롭다. 욕망의 대상에 기거함과 동시에 자신과 닮은 몸을 욕망한 레즈비언적 몸들은 손목 관절의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딜도를 선택하거나 딜도를 결연히 거부하며 자신의 테크닉에 자긍심을 느끼기로 선택했다. 검지와 중지, 중지와 약지 삽입 중 무엇이 왕도인가라는 검중중약 논쟁은 커뮤니티의 화제가 되곤 했으며, 레즈비언 야
올해 1월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4’ 에서의 화두는 단연 AI(인공지능)이다. 칩 제조사와 PC,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AI를 활용한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AI기술이 전 산업에 확대되는 조짐이 보인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기술은 1960년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연구되어 온 분야로서 1980년대 전후, 학습에 필요한 엄청난 계산량으로 현실성 없는 기술로 인식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딥러닝 학습 알고리즘의 개발과 더불어 그래픽 전용 처리장치인 GPU(Graphic Processing Unit) 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