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축구장.” 지난달 개봉한 다큐멘터리 에서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은 한국의 언론조건을 이렇게 표현했다. 누가 봐도 한 쪽 편에 유리한 경기가 예상되는 이 경기장은 한국 언론지형과 판박이다. 거대 기업과 정권 실세 등 사회 기득권층이 광고와 권력으로 언론을 길들이는 동안 경기장은 강자를 위한 자본의 논리 쪽으로 기울대로 기울어 버린 탓이다. 골이 어디로 들어갈지는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청와대 보도 통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 해임 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지난달부터 한국방송 기자들이
“지금 광화문 거리는 유령으로 가득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려는 국민들의 영혼이 유령이 됐다.” 지난 8일 오후, 종로 한복판에서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종대왕상을 점거한 이들은 “우린 누구를 위해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지나. 아이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표했는데….”라며 국가의 의미를 물었다. 8명의 학생들이 꾸린 이 기습시위는 경찰 투입 3분 만에 진압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슬픔의 여파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순진한 학생들을 바다 밑으로 침수시
‘청춘 파산’.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 됐다. 지난 3월, 우리 학교 우리 학교 동문 김의경(국문00) 작가의 데뷔작 ‘청춘 파산’이 출간됐다. 작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수상작인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리바이터’였다. 단기 알바를 전전하던 ‘인주’는 날마다 봉고차를 타고 상가수첩을 돌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인주를 따라 서울 곳곳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다. 빚더미에 쫓겨 내려놓았던 인연과 구구절절한 알바 경험담이 주제다. ‘2014
청년 채무자 2만 시대. 과연 무엇이 청춘을 파산으로 이끄는 것일까.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토토협과 금융정의연대(이하 금정연), 에듀머니 등 금융 관련 시민단체 세 곳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빚이 있는 청년들 807명에 대한 ‘청년부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신용카드 결제금도 빚으로 간주했으며 서울 지역에 거주, 혹은 근무하는 35세 미만의 미혼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부채 보유 정도 △소득 수준 △직업 종류 △연체 정보 등의 질문을 담은 이 조사는 청년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부채 발생과 악성화 원인에 대한 해결책
벚꽃이 흐드러진 완연한 봄날이 왔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노래 중 하나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지난달 26일, 우리 학교 600주년기념관 앞에서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가사는 원곡과 사뭇 달랐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나 쓸법한 앙증맞은 멜로디언과 기타 한 대로 구색을 갖춘 반주에 맞춰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벚꽃엔딩’이 아닌 ‘위헌 학칙 엔딩’을.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바꿔요. 이 학칙을/ 학교 마음대로 위헌 학칙 어떤가요 (oh no)/ 열 받은 그대와 나 서로 손잡고/ 엉망진창
지난달 31일, 국내 최초 협동조합 형식의 대학 언론 ‘외대알리’가 제3호를 발행했다. 외대알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학보사 ‘외대학보’ 출신 기자들이 만든 학내 독립 언론이다. 학보사 출신 기자들이 창간한 자치 언론이라는 점과 국내 대학 언론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외대알리의 새로운 실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교 탄압 없었다면 독립 언론도 없었을 것”지난해 11월 창간된 외대알리의 탄생 배경에는 학내 언론에 대한 학교 측의 탄압이 있었다. 외대학보는 2012년 12월, 총학생회 선본 공약 분석 기사가 '선거 개
‘안녕들 하십니까?’ 더없이 평범한 안부 인사에 한국사회가 술렁였다. 지난해 12월 10일, 고려대 학생인 주현우 씨는 학내에 ‘안녕들 하십니까? (이하 안녕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해당 대자보에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밀양 주민의 음독자살 △철도 파업 노동자 수천 명 직위 해제 등 사회 현실에 무관심한 동 세대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한 자 한 자 손으로 적어 내려간 대자보에 대학가는 물론 △성소수자 △주부 △직장인 △청소년 등 사회 각계각층의 답장이 이어지면서 안녕들 대자보는 사회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5일, 인사캠은 졸업식에 참석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금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졸업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는 000 때문에 대학생활이 행복했어요”라는 문구의 빈칸을 채워달라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졸업을 앞둔 대부분의 성균인들은 빈칸에 주저 없이 ‘동아리’를 넣었다. 다양한 답변을 얻기 위해 질문을 수정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성대에서 즐거웠던 이유’, ‘기억에 남는 활동’, ‘기뻤던 일’ 등, 어떤 말을 붙여도 학교에서 만난 인연들로 뭉친 학내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가장 두드러졌다. 환한 표
밥을 먹는 행위는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무차별 도살된 고기를 먹는 건 당신이 공장식 사육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를 핍박하는 사업장에서 점심을 먹는 건 곧 그 부당한 체계에 대한 암묵적인 긍정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흐름은 없을까? 내 한 끼 밥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매몰찬 세상을 데울 온기가 되는 선순환.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밥집이 대학로 카페 ‘벙커원’에 문을 열었다. 해고 노동자들에게 수익금 전액을 지원하는 ‘희망식당 하루 시즌2’가 바로 그것이다. 식당을 하루 동안 빌려 열린다는 점 때문에 ‘하루’라는
황혼을 맞은 남산은 역사의 숨결을 되새기듯 더없이 적막한 모습이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남산이지만, 암울한 과거는 그 입구부터 스며있었다. 남산 입구 근처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도시안전실. 당시 대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는 안기부 ‘6국’이 30여 년 전 이 건물의 이름이다. 학원 사찰을 담당하던 이곳에서 반독재와 민주화를 외친 수많은 학생들과 관련 인사들이 고문당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차 인혁당사건’이다. 유신체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던 1974년, 중정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민혁명당(이하 인혁당) 재건위원회
제43대 문과대학 학생회 '문워크(회장 이규정·철학11, 부회장 정태영·독문09)'는 이번 학기 본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과대다. △김귀정열사 추모제 △문과대 정기토론회 △칵테일파티 등을 주최했을 뿐 아니라, 제3캠퍼스 논의와 학내 여성주의 담론을 이끄는 등 학생 사회 내에서 굵직한 역할을 해왔다. 지난 4일, 다음 주에 있을 문과대 학술제 준비로 분주한 이규정(철학11) 문과대 학생회장을 만났다. 인사캠 총학생회 '성대올레(회장 김민석·경제06, 부회장 박지영·경영09, 이하 총학)'가 ‘정치적’이라고 판단해 지원을 꺼린
최근 김경주 시인은 시극 '나비잠'을 발표하면서 종이를 벗어나 무대로 나선 까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학은 숨 쉬는 경험이다. 숨 쉬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없고, 작가도 숨 쉬지 않고 글을 쓸 수 없다. 소리 내 읽는 순간 작가의 몸이 내 안으로 들어와 숨 쉬는 경험이 그대로 전달된다. 낭독은 그걸 보여줌으로써 진화되고 발전된 시의 형태나 현대의 많은 텍스트들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날이 제법 쌀쌀해지고 해가 길어질 무렵. 가을이 다가오면 문득 호흡이 그리워진다. 숨 가쁜 호흡을 뱉어내던 초록이 지니, 영그는 자
전기수는 이야기를 파는 사람이다. 조선시대에 등장한 그들은 사람 많은 거리에서 책을 읽어주고 돈을 벌었다. 조선시대에 전기수라는 직업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높은 문맹률과 낮은 책 보급률이다. 글도 모르고, 책 살 돈도 없던 서민들은 전기수에게 동전 몇 잎을 던져주고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이렇듯 전기수는 전근대적인 구술문화의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에서 193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났던 전근대적인 구술문화는 공동체적 독서와 음독(音讀)으로 표현된다. 공동체적 독서는 △전기수와 같이 한 명이 읽고 고민하여 이야기를 풀어
광화문역 지하도에는 1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천막이 있다. 대형 서점과 화장품 상점들이 즐비한 길목에 있는 이 천막은 비장애인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장소다. 전장연은 지난해 8월 20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꾸리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장애인용 화장실과 경사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화문역 지하도를 택했다. 그러나 천막 설치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12시간 동안 대치하는 소동은 피할 수 없었다. 말복 더위에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반나절을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
인권센터는 대학 인권문화의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인권 가이드라인 도입 예고와 함께, 학내 인권 담론의 촉매로서 인권센터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권센터만으로 대학이 인권 친화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지나친 낙관이다. 이는 서울대 인권센터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학내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대학원생의 10% 정도만 참여했다는 대표성의 한계를 고려해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대학원생 1,352명은 교수로부터 △폭언 및 욕설을 듣거나 (18.9
도심 한복판에서 타인의 죽음을 기린다는 것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 한때 궁궐의 중심 행차로였던 이곳은, 현재 늘어선 경찰들과 거대한 경찰 차량으로 둘러 막혀 있다. 24시간 계속되는 네 개 중대의 특별 관리 속에서 쌍차 분향소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1년을 넘겼다. 사회의 무관심 속에 죽음을 맞은 쌍차 해고자들을 기리고자 시민들은 손수 그들의 상주로 나섰다. 기자도 사흘간 그들의 상주가 돼 대한문 분향소를 지켰다. 1일 차 횡단보도 너머로 본 대한문의 첫인상은 선뜻 발을 내딛기 힘든 곳이었다. 거대한 경찰 차량 두 대가 시야를 막고
‘신혜연님을 위한 희망설계 제안서’. 진찰로부터 2주 뒤에 얻은 토토협의 진단 및 처방이다. 1차 재무상담을 받은 기자는 돈 관리에 대한 무지를 깨닫고 초조한 마음으로 처방전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토토협 사무실에서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진단 : 수입 일정화 하고 저축 계획 수립해야 진단은 크게 △현금흐름표 △분석내용 △총평으로 나뉘었다. △수입 △비정기수입 △정기지출 △비정기지출 등의 항목으로 이뤄진 현금흐름표엔 지난 상담 때 가늠했던 예상 지출 수치가 적혀 있었다. 현재 기자의 대략적인 수입과 지출을 보여주
우리 학교 인사캠이 위치한 종로구는 옛 문화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북촌은 옛 서울의 정취를 잘 간직한 것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런 북촌에 최근 개발바람이 불고 있다. △관광객용 대형 화장실 건설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한 화동고개 평탄화 △지하주차장 건설 등 북촌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이런 와중에 일부 주민들은 북촌을 수용
오늘날 대학생들에게 돈은 무슨 의미일까. 대학가엔 주식투자동아리와 재테크 학회가 범람하고, 언론에선 모든 청년이 금융 전문가가 돼야 할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대학생들에게 돈 관리는 여전히 먼 얘기다. 막연히 좋은 직장에 가서 높은 연봉을 받으면 모든 돈 문제가 사라질 거라고 믿을 뿐 정작 돈을 현명하게 다루는 법은 알지 못한다. 88만원 세대에게 재정자립은
민주화의 봄은 쉽게 오지 않았다. 1991년 5월의 캠퍼스는 노태우 정권의 공안통치에 맞선 투쟁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이때 김귀정(불문88) 심산연구회 회장이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다 백골단의 토끼몰이 진압에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최루탄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열사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학우들이 모여들었고, 그녀의 죽음은 민주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