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신문사 생활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입학하자마자 성대신문에 들어와서는 휴학 한번 없이 2년 반을 성대신문 기자로서 지냈다. 그렇다 보니 신문사는 지금까지 필자의 대학생활 전부라고 할 수 있다.원래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며 인생을 살지 않는 필자는 신문사 생활이 끝나고 나면 ‘그때 가서 할 거 하고, 하고 싶은 거 해야지’라고 마냥 생각했다. 물론 며칠 전까지만. 요즘은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신문사 그 이후의 생활을 고민하고 있다. “신문사 퇴임하고 나면 이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좀 과장을 보태 100번은 받았
양공주, 양갈보, 호스티스, 바 걸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그들. 한국전쟁 이후 주한 미군기지촌에서 미군들을 상대했던 매춘 여성들이다. 혼란스러웠던 사회 속에서 그들은 무시받고 경멸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에 의해 ‘민간 외교관’, ‘외화벌이 산업역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지촌 여성의 삶 뒤편에 자리하고 있던 국제 정치와 국가 안보 아래에서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동시에 당시 기지촌 여성들이 받은 피해의 비참함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희생자의 틀에 가두는 것을 경계한다. 그들은
# 힘들었던 어린 시절김숙자 씨의 어머니는 자주 그녀에게 화풀이했다. 늘 맞고 구박당하던 그녀는 어렸을 적 줄곧 엄마가 계모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집안의 돈을 들고 나가서는 다 말아먹고, 돈이 완전히 없어지면 그때만 일했다. 어느 날은 여자를 데리고 와 아이도 낳았다. 그녀가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그녀 밑으로 동생들이 생기지 않았는데, 어머니는 그 화를 모두 그녀에게 풀었다. 두 남동생이 태어나고도 어머니의 매질은 계속됐다. 견딜 수 없었다. 12살 때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 서너 명과 집을 떠나 무작정 기차
가난과 가부장적 사회가 기지촌으로 여성들 내몰아1950년에 시작해 3년간 지속된 한국전쟁은 우리나라를 폐허로 만들었다. 남은 건 20만 명의 미망인, 10여만 명이 넘는 고아, 1천여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 전쟁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와 극심한 빈곤은 생계를 잇기 힘든 여성들을 기지촌으로 내몰았다. 당시 여성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공장에 들어가 여공이 되는 여성들은 일부 소수의 젊은 여성이었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대표는 “당시 사회의 극심한 가부장적 구조와 순결이데올로기가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조례안을 상정하라!” 지난 4월 1일, 경기도의회 염동식 도의원 사무실 앞에서는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의 상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례안은 기지촌 여성에 대한 주거 및 생활안정 지원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과반수가 넘는 35명의 경기도 의원들이 이 조례안의 발의에 찬성했지만, 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이 본 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자회견이 끝나고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염동식 의원은 4월 도의회 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상정은 위원장의 권한임에도 “집행부의 의견을 모아
2003년부터 논의돼오던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2011년에 ‘용산기지 및 미 제2사단기지 등 주요 주한 미군 기지를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 완료’에 합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평택 안정리에서도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도로를 넓히는 등 주한 미군 기지 확장에 따른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안정리에서는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도시재생계획’을 통해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 개발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개발로 인해 기지촌 여성들이 살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1960~70년부터 기지촌에서 일해오던 여성들의
“너 좀 편협한 거 같아.”“너무 공격적이야.”“왜 그렇게 삐딱하게만 생각하니?”필자가 가끔 듣는 말이다.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전달하는 일을 할 때 자주 듣는다. 사람들은 내게 주류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대학에 들어오기 전 나는 주류의 입장에서 늘 생각하고 있었다. ‘비주류의 시각에서도 바라보자’는 말이 정말 편협한 것일까? 왜 사람들은 그것을 편협하다고 느낄까?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기득권의 입장에서 재구성됐다. 이미 주류와 기득권의 입장은 널리 퍼져
지난 1일. 인사캠 정문 근처의 한 서점이 21살 생일을 맞이했다. ‘불을 피우는 기구로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라는 이름처럼, 세상에 따뜻한 바람을 일게 하는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이다. 1985년 우리 학교 동문 자매가 세운 이 서점은 1993년, 지금의 풀무질 일꾼 은종복(50) 씨의 품으로 왔다. 서울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과 함께 서울 유일의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남아있는 책방의 일꾼인 그를 만났다. 대학 시절 문학 소년이었던 그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졸업 후 신문 배달과 지역운동을 하던 그의 눈에 우연히
최근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 중 최종 파트너 선택을 앞두고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당 출연자는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는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프로그램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제작진을 향한 비판이 일었다. 이어 일반인들이 짝을 찾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구성 자체가 위험하다는 비난이 거세짐에 따라,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됐다.이번 사태를 두고 한 평론가는 “이전엔 △△녀라며 출연자들을 아이템화 시킬 때는 언제고, 사건이 터지니 이제야 프로
고구마 고구마 군고구마 정말 맛있어.너도 그 맛을 봤다면, 나를 탓할 수 없을 거야.김학봉(철학08) 자작곡 中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해 질 무렵 인사캠 학생회관 앞에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타와 멜로디언 반주에 자작곡을 선보이는 밴드, 캔맥주와 고구마깡을 먹는 관람객들의 모습에 하교하는 학우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저녁 시간에 벌어진 이 난데없는 깜짝 야외 공연은 바로 ‘지속가능한 등교를 위한 월요 디너-쑈’다.이번 공연은 ‘올바른 학생주권 지킴이’에서 주최했다. 이 단체는 평소 학내 사안에 문제의식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들이 계속됐어요.” 지난 대학생활에 대해 묻자 손윤정(신방06) 동문이 웃으며 말했다. △각종 아르바이트 △긴 휴학 △많은 학내 활동으로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학사모를 쓴 그녀의 예측할 수 없었던 대학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새내기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1학년 때는 내가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서 휩쓸렸던 것 같아요. 내 주변 친구들도 다 그랬고요. 수시 합격 후 선배에게 이끌려 레퀴엠에 들어가게 되고, OT 끝나고 조장 선배 따라서 노동문제연구회(이하 노문연) 동아리방에 들어가
하숙생 모두 공부하러 나가버린 점심시간, 텅 비어 조용한 하숙집을 찾았다. 하루 중 정오부터 3시간 남짓한 이 시간만이 김 할머니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휴식시간이다. 김 할머니의 하루일과는 고시생과 흡사하다. 동도 트기 전인 새벽 5시에 일어나 20인분의 아침 식사 준비를 끝내면 산더미 같은 설거지가 그녀를 기다린다. 공부하느라 바쁜 학생들을 위해 직접 빨래와 청소를 하고 나면 오후 12시. 잠시 쉬었다가 오후 3시가 되면 장을 보고 다시 저녁준비에 들어간다. 늦게까지 저녁 먹는 학생들을 챙겨주고 정리하다 보면 매일 자정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