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 대학교를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이것은 익명 편지라서 이름도, 학년도, 소속도 밝힐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전 이예나 씨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마 이 편지를 다 읽고 나시면 제가 누군지 아실 것 같네요. 익명 편지를 쓰고자 하는 다른 아무개 학생이라면 누구에게 편지를 쓸까를 다섯 번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다섯 장을 썼겠지만 전 바로 예나 씨가 떠올랐고, 그냥 쓰게 되었습니다. 예나 씨는 처음 봤을 때부터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이셨습니다. 알아갈수록 더 재미있는 구석이 많았습니다. 제멋대로 굴면서 배려심
안녕! 나의 소중한 8년 지기 친구 이소야♥우리가 만난 지 벌써 8년이나 되었다니, 정말 시간 빠르다. 처음 다른 친구의 소개로 널 만났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 우린 사물함이 있던 홈베이스에서 처음 만났는데, 네가 그 친구 뒤에서 숨어서 수줍어했던 게 아직도 떠올라. 그때 생각하면 너무 웃겨!! 그러고 나서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게 진짜 레전드였지. 너무 신기하잖아, 진짜 운명인가?했어. 처음엔 우리 둘 다 수줍어서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3학년 땐 진짜 베프로서 함께하지 않는 날이 없었던 것 같아! 그
너는 언제나 내 전화를 받았지. 정말 언제나 말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참 술을 마시는 중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거나 일을 하는 동안에도 너는 내 전화를 거절한 적이 없었어. 내가 혼자서 외로움을 잘 탄다는 걸 알기라도 하듯, 전화를 망설이고 있을 때면 먼저 “지금 전화 걸까?” 하고 물어오기도 했지. 내가 때로는 두 시간 내내 전화만을 연결한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기도 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 너는 내 용건 없는 전화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지.친구들이 내게 수원에 꿀을 발라두기라도 했느냐며 놀렸던 것 기억나? 돈도
처음 만나던 날을 종종 떠올립니다. (3,-1). 공책을 펴고 좌표평면을 그려 당신의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그때 작게 그려 넣은 검은 점이 작도의 시작이었다면, 어쩌면 모든 건 늦여름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분주하고 소란스러운 공기 속에서, 당신은 책상 아래로 살짝 꼬은 다리를 늘어뜨리고는 통-통, 느린 속도로 발 리듬을 탔습니다. 목이 짧은 양말을 신은 탓에 리듬에 맞추어 복사뼈가 사라졌다가 나타났습니다. 당신의 모든 차림은 계획되어 있었고, 차림새에 있어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실수를 만들지 않
Lieber Y, 너와 나누던 대화들이 자주 생각나. 내가 스물이고 네가 스물하나이던 그때. 나에게 단단함보다는 유약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던 그때. 우리는 반대편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만큼 다른 점이 많았는데 공통점이었던 단 하나, 우리의 우정을 더욱 단단히 해주던 ‘책’. 단지 문학이 좋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모르고 신청했던 김학현 교수님의 문학 입문 수업. 수업이 끝나면 당연하단 듯이 향하던 도서관. 그때 너와 나는 책 취향이 아주 달랐는데, 너는 100번 대-주로 철학이나 심리학-의 서가에, 나의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2022년 1학기 창의적 글쓰기 강의를 수강한 학생입니다. 교수님께 편지를 남기는 것이 학기 중 질문이 있을 때 외엔 드문 일이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창의적 글쓰기는 제가 첫 학기에 들은 강의 중 가장 대학 강의 다운 강의였습니다. 힘들었던 고등학교 입시를 마치고 대학 강의에 대한 로망으로 두근댔던 첫 학기에 온라인으로 전환된 강의, 소통할 수 없는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교수님의 강의는 제게 대학 강의의 설렘을 다시 안겨주었습니다. 교수님과의 면담, 다
안녕, 널 긴 시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오랜만이네. 그래서 더 새롭고 신기하면서 설레기도 한가 봐.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 날을 떠올리면 괜스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 새로운 경험을 하면 긴장도 되고 두근거리기도 하는데, 사실 그때의 난 두근거림보단 긴장감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아. 선배, 그리고 동기들을 만나는 것, 내가 해야 할 일과 그를 위한 연습, 모든 게 다 새로웠으니까. 그런데 미소를 띠고 내게 다가오는 널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되더라. 물론 첫 만남이어서 어색하긴 했지만
안녕하세요, 교수님. 작년 가을 “창의적 글쓰기”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입니다. 교수님께 전하지 못했던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20학번인 저는 1학년 1학기를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듣게 됐습니다. 기대했던 대학 문화는 온 데 간 데 없고, 온라인 수업으로만 가득했던 1학기는 저에게 입시 생활보다 더 지루하고 무료했습니다. 결국 저는 2학기에 들어 반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학기엔 부분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했지만, 대입 준비를 다시 시작한 터라 마음이 뜬 상태였습니다. “창의적 글쓰기” 수업 역시 처음엔 적당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를 타고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해외에서 백 킬로미터를 매일 같이 달리며 출퇴근하는삶이 고달프지만, 우리 사이에 놓인 몇천 킬로미터를 생각하면 네게 참 많이 고맙고 미안해. 같이 혜화와 율전을 다니며 동아리 활동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취업 선물로 누가 핸드크림을 주래! 달짝지근한 핸드크림 향기 때문이었나 하루종일 네 생각이 나고 괜히 전화도 걸어보면서 너에 대한 마음이 커졌나 봐. 사실 그 전부터 좋아하는 노래나 여러 이야기를 하며 꽤나 잘 통한다고
안녕 오빠. 오빠라는 말을 한지가 너무 오래돼서 엄청 어색해 죽겠다… 우리 아직 본지 1년밖에 안된 거 알아? 근데 지금보면 거의 10년 만난 사이 같다 그치. 전화로는 맨날천날 싸우다 가도 얼굴만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헤화거리잖아. 사실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내가 그동안 고마운 마음을 제대로 얘기 못한 것 같아서 쓰게 되었어. 작년 2학기 이제 처음 학교 갈 때 나는 엄청 걱정을 많이 했거든. 대학교 친구들은 다 비즈니스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잊혀진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다르다 라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타지에서
수신 : 김다솜(의상 14)안녕하세요. 다솜 언니. 언니의 동아리와 학과 이중후배인 현진이에요. 태권도부에서도 의상학과에서도 고마운 사람들이 아주 많지만, 언니만큼 제가 많은 도움을 받은 분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언니 덕에 학교생활에 이렇게 잘 적응할 수 있는 것 같아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마침 좋은 기회가 있기에 이렇게 조금이나마 제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처음 언니를 새터에서 뵀었는데, 그때 새터를 갔었던 것이 천재일우의 기회였음이 틀림없어요. 친한 동기들이 많이 없어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수신 : 최호준(중문 13) 호준아 안녕? 나 혜림이야. 생각해보니까 너한테 편지 써 준 적이 너 훈련 갔을 때밖에 없네. 곧 있으면 우리가 만난 지 1주년째 되는 날인데 마침 딱 이렇게 좋은 기회를 알게 되어서 편지를 써. 작년 가을, 제일 좋아하는 계절에 너를 만나서 오늘까지 거의 일 년 동안 사귀면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첫 데이트 날 영화 비긴어게인을 보고 나서 네가 사줬던 영화 OST 시디를 소중히 안고 집까지 갔던 것, 네가 새벽에 나 보고 싶다고 서울에서 분당까지 운전해서 왔던 것, 같이 심야 드라이브하고 한강 갔던
To. 수진안녕, 수진아! 조만간 네 생일을 앞두고 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서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됐어. 꼭 당첨돼서 이 편지가 실리면 좋겠다. 고등학교 때는 생일 때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대학교 와서 바쁘기도 하고, 하도 친하니까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작년엔 생일도 잘 안 챙기고 그냥 넘어간 거 같아서 미안했어.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소중히 해야 했는데 그치? 우리 고등학교 입학 전에 면접 같이 봤잖아. 그땐 너랑 이렇게 친해질지 몰랐는데, 학교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하고 대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입학해서 4년간을 거의
지난 4월 30일은 군대에서 전역한 후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테지만 그 1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하루하루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시간이었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것은 본인이 지각할 수도 없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지나갔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많은 일들에 정신에너지를 쏟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사는 건 모든 현대인의 일상이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문득문득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예슬아 안녕! 네가 남미 가기 전에 편지 쓰고 엄청 오랜만에 쓰는 것 같아. 너에게 처음 편지 썼을 때가 1학년 네 생일 때였는데 우리 벌써 4학년 막 학기네? 힝 ㅠㅠ 우리도 1학년 때는 파릇파릇했는데…. 요즘 지나가는 일학년들을 보면 세월이란 어쩔 수 없는 건가봐.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래 봐왔다는 거겠지? 우리 입학해서 방송국 모집할 때 만났잖아. 입국시험보고 끝나고 같이 짬뽕도 먹고. 다 기억나는데 벌써 5년 전이라니…정말 시간 빠르다…. 방송국에서 만나서 같은 부서
얼마 만에 편지를 쓰는 건지 모르겠어요. 훈련소에서나마 마지막으로 집에 편지를 보냈으니 벌써 2년 전 편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날 훈련소 햇볕 아래서 훈련하며 집이 무척이나 그리웠는데, 어느새 전역이네요. 안 갈 줄만 알았던 시간이 어느새 가는 걸 보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서 약간 두렵기도 합니다.부모님께서 이번에 갑자기 유럽으로 여행을 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참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신다고 하셔서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제가 보고 느꼈던 유럽을 부모님께서도 보고 즐
강원도 삼척에서 바닷 바람을 맞으며 훈련받고 있을 박한결은 보아라.나다. 굳이 말 안 해도 첫 문장부터 내가 누군지 감이 오지? 편지를 쓴다 쓴다 하다가 보니까 이제 곧 수료할 시기라 성대신문을 빌어 편지를 좀 써보려고 해. 가기 전에 그렇게 편지 써준다 해놓고 못써줘서 미안하다. 거기는 어때. 살만해? 죽을 맛이지? 아직은 나도 미필이라 뭐라고 해야 될지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5월에는 네가 지금 느끼고 있을 그 기분을 느끼고 있겠지? 네가 입대 전에 보내준 사진이 잊혀 지지 않아. 그렇게 심란하고 걱정되고 불안한 모습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