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구를 통해 나오자마자 들리는 소리. 곧 있을 지방선거 홍보 차량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공약과는 상관없는 떠들썩한 노래가 귀를 괴롭히고 있었다. 소음들과 함께 바삐 뛰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회색의 지하 공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지하철까지. 소설가 김연수가 서울에 관해 ‘무엇도 영원한 것이 없는, 스쳐지나가는 것들로 가득한, 좌충우돌의 도시’라는 말을 인용했듯, 서울의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있었다.그러나 덕수궁 입구에 다다르자 허둥대던 서울이 숨을 고르고 제 시간을 찾는다. 수문장의 얼떨떨한 호위를 받으며 들어온 이곳의 시간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통금이 발령됩니다. 거리 곳곳에는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돼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고요. 어떤 이웃들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 성향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가 잔학한 처벌을 받습니다. 이런 때 정부를 견제해야 할 언론은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프로파간다(Propa ganda)를 끊임없이 내보낼 뿐입니다. 자, 이것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의 모습입니다.영화 는 파시즘(전체주의)이 만연한 가상의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V는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
동결은 했다지만 여전히 무시무시한 등록금 액수 앞에 한숨짓는 대학생들. 대학의 독립성과 학문의 자유는 △수익 △효율 △경쟁 등 시장의 논리에 묶여 시대착오적인 담론으로 치부된 지 오래입니다. 졸업만 하면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청년 실업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대학 5학년생’이 넘쳐나는 것이 냉혹한 현실.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돌아가는, 탈출구도 없는 난장 속에서 삶과 실존에 대해 절로 의문이 듭니다.이렇듯 답답한 대학가 표정처럼 안톤 체호프의 희곡 의 인간 군상 또한 울상입니다. 이 극은 러시아 지
예부터 성현이 다 차를 사랑했는데 차가 군자와 같아서 성품이 사악하지 않다.우물이 차니 물을 길을 만하고 창문이 환하니 차를 끓이기에 좋네목구멍에 닿아서 오장의 열기를 다스리고 뼈 속을 뚫고 들어가 삿된 기운을 몰아내네 -조선 후기, 초의선사 作 겨울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온다. 거리를 걷는 이들은 저마다 옷깃을 여미기 바쁘다. 이맘때면 언 몸 녹여줄 따끈한 차 한 잔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차는 다양한 음료 중에서도 그 탁월한 색ㆍ향ㆍ미와 건강 효능으로 인해 장소와 시간을 막론하고 사랑받아 왔다. 물을 데워서 차를 마신다는 것은 문화생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나이, 이를 청춘이라 칭한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을 뜻해서 일까? 일생에 있어 가장 눈부시고, 그만큼 방황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이다. 뭐 하나 안정된 것 없이 불안한 현실에 흔들리는 자신. 방황과 불안이 젊음의 특권이라고들 하지만 혼돈으로 점철된 우리네 꿈과 사랑은 시리기만 하다. 어른들로부터 ‘참 좋을 때다’라는 말을 수없이 듣지만, 남모를 성장통은 그칠 줄 모르는 것이다.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시련이 단지 견뎌내야 할 행군일 뿐일까? 청춘기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도기에 그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