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무수한 색채에 휩싸여 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 머리 위에 드리워지는 푸른 하늘, 새하얀 뭉게구름. 눈길을 돌리면 싹을 틔우기 시작한 초록색 새싹과 그것을 감싸는 갈색의 흙이 보인다. 자연을 눈에 담고 길을 걷다 보니 깜빡이는 신호등의 초록색 불빛에 서둘러 뛰게 된다. 버스 안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옷 색깔은 다채롭다. 이처럼 등교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수많은 색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접하는 모든 물질은 각각의 고유 색채를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든 인지하지 않든 우리의 일상은 컬러 영화 속 장면들이다.스쳐 지나가는
컬러테라피스트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색채학을 처음 접하고 재밌게 배웠어요. 그 이후 직장에 다니면서도 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책을 읽다가 ‘컬러테라피’라는 단어를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 단어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컬러테라피가 활성화되지도 않았고 교육하는 곳도 없었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 제게 맞는 방법, 사람들에게 컬러테라피를 쉽게 전할 방법을 찾아서 공부했어요. 지금은 색채와 심리를 연관 지어 사람들을 가르치고
굳이 영화 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재즈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감성적인 재즈는 길거리의 카페나 상점들부터 각종 광고와 영화, 드라마에서까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우리 주변에서 재즈는 쉽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음악이 되었다. 지난해 5월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2016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을 초청해 수많은 화제를 낳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또한 매년 여름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전국 대학생 재즈 페스티벌’이 열려 대학생
팟캐스트를 통해 재즈를 소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재즈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음악이다. 이 재즈 음악을 사람들에게 쉽게 소개해서 함께 즐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많은 재즈 연주자들이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설 무대가 없고, 연주자로서 이름을 알릴 기회가 적은 것을 보며 항상 안타까웠다. 그래서 재즈에 대해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면서 재즈 연주자들을 소개할 방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팟캐스트다. 첫 방송을 했을 때는 청취자가 열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 청취자가 2만여 명에 달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3월의 첫날, 봄의 시작을 알리는 빗방울이라기엔 무거웠고 겨울의 끝을 알리기엔 가벼웠다. 종로3가 전철역 5번 출구로 나와 소란스러운 거리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어느새 그 시절 음악의 메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음악을 꿈꾸는 사람들의 ‘낙원’, 1980년대 악기에 대한 수요 증대로 호황을 누리던 낙원상가 아래 골목을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라이브 재즈 카페 ‘천년동안도’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호텔 1층에 자리 잡은 천년동안도 카페 옆으로는 옛 정취를 머금은 세련된 한옥 골목이 이어진다. 창밖에서 들여다
도시재생이란 시간이 흘러 쇠락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정비를 통해 다시금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재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과거에는 주로 물리적인 재개발에 가까운 정부 중심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도시재생은 단순한 물리적 정비 수준을 벗어나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커뮤니티의 재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쇠락한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보여준다. 현재는 건물의 노후화와 같은 물리적 쇠퇴의 영향보다 그 도시를 살아가
오후 2시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울 중구 무교동의 빈 공터를 직장인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지나간다.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는 건 고층빌딩 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컨테이너. 10평 남짓한 아담한 공간에 서로 교차하는 검은색과 하얀색 컨테이너의 독특한 외관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지만 열린 공간, 지친 도시민들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미니시네페다. 고층건물들 사이에서 발견한 미니시네페는 내부가 비치는 한 쪽 벽면을 통해 밖으로 스크린을 걸어두고 있다. 해가 진 밤, 야외상영을 위한 이 스크린에 비친 영상이 아직은 흐릿하다. 그
틈새시장(성북구 동소문동)8차선 도로 위 언덕에 위치한 동소문동의 마을을 가로지르는 골목길은 텅 비어 세월에 지친 고목을 연상시킨다. 허물어져 가는 낮은 한옥들은 높아져가는 담장과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을 마주한다. 한옥 앞 경관을 차지한 자동차들에 문을 나서면 먼저 맡게 되는 매연 냄새, 드문드문 보이는 화분에선 꽃향기가 나지 않는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골목길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들리지 않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없다. 생기를 잃은 마을 곳곳에서는 이처럼 어느새 생겨 버린 틈이 점점 벌어져 가고 있었다.
지정대상지가 아닌 종로구 익선동을 도시재생공간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제가 처음 익선동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은 익선지구단위계획을 통해 100명의 주민인터뷰를 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였어요. 익선동은 서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이 있는 곳이며 가장 많은 수의 한옥이 밀집된 지역인데, 보존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생기면서 전통건축과 현대문화가 만나는 문화의 장이 되고 있어요. 현재 서울시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어 주말에는 사람이 북적이죠. 익선동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까지 보석
VR은 가상현실을 의미하는 Virtual Reality의 약자다. 이는 특수한 장비를 사용해 인간의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컴퓨터 프로그램을 현실처럼 유사 체험하게 하는 기술과 그 안에 구현된 세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몸의 감각을 속이는 장치는 오래 전부터 계속 고안되어 왔다. 오늘날의 형태를 갖춘 VR 기기는 1990년대에 재론 래니어라는 철학자와 톰 짐머만이라는 연구자에 의해 처음 출시되었다. 하지만 기기의 기능은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VR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그라졌다. 이후 VR은 같은 실
VR의 오락적 기능이 VR 문화 정착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VR 자체에 대한 사용자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 사용자들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윈도우 운영체제에는 지뢰찾기나 카드게임 등의 간단한 게임이 있어 사용자가 컴퓨터 사용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도한다. 마찬가지로 VR을 이용한 게임과 영상 등의 오락적 기능은 많은 사람들이 VR 환경에 친숙해지도록 도울 것이다.일반 PC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과 차별화되는 VR 게임
드론은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로 카메라, 센서, 통신시스템 등이 탑재돼 있으며 무게와 크기도 다양하다. 처음에 드론은 적진에 침투해 피해를 주기도 하고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등 군사적인 목적으로 등장했다. 이후 드론은 방송·영화 산업에서의 고공 촬영, 배달 산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쉽게 조종할 수 있고, 다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입문용 드론들이 출시되면서 취미활동으로 드론을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성인에게 드론은 키덜트 문화의 일환으로 하늘을 날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소망
가을보다 먼저 오려던 겨울이 뒤로 잠시 물러나고 완연한 늦가을의 햇살을 느낄 수 있었던 금요일, 문화부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국내 첫 드론 카페 ‘드로젠’을 찾아갔다. 드로젠은 일반 카페와 마찬가지로 커피와 음료를 마시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드론 문화와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토이드론부터 스포츠드론까지 여러 드론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카운터에 있는 매니저에게 찾아가 드론 조종을 체험해 보고 싶다고 말하자 유리벽으로 제작된 두 평 남짓의 전용 공간으로 안내해줬다. 그곳에
모형 비행기 등을 날리는 용도의 서울 가양대교 북단 가양 비행장과 강동 광나루 비행장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허가 절차도 복잡하다. 지역마다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 서울지방항공청 등 신고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울 중심부인 종로 일대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날리고자 하면 국방부에서 비행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도방위사령부에 7일 전 신고를 해야만 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치다 보면 꼬박 2주일가량 걸린다. 비행금지구역과 관제권(항공이착륙지역과 인근)을 제외한 일
‘아프니까 청춘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오늘날 청춘의 아픔은 당연시되고 있다.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학점 등 20대 청춘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영역은 광범위하다. 하지만 대학 시절 내내 이어지는 그들의 노력은 취업의 잣대로 이어져 공허함만을 가져온다. 남들에 비해 초라하게 보이는 스펙에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 취업, 청춘의 빛은 바래졌고 마음의 병을 남긴다. 아픈 청춘의 단면은 그들 사이에 떠도는 신조어를 통해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생의 허무함
몸이 아플 때 필요한 약은 약사에게, 마음이 아플 때 필요한 약은 ‘마음약방’ 자판기로 처방받는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치유 캠페인 마음약방 2호점은 혜화역 4번 출구 근처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안에 위치해 있다. 특히 2030 청년세대를 위한 마음약방 2호점은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세대의 고민을 살펴 21가지 마음증상을 재치 있는 병명으로 표현하였다. 자판기에 500원을 넣고 본인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증상번호를 누르면 처방전이 나온다. 처방전에는 시, 도서, 그림, 요리 레시피, 영화, 희곡작품을 활용
느낌 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처음에는 작업실로 이용하려고 했던 공간을 느낌 가게로 꾸민 거예요. 그런데 본업이 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곳을 내버려 두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간을 활용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담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느낌 가게, 문득 창고 문을 열다’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우리는 창고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른 채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잖아요. 창고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환기해 잊고 있던 정체성을 찾게 돼요. ‘아, 내가 그때 이걸 샀었지
일상 속 휴식을 선물하기 위한 준비운동지난 23일 오전 11시 33분, 인천 검암역 출구 앞. 공항 근처라 역 앞에 길게 늘어선 택시들 뒤로 기자를 마중 나온 승용차 안에서 칠링키친의 정승윤(25) 씨와 정유진(28) 씨를 만났다. “사무실 가기 전에 마트에 잠깐 들릴 거예요. 키친타월이랑 양파가 부족해서요.” 계산을 끝낸 뒤, 다시 차를 타고 연희동 빌라 2층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 안은 냄비와 프라이팬 같은 조리도구들, 음료와 소스 병이 들어있는 상자들로 가득했다. 사무실 오른편은 조리대와 개수대가 있는 주방과 냉장실
게릴라 가드닝은 ‘게릴라(Guerrilla)’와 ‘가드닝(Gardening)’이 합쳐진 말로 ‘허락을 구하지 않고 남의 땅을 불법으로 점유한 뒤, 그곳을 정원으로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게릴라’는 우리 일상 속에서도 자주 쓰이는데 이는 스페인어로 ‘작은 전쟁’을 의미한다. 가드닝 앞에 전쟁 용어가 붙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게릴라 가드닝이 시작된 계기를 알면 쉽게 해소된다. 1970년, 쓰레기로 지저분했던 미국 뉴욕 휴스턴 거리의 공터가 하루아침에 꽃밭이 된다. 이는 예술가 리즈 크리스티(L
1단계 작전 지역 탐색‘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라’장소 선정은 그 어느 단계보다 신중을 기했다. 학우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며 누구나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공간. 두 가지 기준 아래 인문사회과학캠퍼스부터 대학로까지 탐색을 시작했다. 학교 내부는 관리가 잘 되고 있어 게릴라 가드닝이 필요한 공간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관리자들의 노력이 없었을 때 문제가 될 만한 공간은 존재했다. 특히 학우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일수록 작은 불씨가 더욱 눈에 띄었다.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처음 발견한 곳은 학교에서 혜화역으로 가는 셔틀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