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를 하던 중이었다. 늘 그렇듯 인터넷을 보며 딴 짓을 하다 발견했다. ‘제주항공 신규노선 특가.’ 그 순간 방학의 무료함을 날리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고 따뜻한 곳이라면 그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친구와 그날 바로 표를 끊었다. 5박6일, 목적지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이안. 옷 한 벌 배낭 하나 메고 간 내 첫 자유여행이었다. 비행기는 여러 번 타봤지만 아직 스스로의 계획에 의한, 자유로운 ‘여행다운 여행’은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여행을 즐기는 성격의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그
입학할 때 이미 낸 줄 알았던 학생회비, 이를 학기 초에 몇 선배들이 또 내라고 했을 때 인문과학계열 학생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0이 하나 더 붙은 액수를 보고 기겁했을지도 모른다. 올해 10월 말. 성균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의 한 글이 올라갔다. 내용인즉슨, 학생회가 가전공 1학년인 자신에게 4년 치의 학생회비를 내라고 해서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이 글에 공감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댓글들로 북적거렸다.현재 인문과학계열 학생들은 학과 진입 전에 가전공에 속하게 된다. 가전공이라도 해도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일 년 전 이맘때는 격동의 시기였다. 철도 민영화라는 의제를 두고 철도노조는 유례없는 규모의 파업에 돌입했고 대선, 국정원 이슈와 맞물리며 전국 각지에서 수만 명이 집회를 이어 나갔다. 그러던 중 고려대학교에 한 장의 대자보가 붙었다. “안녕들 하시냐고” 묻는 이 대자보는 순식간에 전국 곳곳, 각계각층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화답을 받았다.
학생회를 경험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학생회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요새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바로 학생회와 학생 그 사이에 관한 것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기구이다. 그런데 과연 학생들은 학생회는 그러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을까? 최근 학생회와 학생 사이를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그 둘 사이의 간극이 매우 깊다는 것이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학생회에 관심이 없고 참여하지 않는다.’ 라고 불평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생회를 불신하는 부분이 조금씩 존재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발전을 멈추었으며 점점 각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거의 모든 것이 정체되거나 퇴보한다고 느껴질 때 가장 잘 발전하는 것이 있는데, 이는 남을 비난하는 언어다. 이렇게 날로 자극적으로 변하는 말들 속에서 최근 본인이 들은 흥미로운 비판 중 하나가 바로, “당신은 너무 냉정하다. 신고전학파의 사상이다.”라는 말이다.처음에 이 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무슨 말인가’ 싶어서 황당했다. (그렇다면 경제학도로서 영광이지만) 본인이 하이에크나, 프리드만, 그리고 루카스와 같다는 것인가? 혹은, 인문학도였던 그녀는 차가운 경제
여자가 묻는다. [오늘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남자는 멍하니 여자를 쳐다본다. 쳐다보기만 한다. 얼굴에는 이미 물음표로 가득 찼다. 이내 여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깨질 것 같은 앙칼진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그것도 몰라? 나 가르마 바꿨잖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창 SNS에서 떠돌던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여자의 태도에 ‘어이’를 ‘상실’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네 가르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뀐 걸 알아채라는 거야? 난 가끔 내 양말 ‘오른쪽’과 ‘왼쪽’이 바뀐 것조차 모른다고! 짧게는
대학의 술 문화가 몇 년 전에 비해서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워낙 술 때문에 여기저기서 사건 사고도 많았고 못 마시는 사람들을 억지로 먹이다 목숨을 잃어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꼭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어난 변화는 아니다. 08년도쯤에는 학점이 2.8 정도만 되면 지금은 4.0은 되어야 갈 수 있는 경제학과로 전공진입이 가능했다. 이처럼 취업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1학년들에게 마저 학점관리과 공부를 요구하게 돼서 술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적어졌고 그나마 참석한 사람들에게 예전처럼 술을
지난 중간고사 기간, 우리는 새벽까지 학교의 열람실과 동아리방 곳곳에서 머리 빠지도록 공부하며 시험을 치렀다.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학교를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중간고사는 스트레스로 이가 빠질 만큼 더더욱 힘든 시간이었다.얼마 전, 학교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주머니께서는 올해 봄부터 이 일을 시작하셨고, 싱글맘으로서 자식들의 학비 때문에 일을 쉴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일하고 계셨다. 그런데 문제는 요번 중간고사 기간에 어찌나 학생들이 학교를 더럽게 사용했는지, 아주머니께서는 그 동
한자를 몰라도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7일 한국갤럽의 발표에 따르면 한자 사용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자를 모르면 생활하는 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4%가 ‘불편하다’, 46%가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02년 한국갤럽이 했던 설문조사에서 70%가 ‘한자를 모르면 생활이 불편하다’고 답했다는 점에서, 한자를 몰라도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고 느끼는 국민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민의 의식변화에도 불구하고 한자 파동은 법원 소송
얼마 전 고려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 선거의 비리를 내부자가 고발한 사건 때문에 파문이 일었다. 학칙을 초과한 분량의 선거 홍보물을 인쇄하였고, 합의한 바와 다르게 sns와 전화를 통한 투표 독려를 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2013년도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선거 독려 물품으로 고구마가 지급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단선으로 이루어진 선거인데도 학생 식당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고구마를 주게 한 일은 선거에 대한 학교의 과도한 개입과 금권 선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던 것이다.이처럼 선거 독려 물품을 제공한다거나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안전한 나의 공간을 얻기조차 힘든, 연애하려면 현질 S급 아이템으로 연애스펙을 맞춰야 하는, 취업시장의 치킨게임 속에 허덕내는, 20대 여성의 삶! 마치 한 턴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게임 같군요!? 지난 월요일부터 삼일에 걸쳐서 문과대 특별기구 여학생위원회에서는 페미니즘 문화제 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이들은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묻는다. 20대 대학생들에게, 그것도 성균관대를 다니고 있는 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열을 올려가며 무언가를 고발하고 싶은 것도, 목에 핏대를 세우고 “이 어디 천부당만부당한 일인가!”하며 억울함을 토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내게 일어난 귀엽고, 앙증맞은 해프닝을 언젠가는 같은 공간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었다. 대학의 문턱을 갓 넘은 프레시맨 때였다. ‘성균프레시맨세미나’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성균프레시맨이라면 그런 수업 하나쯤은 응당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어설픈 자부심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내가 수강한 성균프레시맨세미나는 ART BRUT라고 하는 정신분열증 환자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주제로 진행
전국의 대학생들에게는 매 년 두 차례씩 크나큰 시련이 다가온다. 수강신청이 그것인데, 정시 알림 음과 함께 수강 신청이 시작되면 다급히 수강신청 버튼을 눌러보지만, 현실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하얀 화면을 바라보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야 하고, 어쩌다 접속된다 하더라도 원하는 수업은 이미 꽉 차있기 일쑤다. 거기에 보험으로 생각해둔 수업마저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생판 모르는 수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야 한다. 가끔 멀티 터치가 가능한 노트북을 이용해 한 번에 모든 수강신청 버튼을 눌러 ‘올킬’을 달성하는 대단한 사람도
세상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말이 있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 자기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것을 비꼬는 표현이다. 내가 주변에서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실제로 나는 무언가 질문이 들어오면 알든 모르든 간에 일단 답하고 본다. 그리고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나름대로 답을 만들려 한다. 그것이 답이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망신을 당한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서 "저 자식, 잘난 척만 되게 하네", "재수 없네" 등의 코멘트를 들은 적도 심심치 않게 있다.(그나마 이건 양호한 축에 속한다)그 여파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국가들이 고통 받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두통, 근육통, 발열 후 전신성 출혈로 진행되어 사망률이 약 6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출혈열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실험단계의 치료제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감염경로와 숙주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감염 예방도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전염이 된다는 점이다. 고대부터, 이러한 전염병에 관해서 고대 사람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복학 후 수업을 듣다보면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남자 후배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입대’에 실패했다고 해서 무척 의아했다. 원하는 곳으로 입대할 수 없어서 재수, 삼수, 심지어는 입대시기 조정만을 위한 휴학까지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지난 10일 한국일보의 ‘'2당3락' 입대 커트라인?’ 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최근 입대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군 기피현상과 공군, 해군, 의무경찰, 의무소방 등 지원병 선호 경향이 뚜렷하게 대조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일부 군에 지원자들이 몰려서
고양이가 눈물 흘리는 걸 본적이 있는가? 'TV동물농장'에서 교통사고로 새끼들을 모두 사산한 어미고양이 이야기가 나왔었다. 치료를 위해 어미 고양이에게 다른 새끼 고양이를 붙여 주니 고양이가 울더라. 그 처연한 모습이 참 사람과 닮았다. 또한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에서 찰나의 실수로 알을 잃고, 그 슬픔에 그와 닮은 눈덩이를 뭉쳐 품으려 하던 아빠 펭귄을 보았다. 품으면 품을수록 녹아내리는 얼음을 보던 고개 숙인 펭귄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와 다르지 않다. 모두 마음이 있고, 눈물 흘릴 줄 안다.우연한 기회로 식물도
강의실은 어떤 공간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강의실은 강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다른 설명을 보태기 힘들만큼 명확한 사실이다. 이처럼 강의실이 강의를 위해 쓰이는 공간인 게 확실하다면, 강의실의 의미가 강의를 하는 곳으로 그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의를 하지 않는 시간의 강의실은 어떤 공간일까. 강의자와 수강자가 만나지 않는 시간은 빈 시간이며, 그런 공간은 목적을 잃어버린 채 표류하는 공간일까.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강의하는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강의실은 강의하지 않은 채로 남
10월 1일. 절기로 따지면 가을의 중반부이고 새로운 달 10월의 시작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지난 19일 날 개막해 4일 날 폐막을 앞두고 있는 아시안게임의 일정이 벌써 후반부에 다다른 것을 알아야 한다. 2007년 아시안게임유치에 성공한 후 7년간의 준비는 미흡했다. 절대로 꺼지지 말아야 할 성화는 꺼져버렸고 선수촌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외국 관계자들의 성원이 빗발쳤다. 제공되는 도시락도 유통기한이 지났고 자원봉사자들 또한 많이 뽑기만 했지 어느 부서에 얼마나의 인력이 필요하며 정확한 배
지난 달 1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결과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6%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5% 포인트 앞섰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달 17일 일부 세월호 유족들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 사건의 여파인 듯하다. 다수결은 숫자놀음이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일부 언론들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자’, ‘세월호 블랙홀’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야의 협상으로 세월호특별법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유족들은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