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날씨라고 하기엔 약간 무더웠던 그 날. 아침부터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남천속기연구센터가 위치한 목동의 한 건물을 찾아갔다. 지리를 잘 몰라 사경을 헤매고 겨우 찾아간 그 곳. 16층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따뜻한 얼굴로 우리 학교 선배이자 남천속기 창시자인 남상천 대표가 성대신문 기자를 맞이했다. 그의 약력을 사전에 조사한 결과 29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그를 본 첫인상은 ‘오!’였다. 생각보다 훤칠한 키에 동안인 얼굴이 전혀 나이 대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더워보였는지 기
‘이건 코딱지를 파는 제 모습이지요’맞다. 웅크리고 있는 한 사람의 손은 코를 향해 있다. 하지만 검정과 흰색의 뚜렷한 대비, 그리고 불안한 듯 거친 붓질에 아무렇게나 흩뿌린 검정 물감. 누가 봐도 우울한 심상을 드러냈고, 작가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말은 그림을 그릴 당시에 ‘얼마나 슬펐는지’였다. 그런데 작품을 하나하나 들추며 설명해 주는 그의 입에선 ‘소년 김동기’의 유치해서 순수한 추억이 쏟아져나왔다. 그림엔 백합을 사랑했던 소년의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 있었다. 백합 알뿌리가 심어져 있는 흙바닥에 바짝 기대 무언가를
내 고장 경기도 의정부에서 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학교가 파한 뒤 날씨 좋은 날,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갈라치면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의정부 시내를 친구들과 꼭 한 번 들르곤 했다. 시내는 물론 서울보다야 덜하지만 어린 나에겐 우리 집이 있는 금오동처럼 주거지가 밀집한 의정부 다른 동네보다 볼 것도 많고 놀 곳도 많은, 별천지같은 곳이었다. 팬시점이나 옷집을 찾아다니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거리를 배회하다보면 시내와 얽혀있는 재래시장 길을 거쳐야 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잘 정비되지 않은 바닥에 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