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을 맞아 평소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을 개강호. 하지만 몇몇 학보들은 정상적으로 발행되지 못한 채 씁쓸한 개강을 맞이했다. 국민대학교 학보사 의 경우 제910호 보도면을 배치하는 데 있어 주간교수와의 마찰이 있었다. 특정 학내 사안에 대해 “너무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기사를 재배치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단은 주간교수와의 협의를 통해 기사를 재배치했고, 원래 발행일보다 이틀 늦게 배포될 수 있었다. 일단은 신문이 발행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기자단 내부에서 편집권에 대한 이
“기울어진 축구장.” 지난달 개봉한 다큐멘터리 에서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은 한국의 언론조건을 이렇게 표현했다. 누가 봐도 한 쪽 편에 유리한 경기가 예상되는 이 경기장은 한국 언론지형과 판박이다. 거대 기업과 정권 실세 등 사회 기득권층이 광고와 권력으로 언론을 길들이는 동안 경기장은 강자를 위한 자본의 논리 쪽으로 기울대로 기울어 버린 탓이다. 골이 어디로 들어갈지는 불 보듯 뻔하다. 최근 청와대 보도 통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 해임 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지난달부터 한국방송 기자들이
‘성균관대학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겠다.’ 필자가 성대신문사 보도부 기자가 되면서 말한 첫 번째 각오였다. 학내 사안을 다루는 기자에게는 당연한 소양이라고 생각했다. 기자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학내 사안에 대해 알게 될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창 일할 시기에는 다른 사람을 통해 새로운 학내 이슈를 듣게 되면 자책하며 반성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한 사람이 다 알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하지만 학교에 대해 알게 되면서 필자의 고민 역시 시작됐다. 막연하게만 알고
필자의 신문사 생활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입학하자마자 성대신문에 들어와서는 휴학 한번 없이 2년 반을 성대신문 기자로서 지냈다. 그렇다 보니 신문사는 지금까지 필자의 대학생활 전부라고 할 수 있다.원래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며 인생을 살지 않는 필자는 신문사 생활이 끝나고 나면 ‘그때 가서 할 거 하고, 하고 싶은 거 해야지’라고 마냥 생각했다. 물론 며칠 전까지만. 요즘은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신문사 그 이후의 생활을 고민하고 있다. “신문사 퇴임하고 나면 이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을 좀 과장을 보태 100번은 받았
“지금 광화문 거리는 유령으로 가득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려는 국민들의 영혼이 유령이 됐다.” 지난 8일 오후, 종로 한복판에서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종대왕상을 점거한 이들은 “우린 누구를 위해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지나. 아이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표했는데….”라며 국가의 의미를 물었다. 8명의 학생들이 꾸린 이 기습시위는 경찰 투입 3분 만에 진압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슬픔의 여파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순진한 학생들을 바다 밑으로 침수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합동분향소에는 연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각계각층에서의 성금도 모이고 있다. 언론은 이러한 슬픔을 다양한 형태로 나르고 있다. 대학가 역시 추모 분위기가 한창이다. 우리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5월 대동제 행사를 취소·연기했고 여러 가지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란 리본’은 추모의 상징이 돼 교내 곳곳에 걸려있다. 필자는 세월호 발생 이후 드러나는 어처구니없는 사실과 이로 인한 희생자들을
“너 좀 편협한 거 같아.”“너무 공격적이야.”“왜 그렇게 삐딱하게만 생각하니?”필자가 가끔 듣는 말이다.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전달하는 일을 할 때 자주 듣는다. 사람들은 내게 주류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을 하는데, 사실 대학에 들어오기 전 나는 주류의 입장에서 늘 생각하고 있었다. ‘비주류의 시각에서도 바라보자’는 말이 정말 편협한 것일까? 왜 사람들은 그것을 편협하다고 느낄까?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기득권의 입장에서 재구성됐다. 이미 주류와 기득권의 입장은 널리 퍼져
벚꽃이 흐드러진 완연한 봄날이 왔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노래 중 하나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지난달 26일, 우리 학교 600주년기념관 앞에서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가사는 원곡과 사뭇 달랐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나 쓸법한 앙증맞은 멜로디언과 기타 한 대로 구색을 갖춘 반주에 맞춰 학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벚꽃엔딩’이 아닌 ‘위헌 학칙 엔딩’을. “그대여 그대여/ 오늘은 우리 같이 바꿔요. 이 학칙을/ 학교 마음대로 위헌 학칙 어떤가요 (oh no)/ 열 받은 그대와 나 서로 손잡고/ 엉망진창
요즘 들어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규제 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민·관 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어 7시간 넘게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암덩어리’ 같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조·중·동 등 다수의 일간지 역시 연일 비합리적인 규제를 보도하며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현재 1만 5269건인 등록규제를 박 대통령 임기 내에 80%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필요해진 규제는 없애야 마땅하다. 그러나 규제는 본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처럼 ‘규제는 무조건 나쁜
최근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 중 최종 파트너 선택을 앞두고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당 출연자는 ‘힘들어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는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프로그램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 제작진을 향한 비판이 일었다. 이어 일반인들이 짝을 찾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구성 자체가 위험하다는 비난이 거세짐에 따라, 결국 프로그램이 폐지됐다.이번 사태를 두고 한 평론가는 “이전엔 △△녀라며 출연자들을 아이템화 시킬 때는 언제고, 사건이 터지니 이제야 프로
지난달 25일, 인사캠은 졸업식에 참석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금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졸업생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는 000 때문에 대학생활이 행복했어요”라는 문구의 빈칸을 채워달라는 것.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졸업을 앞둔 대부분의 성균인들은 빈칸에 주저 없이 ‘동아리’를 넣었다. 다양한 답변을 얻기 위해 질문을 수정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성대에서 즐거웠던 이유’, ‘기억에 남는 활동’, ‘기뻤던 일’ 등, 어떤 말을 붙여도 학교에서 만난 인연들로 뭉친 학내 동아리에 대한 애정이 가장 두드러졌다. 환한 표
“관심 없어” 경희대에 다니는 필자의 동생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최근 경희대에서는 일방적인 등록금 3.7% 인상 고지로 논란이 일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거부하고 장외 투쟁을 진행하는 사실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자 “알리지 않는데 어떻게 아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막연하게만 느꼈던 총학생회와 ‘일반 학생’ 간의 거리가 보이는 듯 했다. 2011년은 등록금 부담을 견디다 못한 대학생들의 분노가 표출된 한 해였다. 2000년대 초부터 연평균 6% 넘게 인상돼 온 등록금은 그들에게 ‘살인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