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가부장적 사회가 기지촌으로 여성들 내몰아1950년에 시작해 3년간 지속된 한국전쟁은 우리나라를 폐허로 만들었다. 남은 건 20만 명의 미망인, 10여만 명이 넘는 고아, 1천여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 전쟁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와 극심한 빈곤은 생계를 잇기 힘든 여성들을 기지촌으로 내몰았다. 당시 여성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공장에 들어가 여공이 되는 여성들은 일부 소수의 젊은 여성이었다. 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대표는 “당시 사회의 극심한 가부장적 구조와 순결이데올로기가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조례안을 상정하라!” 지난 4월 1일, 경기도의회 염동식 도의원 사무실 앞에서는 ‘경기도 기지촌여성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의 상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례안은 기지촌 여성에 대한 주거 및 생활안정 지원에 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과반수가 넘는 35명의 경기도 의원들이 이 조례안의 발의에 찬성했지만, 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이 본 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기자회견이 끝나고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염동식 의원은 4월 도의회 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상정은 위원장의 권한임에도 “집행부의 의견을 모아
2003년부터 논의돼오던 평택미군기지 확장은 2011년에 ‘용산기지 및 미 제2사단기지 등 주요 주한 미군 기지를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 완료’에 합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평택 안정리에서도 문화시설이 들어서고 도로를 넓히는 등 주한 미군 기지 확장에 따른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안정리에서는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도시재생계획’을 통해 주민이 참여하는 도시 개발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개발로 인해 기지촌 여성들이 살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1960~70년부터 기지촌에서 일해오던 여성들의
청년 채무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지금, 아직도 청년들은 빚 독촉에 신음하고 있다. 무너진 청년 채무자의 권리와 인권을 논의한 대담이 지난달 24일 오후 7시 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 사무실에서 진행됐다.빚 갚기 위해 시체까지 닦았다최초 부채가 생긴 과정을 말해 달라민철식(이하 민) : 2007년 제대 이후 돈을 벌기 위해 상경했다. 그런데 직업을 잘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대부업체에서 400만 원 정도를 빌렸다.김준검(이하 검) : 2011년 제대 이후 알바를 하고 있던 중에 다단계 회사를 추천받았
‘청춘 파산’.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은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 됐다. 지난 3월, 우리 학교 우리 학교 동문 김의경(국문00) 작가의 데뷔작 ‘청춘 파산’이 출간됐다. 작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수상작인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하는 ‘프리바이터’였다. 단기 알바를 전전하던 ‘인주’는 날마다 봉고차를 타고 상가수첩을 돌리기 시작한다. 소설은 인주를 따라 서울 곳곳에 얽힌 추억을 풀어놓는다. 빚더미에 쫓겨 내려놓았던 인연과 구구절절한 알바 경험담이 주제다. ‘2014
청년 채무자 2만 시대. 과연 무엇이 청춘을 파산으로 이끄는 것일까.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토토협과 금융정의연대(이하 금정연), 에듀머니 등 금융 관련 시민단체 세 곳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빚이 있는 청년들 807명에 대한 ‘청년부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신용카드 결제금도 빚으로 간주했으며 서울 지역에 거주, 혹은 근무하는 35세 미만의 미혼 청년들을 대상으로 했다. △부채 보유 정도 △소득 수준 △직업 종류 △연체 정보 등의 질문을 담은 이 조사는 청년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부채 발생과 악성화 원인에 대한 해결책
장기적으로 사회 구조 개선이 시급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현 채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금정연과 에듀머니는 청년 부채에 대한 해결책으로 ‘금융복지상담’과 ‘단기 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금융에 복지를 더하다금융복지상담은 말 그대로 금융에 복지를 적용한 개념이다. 여기에는 빚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다. 채무자 혼자서는 빚을 해결할 수 없으니 사회가 제도나 시스템을 통해 채무자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금융복지상담의 목적은 금융의 약탈적 속성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 사전
2014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민주주의의 비호를 받지 못하는 그늘진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대학이다. 대학생은 학교에 등록을 하는 순간부터 헌법이 수호하는 자유를 반납한다. 헌법 제22조에 명기된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가 그것이다. 대학은 학칙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위헌학칙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타대 위헌학칙 피해 사례 △우리 학교 학칙 위헌성 검토 △위헌학칙의 기원과 문제점 △위헌학칙 개정 운동 움직임과 나아갈 방향을 통해 위헌학칙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
지난해 11월 당시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전국 172개 4년제 일반 대학의 학칙을 조사해 ‘비민주적·반인권적 학칙의 실태와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간행물 발행 시 사전 허가와 지도를 규정하고 있는 대학은 83.1%, 시위 및 집회의 권리를 제약하는 대학은 73.2%에 달한다. 또한 학생들의 자치단체 조직을 허가제로서 규제하는 대학은 53.4%, 총학생회 등 학생대표의 피선거권 제한이 있는 대학은 40.1%에 이른다. 이러한 학칙의 존재는 실제 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양산했다.규정의 일방적 적용으로 학생 자치 언론 탄압
우리 학교 학칙과 학생준수사항 역시 학우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에서는 우리 학교 학칙과 학생준수사항 중 타 대학에서 ‘위헌학칙’ 논란이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위헌성 여부를 검토했다. 2010년 ‘대학생 민주학칙 개정운동’부터 학칙개정운동에 참여해온 박주민 변호사에게 자문했다.학생 기본권 침해하는 학칙 존재해학칙 제57조(학생활동의 승인)에 따르면 학생단체 또는 학생이 학내에서 행사를 열 때는 사전에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학칙 제58조(금지활동) 역시 ‘학생은 수업, 연구 등 학교의 기본
대학생의 권리와 자유를 속박하는 현재의 학칙은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비민주적인 학칙의 유래를 살피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신정권과 마주하게 된다.학칙, 국민 자유 억압하던 유신의 잔재유신 헌법 철폐에 대한 대학생의 요구가 거세지자, 유신정부는 1975년에 *‘학도호국단(이하 호국단)’을 부활시켜 학생 활동을 규제하고자 했다. 호국단이 생기면서 학생회가 해체됐고, 국가는 호국단 학칙을 통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제한을 뒀다. 교육법을 다년간 연구해 온 방송통신대학교 임재홍 교수는 “민주화 요구와 독재정권 비
지난달 26일 아침, 우리 학교 600주년기념관 앞에 하나 둘 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곧이어 현수막이 펼쳐지고 ‘위헌학칙 엔딩’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대자보 철거, 교지 회수 등 대학 학칙으로 입은 피해를 성토한 이들의 정체는 ‘대학 안녕들하십니까(이하 대학 안녕들)’이다.대학 안녕들은 각 대학의 ‘안녕들하십니까’ 커뮤니티에 있던 대학생들이 모여 대학생들이 처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다. 지난겨울 대학 안녕들에선 △각자 대학에서 겪는 어려움을 글로써 토로하는 ‘대자보 백일장’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여권통문’,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다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조선에는 서양 근대 문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중 신 앞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기독교 사상은 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윽고 서구 문물의 영향을 받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가부장제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 그리고 1898년 9월, 마침내 여성단체 ‘찬양회’가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권리선언서인 ‘여권통문’을 발표했다. 여권통문은 여성들의 △교육권 △직업권 △참정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독립운동을 연구한 윤정란 서강대 교수는 “여권통문을 근대
지난 1일, 삼일절 95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 창립대회가 진행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데 뜻을 둔 인사들이 참여해 기념사업회 출범을 기렸다. 김희선 기념사업회 회장을 만나 기념사업회 출범 배경과 의의를 들어봤다. 운명처럼 마주한 여성독립운동 문제시간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희선 회장이 이덕일 소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여성독립운동에 관한
“2010년까지 노후화된 원전 가동을 멈추지 않으면 정말 큰 사고가 날 것이다.” 13년 전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에 남긴 세계적인 탈핵 운동가 다카기 진자부로의 섬뜩한 예언은 2011년 3월 11일 초대형 쓰나미가 후쿠시마를 덮치며 현실화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서 노심용융*이 일어나고 4호기는 폭발했다. 이 때문에 일본 국토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됐다.시민사회가 뿌린 탈핵의 씨앗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탈핵 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후쿠시마 이전의 탈핵 운동이 기존 환경단체들만의 환경운동이었다면 이젠 △교
“지금이 포스트-후쿠시마 시대라 하지만, 오히려 상황은 후쿠시마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지난 11일 오후 8시, 신촌역 6번 출구 앞에 흰색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몇몇은 ‘핵 Out’, ‘No more 후쿠시마’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고, ‘핵발전소 폐기하라’는 글을 적은 헬멧을 쓰고 있기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이들을 쳐다봤다. 후쿠시마 3주기 추모 행진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3월 후쿠시마 사태 추모 행사가 열린다. 후쿠시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에서 작은 상영회가 열렸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에서 주최한 ‘게이봉박두’다. 이는 친구사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여준 자리로 이날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성소수자들이 만든 단편영화 6편이 상영됐다.‘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는 친구사이가 마련한 문화강좌 게이컬쳐스쿨에서 성소수자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쉽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영화사 레
상영회는 막을 내렸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게이컬쳐스쿨 ‘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 강의를 맡은 최영준 강사를 필두로 이날 상영회에 참석한 성소수자 감독들과 함께 게이봉박두의 소회를 풀었다.상영회를 시작한 이유는?최영준(이하 최) : 사실 게이컬쳐스쿨에서는 2006년부터 영화수업을 진행했다. 그때는 김조광수 감독과 같은 유명 인사를 초빙해 특강 형식으로 이론수업을 주로 했다. 그런데 이론만 다루다 보니 수업에 매력이 없었던 것 같다. 수업 공고만 나오고 실제로는 수강생이 없어 운영되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래서 직
기존 가해자 중심적 시각 벗어나, 피해자 맥락 고려해 바라봐야, 성폭력 통념 바꾸려는 노력도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은 피해자의 고통과 심리상태 등을 고려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본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객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해자 중심’이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여자가 꽃뱀 아니야?” “피해자의 평소 사생활이 문란하대.” “진작에 싫다고 거부하지 않고 뭐한 거야?” “역시 여자를 고용하면 시끄러워져.”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들은 제3자 혹은 가해자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성폭력 사건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 왔다. 대학 사회 내에서도 피해자 중심주의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옴에 따라 학칙개정운동이 전개됐다. 학칙개정운동은 대학 내 반성폭력운동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90년대부터 대학 내에서 외면 받던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97년에는 18개 대학이 함께한 ‘학내 성폭력 근절과 여성권 확보를 위한 여성 연대회의’가 꾸려지기도 했다. 이후 반성폭력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성폭력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