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어가고, 하루는 끝나가지만 대학생인 우리의 하루는 끝없이 빛난다.
5월의 시작. 꽃이 지고 푸르른 녹음이 교정을 물들이는 중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쏟아지던 과제가 하나둘씩 마무리되면서 학우들의 마음에는 산들바람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대동제도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대학 축제를 처음 접하는 코로나 학번에게도, 오랜만에 축제를 마주하는 코로나 이전 학번에게도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축제의 막이 오르기도 전, 자과캠 대동제에 대한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본지 1694호 ‘다가오는 대동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참조). 자과캠 스프링은 외부인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서울의 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책 속 주인공이 어린 수강생들을 보며 한 말이다. 이 의미심장한 구절을 읽은 후 나는 이 책을 펼쳐보기로 했다.김애란의 비행운은 이상과 동경을 상징하는 비행운(飛行雲)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꾸만 비행운(非幸運)의 굴레로 빠져드는 아이러니한 단편 소설의 모음집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행복을 기다리고 있다. 이사 온 집에서 꾸려갈 생활을 기대하는 『벌레들』의 아내도, 끝나지 않는 장마가 곧 멈출 것이라 믿는 『물속 골리앗』의 아들도, 충남에서
빼앗긴 것은 '길'이 아니라 '눈'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나의 가치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가치와 같다. 내가 살리고 전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나다.’ 존경해마지않는 PD 정혜윤 님의 말이다. ‘옳다고 믿는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자’ 아끼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국회의원 장혜영 님의 말이다. 하얀 정사각형 공책에 사랑하게 된 말들을 훔쳐 온지 2년이 돼간다. 앞선 두 말은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말이다. 책에서 읽은, 기사에 적힌, 누군가가 나에게 건넨 말... 온갖 말들로 공책 여섯 권을 채우는 동안 나는 참
2021년 10월 6일은 나에게 있어 잊혀지지 않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독일 유학시절 나의 스승이셨던 벤자민 리스트 교수님 (소속: 막스플랑크 연구소)께서 단순유기분자가 촉매 (이하 유기 촉매)로써 사용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대칭 촉매반응의 한 분야로 확장하는 공헌을 인정받아 노벨화학상의 영예를 안은 날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비대칭 촉매반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이금속과 효소가 주로 사용되어져 왔지만,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카이랄 풀인 설탕 그리고 아미노산을 촉매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센세이션한 개념이었다.
당신과 나는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처음부터 이게 무슨 말이냐며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당신이 될 수 없고, 당신은 내가 될 수 없다.얼마 전 동생이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언니는 남들이 언니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나도 나를 이해 못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이해 하겠어.”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와 공감은 사람의 관계를 풍족하게 만든다.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의 주문을 덧붙이기 시작하면, 관계의 관절
이번 바람닭은 필자의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20여 년 전 즈음, 우리 집에는 어린아이가 두 명 있었다. 아이들이 있다 보니 겨울마다 가습기를 틀어뒀다. 그즈음 아이가 있는 집 대부분에서는 가습기가 상시 가동됐다고 한다.소중한 내 아이가 쓰는 가습기를 깨끗하게 살균해준다 하니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가습기 살균제는 날개 돋은 듯 팔렸다. 미생물 번식과 물 때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가습기 살균제. 필자의 어머니도 매일매일 가습기를 세척하셨다고 한다. 간편하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워낙 그런
세상에는 내가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교환학생으로 체코 브르노에 파견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트램을 타는 것,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는 것, 이곳의 풍경 모두가 익숙하다. 언어만 좀 다를 뿐 이제는 체코 브르노 시가 아닌 대한민국 경기도 브르노 시에 있는 느낌일 정도로 이 곳에서의 생활은 이제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나는 내가 교환학생으로 타지에 나가서 보내는 생활에 이렇게 잘 적응할 줄 전혀 몰랐다.사실 나의 교환학생 준비 과정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매우 한심해 보일 정도로 허술했다. 명확한 계기도, 목표도 없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철학자 데카르트가 남긴 이 말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한 번씩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문장이다. 그렇다면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철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셈일까? 최근에 공연 한 편을 보며 또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난 1일부터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쇼‘ 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극작 한정석, 작곡 이선영, 연출 박소영)’다.이 작품에는 파라디수스라는 가상의 국가와 독재자 미토스(Mythos, 신화)가 등장한다. 미토스는 로고스(Logos, 진리)의 반
알고 보면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어떠한 문화 현상을 조명하고 가치를 밝히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견해는 필수적이다. 기자는 보도하는 사람이지 논설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유롭게 나의 생각을 전할 수 없는 것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펜을 든 나의 숙고 없는 몇 문장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지를 알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다.‘의외로 기사는 인터뷰에서 시작해 인터뷰로 끝난다.’ 지난해 겨울에 서울신문과 성대신문의 콜라보 기획 연재 시리즈인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에 참여해 기사를 쓰면서 서울신문 기자님께 들은 말이다. 그때는
몇 달 전 성대가 대장동 사건으로 신문지상에 명예롭지 않게 오르내렸다. 화천대유라는 부동산개발회사에서 동문들의 활약(?)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대장동 사건은 아직도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남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 개발 사업에서 사용된 “수용”에 관한 것이다.“수용”은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을 강제로 취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가 있을 때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국가는 국민의 재산권을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모든 부동산 개발사업의 핵심은 좋은 땅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맺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들. 모두와 친해지고 싶어 이리저리 눈치를 본다. 혹시나 내 한마디로 저 친구가 상처 받지는 않을까? 그래도 대학생활에서 학업뿐만 아니라 이런 관계들을 다루는 법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봄이 성큼 다가왔다. 저마다 얼굴을 내미는 꽃들을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꽃놀이 명소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노오란 개나리도 분홍빛 진달래도 좋다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봄꽃은 단연 벚꽃이다. 흩날리는 벚꽃 잎은 겨우내 굳었던 마음도 간지럽히곤 한다.윤중로 벚꽃길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누군가의 말에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윤중로를 가득 메운 벚나무들이 원래 뿌리내리던 곳은 여의도가 아닌 창경원이다. 창경원은 현재의 창경궁인데, 일제는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고 그들의 정원으로 꾸몄다. 대량의 벚나무를 심었고 낙타와 타조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 했던가. 시험 기간에는 별생각이 다 드는 게 대학생이다. 카놀라유와 포도씨유 중 무엇이 더 건강에 좋은지 검색해보고, 혹시 집에 벌레가 나오지 않을까 세스코 서비스 한 달 이용 가격을 찾아본다. 멀쩡한 냄비를 놔두고 괜히 전자레인지로 봉지 라면을 끓여보는 도전을 하기도 한다. 봄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연애 생각이 솔솔 나기도 한다. 연애란 참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게 관심이 없고, 이성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 상대가 나에게 이성적 호감을 보여 난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마음’에서 나쓰메 소세키는
많은 사람이 ‘성대신문’이라는 학보가 한 학기에 8번이나 발간되는 것에 대해 모를 것이다.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는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선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줄어든 학생활동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암울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성대신문의 지난 호는 성대신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존재가치를 보여주었다.먼저, 학보가 가지는 존재가치는 대학생이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호 성대신문을 살펴보자면 오너리스크 문제에서부터 전통문화의 재해석, 전문대
헌 책에 필기를 더하다.
기사 쓰기란 쉽다. 그러니까, 적당한 기사를 쓰기란 쉽다. 그건 많은 고민을 요하지 않는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소재들이 있다. 그런 소재를 선택해 관련 내용을 기사의 틀에 맞추면 된다. 어떤 지적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보기 좋은 기사가 당당히 지면의 한 구석을 차지한다.그리고 그걸 넘어서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는 평가를 듣는다. 어떤 매너리즘에도 갇히지 않고 통찰력 있게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번거롭더라도 최대한 많은 입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아이러
학부 전공으로 연극공부를 시작했으니 언 20년 정도 연극을 통해 세상을 만나왔다. 세상을 만나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상 모든 ‘연극’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실존하는 인물들만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상상된 인물들이 현실을 더 통렬히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하였다. 특히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나 고통을 견디어야 했던 사람들, 꿈을 향해 계산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캐릭터, 대의를 위해 자신의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했던 의인을 연극으로 만났을 때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