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한센인들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지난 2월 15일 대법원은 정부 정책에 의해 단종·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 남성 9명에게 3000만 원, 여성 10명에게 4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단종·낙태 수술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행위로서 그에 관한 동의·승낙이 없었다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으로서의
지난달 21일 오전 5시 30분, 불광동에 자리한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사무실을 찾았다.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가 현장 나갈 채비로 분주했다. 그는 ‘혼자 죽은 이’의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사다. 그에 따르면 유품정리는 간단한 물건 정리부터, 부패된 시신이 있던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스위퍼스는 특수청소 현장만을 맡는다. 이날 의뢰받은 현장도 50대 남성이 사망하고 20여 일이 지난 후 발견된 현장이다. 채비를 마친 길 대표는 트럭에 올랐다.나란히 앉은 기자들에게 길 대표는 “혼자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 40분, 무연고사망자 박대흥(가명) 씨와 김명구(가명) 씨의 관이 실린 봉고차가 서울시립승화원으로 들어왔다. 봉고차는 검정색 리무진의 운구행렬 사이에서 홀로 회색이었다. 검정색 리무진들은 승화원 본관에 닿은 행렬의 머리부터 차례대로 정차했다. 멈춰선 리무진에서 관이 내릴 때 울음소리가 인파들 틈에서 터져 나왔다. 회색의 봉고차는 검정색 리무진이 줄지은 포장도로 옆 갓길에 정차했다. 봉고차에서 관들이 내릴 때, 인파는 봉고차를 등지고 멀었다. 관들은 차례대로 화장로에 입관했다.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이곳 서울
유품정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원래 장례지도사 직업에 관심이 있었다. 정보를 찾다 보니 ‘유품정리’라는 일이 눈에 들어오더라. 1인 가구가 늘고, 고령 인구가 늘고, 결국 ‘혼자 죽는 이’도 늘고 있다. 혼자 살다 보니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치된 시체에서 흘러나온 악취와 이물질은 아무나 정리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이 일을 시작했다.유품정리는 왜 필요한가.△교수 △기자 △일용직 노동자 △무직자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기억에 남는 사례는.부: 27살 청년이 있었다. 17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아버지와 따로 살고 있었는데 10년 뒤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연락이 온 거다. 27살이 무슨 돈이 있겠나. 시신 인수를 포기했는데, 그 청년이 구청에 연락해 화장날짜를 알아낸 뒤 우리에게 찾아왔더라. 우리랑 얘기하는데, 아버지가 원망스럽지만 자신은 예를 다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날 이후 그 청년을 본 적은 없지만, 그 청년은 살아가며 아버지라는 존재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오지 않았더라면 그 청년의 경우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는
2015년 7월 5일(독일 현지시각) 군함도 탄광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정식 등재됐다. 지난 6일 나가사키 현에 위치한 군함도를 직접 방문해보았다.일본 근대화의 상징 군함도오전 8시 55분, 군함도에 가기 위해 나가사키 항을 찾았다. 항구엔 나가사키 페리 터미널(이하 페리 터미널)이 있다. 페리 터미널 정문을 들어서자 군함도 매표소가 보였다. 현재 군함도는 일본 내 인기 관광지다. 한달 전부터 예약이 들어차 당일에는 표를 구하기 힘든 수준. 이 날도 모든 배편이 매진됐다. 기자가 매표소 직원에게 예약 메일을 내밀자 직원이 지도를
원자력, 그것이 알고 싶다.원자력이란 핵반응에 의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동력으로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은 온실가스가 나오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원자력 발전은 지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이로운 발전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원자력은 우리 삶에 그저 이롭기만 한 에너지는 아니다. 긍정적인 측면에 가려진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다. 기계적 결함과 사람의 실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스리마일 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피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곳이 있다. 그곳은 사람들에게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언론도, 시민단체도 아니다. 바로 우리의 팔과 등에 묵묵히 매달려있는 가방을 제작하는 가방 디자인 회사, ‘백퍼센트 디자인’이다. 100% 즉 △소외계층 △동물 △자연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긴 가방을 만든다는 백퍼센트 디자인은 그 첫 번째 메시지로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반핵 메시지 백’을 만들었다. 가방에 새겨진 메시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한 번쯤 고민해보기를 바란다는 백퍼센트 디자인의 박은정 대표를
지난달 24일 오후 9시, 손을 아리는 찬 공기 사이로 수레 소리가 들려왔다. 수레 소리는 힘겹게 이어지다 어느 순간 멈췄다. 곧이어 들려오는 비닐끼리 부대끼는 소리, 더미 위에 무언가가 얹히는 둔중한 소리, 그리고 다시금 제 길을 가는 수레 소리. 갑작스러운 한파로 최저기온이 영하를 하회한다는 일기예보에, 약간의 늦저녁임에도 거리에는 드물게 사람이 모습을 비췄을 뿐, 한산했다. 텅 빈 거리를 메우는 것은 오직 저 소리들과 이를 만들어낸 쓰레기 더미 그리고 야간 용역 환경미화원뿐이었다.한때 기피직종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래 세가지 사례는 기자가 대행서비스업체의 인터뷰와 이용 후기를 참고하여 각색한 사례입니다. 붕괴된 공동체의 틈을 메워준 대행서비스대행서비스는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핵가족이 주된 가구 유형으로 나타나면서 과거에 대가족 형태의 마을공동체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도움을 더 이상 받기 어려워지게 되었고, 그 빈자리를 여러 대행서비스 업체가 메우기 시작했다. 이삿짐을 대신 옮겨주는 이삿짐센터부터 배달을 대행해 주는 퀵서비스와 같은 대행서비스가 성행했다. 10년 전 대행서비스는 이처럼 고객의 잔일을
“저쪽은 다 외국 애들이지”라고 말하는 잡부의 수염이 희끗했다. 그는 차도 건너편을 바라보며 보리차를 마시고 있었다. 보리차는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고 있었다. 보리차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따라 상 위에 정렬했고 잡부들은 차례 없이 가져가서 마셨다. 새벽 공기는 찌르듯 찼고, 보리차에서 김이 났다. 찌르듯 찬 새벽 공기에, 잡부들의 보리차는 필사적으로 보였다. 보리차가 담긴 보온 통을 옮기던 한 자원봉사자에게 다가가, 매일 나오는 것이냐 물으니 “빨간 날 빼고 다 나온다”고 말했다. 왜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날이 추우니까”라고 말하며
심각한 노인문제역 앞에서 기자가 본 것과 같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인들의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노인문제, 즉 기본적인 물질적 빈곤과 이로부터 비롯되는 정신적 빈곤 문제가 해결되어야 신노년문화의 완전한 정립도 가능하게 된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김지범 교수는 “우리 사회의 노인들은 지금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생리적 욕구)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인데 신노년문화는 피라미드의 맨 위층인 자아실현 부분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본적인 노인문제가 해결되어야 신노년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노인들이
00옹(翁), 00영감, 0노인, 00어르신. 방송에서 무기력하거나 지친 모습을 보이는 경우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자막으로 빠짐없이 등장한다. 여전히 ‘노인’은 무기력한 존재, 창작이나 혁신과는 거리가 먼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노인은 무기력하다’는 인식의 틀을 깨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노년층’이란 기존의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노인 이미지를 탈피해 여가·취미생활에 관심을 가지며, 보다 주체성을 갖춘 세대이다. 미국에서는 1998년 로우와 칸이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
‘제9회 2016 서울 노인영화제’가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성북구 아리랑 시네 센터에서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 노인복지센터가 주최한 서울 노인영화제는 만 60세를 기준으로, 노년 세대의 자유 주제 부문과 젊은 세대의 노인주제 부문으로 구성된 단편경쟁영화제이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어 가고,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영화제 본선에 진출한 20개의 작품 중, 노인 부문 영화 의 김유희 감독을 만났다. 올해 66세인 그는 고등학교에서 국사 교사로 근무하다 3년
아이들의 집이 된 학교‘원죄없으신 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주거·생활형 대안학교인 자오나학교는 2014년 10월에 그 문을 열었다. 이곳은 본래 30년 동안 지방에서 올라온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로 쓰였다. 초기에는 학생들과 여러 활동을 진행해보고자 했지만, 점점 빡빡해지는 대학생들의 일과로 인해 더는 잠을 자는 숙소 이외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좀 더 활력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강명옥 교장 수녀는 사회에서 정말 아프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내린 답이 바로 청소년 미혼모였다. 학업에서 단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젠더격차지수에 의하면 한국은 0.651점으로 145개국 중 116위에 해당했다. 젠더격차지수는 △건강과 생존 △경제 참여 기회 △교육적 성취 △정치적 권한 등의 분야에서 성별에 의해 발생하는 차이를 수치화한 것이다.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고 하지만, 상당수의 통계자료가 보여주듯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들은 이와 같은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담긴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은 나쁘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집필한 이민경(24) 씨는 책을 통해 여성 차별적 발언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대화의 기술을 알려준다. 언어에 초점을 맞춘 책을 집필한 이유가 무엇인가.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인가 불편하긴 하지만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다면서 페미니즘 이론 공부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더라. 그런데
많은 학우들이 성차별을 경험하고 이에 상처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성차별적 언어가 우리 일상 속에 너무도 깊게 자리 잡은 나머지 자신의 말이 누군가를 차별하는 발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12일 인권 네트워크 ‘사람들’ 성균관대 모임이 주관한 집담회가 열렸다. 아래는 집담회에서 나온 발언들과 우리 학교 학우들이 직접 겪은 일들을 일부 정리하고 그 문제점을 우리 학교 양성평등센터 김희정 박사와 최문희 사회학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 작성했다. 언어란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며 맥락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이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세~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65만 2000명이며, 이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가 25만 6000명으로 전체 취업시험 준비자의 약 40%를 차지했다. 약 22%를 차지한 일반 기업체 취업시험 준비자의 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는 젊은이들이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취업 포털 알바몬이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578
이제 시작인데 성과를 보여 달라고?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청년은 중장년층보다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시행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 경험이 있는 20대의 46.7%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각 부처를 통하여 청년에게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는 초기 단계의 창업가들이 지원금을 받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창업지원금을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에는 창업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