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시장의 패션거리 쪽으로 들어섰다. 북적거리던 ‘먹자골목’과는 달리 휑하고 썰렁한 분위기가 풍긴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점포도 눈에 띈다. 70년대 공단이 설립된 후 수많은 근로자들이 월급날만 되면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선물을 사기 위해 모여들었다는 구로시장은 이제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던 중 한 어르신이 말을 건넨다. “어디 찾아왔어? 이 근처에서 행사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있던데 한 번 가봐.” 안내를 따라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무대가 만들어져 있고, 몇 명의 청년
“욕심내지 말고. 우리처럼 이렇게 살살 벗기지.” 어르신과 청년들이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나무를 깎고 있다. 여기는 마포의 한 임대아파트. 함께 나무를 깎고 있는 이 청년들은 바로 ‘마포는 대학’의 ‘명랑마주꾼’이다. 2012년, 이곳에선 100일간 6명의 주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대 청년부터 90대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명랑마주꾼은 침체된 분위기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서로 명랑하게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이름이다. 이듬해 이곳에 모인 청년들은 명랑마주꾼
우리 학교에도 정당을 통해 ‘정치 사랑’을 실현하려는 학우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신념을 좇아 들어간 정당이 오히려 꼬리표가 되는 시대, 당적을 밝히고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 가운데 흔쾌히 기자를 반겨준 사람이 있다. 대학생 정당원 최민석(경제 10) 학우다. 정당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턴가.고등학생 때 촛불집회를 겪었다. 당시 열기를 전하던 정당인들을 보고 ‘내 목소리를 전해주는 정치’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 입학 후에도 시민으로서 내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창간 27주년을 맞아 한국대학신문 대학생 평가단 포함, 전국 대학생 1,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의식조사에서 대학생의 86%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정치인을 꼽은 응답도 85%에 달했다. 압도적인 수치지만, 대학가에 만연한 정치·정당 불신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닐지도 모른다.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고찰한 최근 저서 에서 이 같은
지난 19일, 서울의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불광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마치 대학캠퍼스 같았다. 건물들 사이로 너른 잔디밭과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흙탕물이 고인 웅덩이와 은행 열매를 요령 있게 피하며 걷다 보면 하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오래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청년들의 해볼 만한 공간’ 청년청이다.청년청은 서울혁신파크 22동 건물에 있다. 이 건물은 서울혁신파크 종합계획에 따라 2017년 2월 철거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그때까지 놀리는 공간을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101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전문 영화인들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를 제작·상영하고 홍보하는 단체이다. 설립자인 이은경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리어프리영화의 모토는.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인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배리어프리영화는 어르신과 아이들, 시청각 장애인뿐 아니라 지적 장애인들도 모두 좋아하신다. 장애인들이 살기 편한 세상이 곧 모두가 살기 편한 세상이듯이, 배리어프리영화 역시 모두가 함께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영화사 ‘조아’의 대표이기도 하다. 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계기
누군가는 영화의 아름다운 비주얼과 웅장한 사운드에 감탄하지만, 시·청각 장애인에게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영화 이해를 방해하는 하나의 장벽이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영화를 둘러싼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본래 배리어프리(barrier-free)란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게 하자는 취지로 건축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건축·공공시설 외에도 제도적 장벽을 비롯해 각종 차별과 편견,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배리어프
아마추어 리그를 통해 대학스포츠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는 농구, 축구 등 구기 종목 위주로 운동 동아리를 위한 리그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대학 농구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대학농구동아리 U 리그’를 개최했다. 올해에는 전국 57개 대학 74개 대학농구동아리에서 1,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수도권대학의 38개 농구동아리가 참가한 지난 대회에 비해, 규모가 전국단위로 확장됐고 여자부도 신설됐다.이번 대회에는 우리 학교 농구동아리인 ‘농성회’와 ‘프렌즈’가 참가했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국제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차이에서 찾는다. 서강대 정용철(체육교육) 교수는 “비슷한 사례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동호회 수준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다른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엘리트 선수들을 적극 참가시켰다. 정 교수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는 1위를 목표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은 대학스포츠를 엘리트 스포츠 중심으로 운영되게 했다. 하지만 엘리트 중심의 대학스포츠는 이제 대중의 관심을 잃었고 여
지난 11일 새벽 6시 20분, 서대문구의 한 설렁탕집 앞에서 택배기사 김형민 씨를 만났다. 꽁지머리에 야구모자를 쓴 형민 씨의 귀에는 검은색 블루투스 이어폰이 꽂혀있었다. “담배 펴요?” 형민 씨가 기자에게 처음 던진 질문이었다. “나 담배 진짜 많이 피는데, 아들 녀석이 담배 연기를 싫어해서…” 우리는 난지도를 지나 서울 외곽의 물류센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김 씨는 00택배의 한 영업소에 속했다. ‘속했다’고 표현했지만 택배기사들은 엄연히 말해 개인사업자다. 택배기사들은 개인소유의 지입차량을 갖고 운수회사
'셰어 하우스'란 여러 사람이 개인적인 공간을 따로 가지고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은 공유하며 함께 거주하는 생활양식을 말한다. 임대료와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경제적 이점과 개인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주거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이점을 함께 갖고 있다. 1~2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 개념이 등장하여 현재 보편화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과 함께 점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도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 ‘두레주택’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적 기업 ‘
현재 성북구에서 살고 있는 성신여대 서양화과 이유진씨의 룸메이트는 70대인 주인 할머니, 80대 작은 방 할머니, 대학원생 언니이다. 이 색다른 동거는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대학생-어르신 주거 공유 프로젝트인 ‘룸 셰어링’ 사업으로 이루어졌다. 타인과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그들의 생활기를 들어봤다.룸 셰어링 사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대학 합격 후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원래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다. 기숙사는 11시 반이면 문이 잠기기 때문에 미술 전공이라 야간작업이 잦은 나는 걸핏하면 밖에서 밤을 지
책이 가득 찬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평한 지식의 보고다. 그러나 어떤 지식은 글로 남기기보다 마주 보고 전달하는 편이 낫다. 도서관은 이런 지식을 포기해야만 할까? 2000년 덴마크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은 말하는 책, ‘사람책’을 고안해 이 딜레마를 해결했다. 읽고 싶은 책을 빌려 가듯 만나고 싶은 사람을 빌려 가는 ‘사람도서관(Human Library)’의 시초다. 사람 간의 대화를 통해 지식과 경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다. 덴마크 청년 비정부기구 'Stop The Violence'가 뮤직페스티벌에서 운영한 것
현재 위즈돔에는 서울에만 1,600명 이상의 ‘사람책’들이 등록돼 있다. 사진작가, 수공예 장인부터 인문학자, 소설가는 물론 싱글맘의 노하우, 워킹홀리데이 경험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은 다양하다. 지금까지 이뤄진 만남은 5,500건, 참여한 사람은 3만 6,000명이 넘는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을까.위즈돔에서 활동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미 개설된 만남에 참여하는 것이다. 위즈돔 홈페이지의 ‘참여하기’ 카테고리에서 유형과 지역을 선택하면 날짜가 가까운 순으로 개설된 만남을 보여준
축의금, 과도한 혼수와 예물 등 결혼식의 여러 허례허식 때문에 결혼에 참여하는 혼주, 하객, 부부 모두 괴로워하고 있다.특히 결혼 당사자인 청년세대에게 결혼은 큰 부담이다. 지난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만19∼34살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69.7%의 청년들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결혼이 꺼려진다’고 응답했다. 하객들에게도 결혼은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월 직장인 500명에게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조사비가 가계에 부담된다’는 응답이 92.4%에
#1. ‘비용은 최소로’ 공공시설 웨딩지난 3월 15일 화창한 오후, 박달근(35), 어윤복(35) 부부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들이 결혼식을 치른 곳은 일반 예식장이 아닌 서울역사박물관이다. 부부가 예식장을 대여하는 데 쓴 비용은 40만 원, 여기에 예식장을 꾸미고 음향시설을 대여하는데 100만 원이 들어서 총 140만 원을 사용했다. 피로연 식대는 박물관 구내식당 메뉴에 고기와 과일 메뉴를 추가해 총 15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이외에도 결혼식 기본 패키지인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와 기타비용을 포함해 이들
청년층에서는 입사 지원서의 부당한 차별 가능성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청년 노동조합 서울청년유니온은 2013년 서울시와의 교섭을 통해 ‘청년일자리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서울특별시는 산하 투자출연기관이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직무와 무관한 항목이 포함되지 않은 표준 이력서를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2007년 고용 노동부가 보급한 표준 이력서는 △가족 관계 △사진 △학력 등 차별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항목을 제외한다.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청년 위원회 ‘스펙조사팀’은
아버지 뭐하시노많은 기업들은 채용 시 지원자에게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항을 요구해왔고, 그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 국내 사기업 170개의 2015년 공채 입사 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각 항목이 포함된 지원서는 △학력 166개 △생년월일 또는 연령 154개 △사진 145개 △가족관계 103개 △종교 46개 △혼인 여부 53개 △신체사항 58개였다. 가족관계 항목 중에서는 88개가 가족 구성원의 구체적인 직업을, 61개가 최종 학력 또는 출신교를 물었다. 가족과의 동거여부를 물은 지원서도 77개에 달했다.
당사자 없는 최저임금 결정? 올 초 취업포털사이트 알바몬의 ‘혜리 광고’를 두고 신경전이 펼쳐진 것은 학생·청년 알바들과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였다. 왜 하필 이들이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흔히 이들이 최저임금을 지급받고 지불하는 ‘최저임금 당사자’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최저임금 적용의 당사자일 뿐, 정작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되어왔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각 9명씩으로 구성된다. 이 중 노동자위원은 양대 노총에서, 사용자위원은 전경련과 경총에서 전원 추천한다. 양대 노
노동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을 것 같다.우리 센터에서는 연간 3천 건 이상의 노동법 상담요청을 처리한다. 그중 절반은 임금체납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절반의 반은 부당해고에 관한 것이다. 그 외에 산업재해, 노조활동 관련 각종 노동법 상담 요청이 들어온다.상담을 통해 문제가 잘 해결되는 편인가.명백하게 법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법적 절차를 받으면 다 해결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긴 다음이다. 해당 문제에 대한 보상은 받겠지만, 그 이후 회사생활이 힘들다. 그러므로 신고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