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를 ‘본다’. 하지만 상상해보자. 에 오싹한 벨소리가 없었다면? 에 기타맨의 연주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았다면?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소리가 없는 영화는 그저 반쪽짜리 에너지를 전달할 뿐이다. 우리가 정신없이 영상을 눈으로 좇는 동안, 소리는 그 뒤에 숨어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동시녹음기사, 소리를 가다듬다촬영 현장에 슬레이트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두가 배우에게 시선이 고정된 순간, 유독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동시녹음기사다. 동시녹음기사는 촬영 현장에서 발
빛나는 플래시 라이트, 매혹적인 레드카펫, 그 위를 뒤덮는 여배우들의 드레스 자락.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제의 모습이다. 영화제 기간이면 낯 뜨거운 노출 얘기로 인터넷이 떠들썩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뜨거운 영화제의 진짜 모습은 다들 잘 모른다. 영화제는 말 그대로 영화의 ‘축제’다.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올해로 스무 살을 맞이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 감독 등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았다.부산을 찾은 22만의 관객들 지난 2일 오전 8시, 부산영화의 전당
, 'GV'를 만나다영화가 끝나고 한 여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우니 르콩트, 영화의 감독이었다. 는 물리치료사인 엘리자가 친모를 찾아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GV로 상영됐는데, GV는 게스트와 만남의 약자로 상영관에서 영화 제작자 및 감독과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감독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손을 들고 질문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영화적 장치에 대한 것부터 감독의 생각까지 각기 다른 관점의 질문들은 다른 관객들의
오전 9시, 꽃다발에 쓰는 꽃을 파는 절화 매장이 한창 활기찰 때다. 양재 꽃시장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aT 농수산식품센터 옆에 있다.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aT 공판장. 이곳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그 뒤로 화환 매장이 있고, 종묘 매장, 절화 매장, 분화 매장 등이 있다. 절화는 오전 1시부터 경매가 이루어진다. 전국 각지의 농가에서 꽃을 갖고 오면 도매상인들은 꽃 상태를 보고 구입한다. 산 꽃을 다듬고 진열한 후 판매가 시작된다. 싱싱한 꽃을 다양하게 보려면 경매가 있는 월, 수, 금 오전에 가는 것이 좋다.
해마다 두 번, 졸업식 때면 성균관로는 때아닌 꽃밭이 된다. 이만 원, 만오천 원, 아니 만 원. 그림자가 길어질수록 꽃집 주인들은 조급해진다. “떨이요, 떨이” 평생 꽃을 사본 적이 없는 당신은 잠깐 고민하다가 빨간 장미와 하얀 안개꽃이 무성한 꽃다발을 고른다. 그렇게 산 꽃은 당신의 손에서 졸업생 선배의 손으로. “아빠, 이거 잠깐만.” 선배의 손에서 아버님의 손으로. “당신 이것 좀 들고 있어 봐.” 아버님의 손에서 어머님의 손으로. 끝내는 다른 여러 꽃과 섞여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꽃밭은 6개월 뒤에나 다시 돌아올 것이다.
벚꽃조차 떨어지고 여름이 시작되는 5월, ‘샤넬’의 패션쇼에 한복을 오마주로 한 옷이 런웨이에 올랐다. 늘 유행을 앞서나갔던 샤넬이지만 이번엔 좀 늦었다. 한국 누리꾼의 인스타그램에서 ‘#한복’과 ‘#일상’이 붙어있는 걸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명절 때나 입는 옷이었던 한복은 레드카펫으로, 또 거리로 점차 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한복 카페가 등장하는가 한편, 민속마을 내 한복대여소의 수도 많아졌다.한복 관련 동호회도 늘었다. ‘한복놀이단’도 그 중 하나다. 정부지원 민간사업단체인 한복놀
진시(오전 7시~9시)내가 한국인이긴 했던 걸까‘이거 왜 이렇게 생긴 거지.’ 당황했다. 내가 알던 한복치마는 앞으로 팔을 끼워서 뒤에 달린 지퍼를 잠그면 됐던 것 같은데 이건 온통 끈뿐이었다. 허리에 묶으니 치마가 질질 끌린다. 가슴 위로 올려서 묶어봤다. 여전히 치마는 바닥을 쓸었고 옷 태가 살지 않았다. 내 키는 166. 여자로서 작은 키는 아니다. 인터넷에 도움을 청했다. 왼쪽의 치맛자락은 안으로 넣고 오른쪽 치맛자락은 바깥을 감싸게 해 끈으로 몸을 둘러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로 빼 매듭을 지으면 된단다. 맞는 것 같다. 치마
사방이 흰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 산 언덕에 황금빛 누비저고리와 붉은 고름이 바람에 나부낀다. 설산과 한복이라니 생소한 조합이지만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숨 막히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패션모델도 전통문화 종사자도 아닌 한 여성. 한복을 입고 전국 방방곡곡을, 또 세계 각지의 명소를 다녀온 한복여행가 권미루 씨를 만났다. 명절이나 결혼식 등에서만 볼 수 있는 한복이 여행의 파트너가 됐다. 한복여행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처음부터 한복을 입고 여행을 다니려던 생각은 아니었어요. 한복을 갖고 싶어서 제게
1. 방학 때 제주도를 갔다가 탄, 송아영(신방 12) “토요일인데 학교는 왜 오셨어요?”“학교 언론고시반 예필재에서 하는 특강 들으러 왔어요. tvN 담당 PD분이 강의했는데 재밌었어요. 이번 학기에 예필재 학생 모집하면 지원해보려고요. 성대신문도 2학년 때 들어가려 했었는데 다른 일이 있어서 못했어요. 아, 저도 전공 수업에서 인터뷰해야 하는데 기자님 해도 될까요? 서로 돕고 살아요~”2. 예쁜 것보다 멋있는 게 더 중요한, 송혜슬(건축 15)“작년에 키우던 거북이가 죽었어요. 이름이 ‘돌쇠’였어요. 고등학교 1
전국민을 예술인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택한 방식은 인터뷰다. ‘휴먼즈 오브’가 당신도 주인공이라고 위로한다면 ‘디아티스트’는 당신의 삶이 곧 예술이라고 칭찬한다. 디아티스트 매거진의 편집장 김혜인 씨를 만나고 왔다.디아티스트 매거진에 대해 소개해달라.디아티스트 매거진은 작년 10월에 창간한 잡지로 6달에 한 번 나오고 있다. 웹상에선 예술 전반에 대한 뉴스를, 매거진에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디아티스트 매거진은 크게 뉴스섹션과 칼럼섹션과 인터뷰섹션으로 나뉘며 인터뷰섹션인 YOU=ART가 오프라인으로 발간됐다.
'휴먼즈 오브'의 시작2010년 8월 뉴욕, 이상한 사진가 한 명이 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브랜든 스탠턴,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실패한 채권투자자였다. 사진과 뉴욕을 사랑하던 그는 매일 거리를 쏘다니며 찍은 사람들의 사진을 페이스북과 *텀블러에 올렸다. 그의 인터뷰이는 ‘안젤리나 졸리’도 ‘오바마’도 아닌 그냥 슈퍼 아저씨와 빵집 아줌마였다. 이것이 ‘휴먼즈 오브 뉴욕’(이하 HONY)의 시작이다. HONY의 눈으로 본 뉴욕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채로우면서도 따뜻했다. 시작한 지 3년 만에 HON
브랜드 얼킨의 소개를 부탁한다.얼킨은 버려지는 미술작품을 이용해 크로스 백, 클러치 같은 제품을 만들고 이로 인한 수익금으로 신진 작가들을 지원하는 예술, 문화 기반의 브랜드다.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원래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의상디자이너 두 사람을 만났고, 셋이서 뭔가 재밌는 일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데 뜻이 통했다. 미술학도의 작품들이 졸업전시 후에 대부분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버려지는 그림을 활용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이성동 디자이너가 그림으로 가방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얼킨을 설립했다
제4회 UAUS 페스티벌의 마지막 주인공은 서울시립대였다. 지난 6일 열린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단은 우승팀으로 서울시립대를 외쳤다. 서울시립대는 ‘서울, 지하철, 붐빔’이란 작품을 통해 서울의 출퇴근 시간, 정신없는 지하철 안을 표현했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회장 박신영(이하 박) 씨와 서울시립대 UAUS 디자인팀장 조민규(이하 조) 씨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시립대 UAUS 출품작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조: 'DDP, 서울을 입다'라는 주제에서 우리가 잡은 건 서울의 ‘러시아워’였다. 출퇴근 시간 서울의 지하철은 한정된 공간에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 UAUS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역사 밖으로 나가자마자 낯선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철제의 거대한 유선형 물체, 천장에 매달려있는 플라스틱 방울들, 의자로 된 새하얀 구조물까지, 신기한 것들이 이곳을 가득 채웠다. 지금 여기에선 제4회 UAUS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UAUS는 2011년 8월에 생긴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다. 처음엔 서울 내 8개 대학의 연합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도권에 있는 19개 학교 건축학도들이 함께한다. 전시회뿐만 아니라 정기총회, 강연 등을 통해 학술적 교류를 한다. UAUS
Section 1 _ Age Of Myth [신화의 시대] 입구를 넘어 어두운 전시장을 해치고 들어가면 표정을 알 수 없는 한 남자와 마주친다. 칙칙한 피부와 비정상적으로 곧은 몸, 감은 듯 반개한 눈을 가진 이 남자는 지하철역 정 중앙에 서 있다. 남자 주위의 사람들은 창백하고 어딘가 불만에 차 있다. 그림 안에 6명은 아무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1940년대 지하철역은 공허하고 차가우며 지금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하다. 마크 로스코의 초기작인 이 ‘지하철 환타지’는 세계 2차 대전 시기의 미국을 상징한다. 전쟁
지난달 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마크 로스코의 작품 ‘NO. 10(1953)’이 8,190만 달러(약 896억 원)에 낙찰됐다.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전에 전시된 작품의 총평가액은 2조 5천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로스코의 빨간, 노란 향연 속에서 그런 천문학적 금액의 근거를 찾지 못한다. 아무리 애를 써 해석하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가의 미술 작품은 마크 로스코뿐만이 아니다. 모처럼 미술관을 찾은 우리를 한순간에 바보로 만드는 현대미술, 왜 이렇게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걸까? 현대미술은 매우
마크 로스코 전의 도슨트를 맡았다. 부담스럽진 않았는가. 전시에 따라 도슨트가 관람객에겐 힘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마크 로스코 전의 도슨트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전시에 독이 될까봐 거절했다. 나는 침묵을 깨고 말을 하는 순간 작품에 담긴 추상이 형태를 갖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을 좋아하고 자기만의 감상법이 있는 소수는 그 침묵이라는 추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묵을 느끼는 것조차도 어려움을 겪는다. 나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또 한편으로는 마크 로스코와 같은 심오한 작가의
흔히들 대학은 2호선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말을 한다. △서강대 △연대 △이대 △홍대 등 여러 대학이 밀집해있는 신촌은 단연 대학의 지성과 젊음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무분별한 상업화로 신촌 또한 대학 고유의 문화와 개성을 잃어버린 상업지구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맞서 청년 예술가들의 발전과 신촌 지역의 고유한 개성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신촌문화기획단체인 ‘청출어람’이다. 지난 16일에 있었던 축제 준비로 바쁜 그들을 만났다. 자신의 재능을 펼치려 해도 마땅한 장소가 부재하는 현실에 부딪힌 청년
다이나믹 듀오와 자이언티로 성균인이 하나 됐던 지난 금요일. 축제의 열기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주말에 신촌 연세로 아스팔트 위에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신촌대학문화축제’다. 올해 행사의 주제인 ‘아스팔트 스튜디오’는 차와 어두운 매연으로 가득했던 회색빛 아스팔트를 청년 예술가의 공연과 작품으로 가득 채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자는 지난 16일 청년 예술가들과 대학생 동아리, 시민들의 참여로 꾸며진 신촌 연세로를 찾았다. 연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독수리약국 쪽으
대화하기보단 카톡 하기 바쁜 요즘, 나의 옷보다도 또 너의 말보다도 우리를 더 잘 표현하는 것이 있다. 21세기의 감성을 담은 언어, 이모티콘이다. (부끄)를 입력하면 발그레한 복숭아가, (하트뿅)을 치면 사랑에 빠진 강아지가 말을 한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하트)를 보내는 지금은 이모티콘 시대다. 이모티콘, 누구냐 넌 이모티콘의 처음을 기억하는가. ‘ㅇㅅㅇ’부터 ‘;;’까지, 그 시절 이모티콘은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런 인기도 잠시, 이모티콘은 인터넷 게시물에서 ‘가장 싫은 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