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흉흉한 세상이다.눈을 뜨면 사람이 사람을 짓밟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참으로 무기력해진다.서울에 오고 나서 참으로 무기력한 적이 많았다. 자신에 대한 확신도 미래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들지 않았다. 그때 내가 본 서울은 미세먼지가 그득했다. 참 잿빛이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세상은 나에게 참 모질게 굴었다. 그때마다 나는 울컥거리는 상처를 상처로 덧대고, 덧대고, 또 덧댔다. 더는 그곳에서 아무런 감각도 나지 않을 때까지.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홀로 외롭게
고등학교 내내 언론인을 꿈꾸며 공부해온 나는 경험의 한계가 있었다. 항상 매체에만 갇혀 사회를 바라봤을 뿐 내가 직접 뛰어들어 볼 기회도, 그 기회를 만들 용기도 없었다. ‘이렇게 계속 뒤에 서 있기만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이런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그렇다. 난 어쩌면 세상에 더 뛰어들고 싶었던 것 같다.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성대신문에 들어오고자 결심했다. 내가 직접 주제를 찾고, 기사를 쓰고, 인터뷰이를 찾아 인터뷰하고, 그 기사가 학교 내에 퍼진다는 것이 나에겐 큰 매력이었다. 세상에 뛰어들고자 했던
대학교에 들어온 후의 일상을 돌아보면, 나는 점점 도피형 인간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부정이 두려워 시작조차도 않고 무조건적인 안정과 현상 유지만을 추구하였다. 잉여로운 방학을 보내던 중,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통해 주어진 현재의 시간이 보이지 않더라도 내게 주어진 그 무엇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 때문에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지금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다.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성대신문에 지원을 하게 되었다. 결과물에 대해 계속해서 평가를 받아야 하고, 평가를 바탕으로 더
힘들다. 주말을 제외하고 10시까지 학교에 출근하는 것도, 게다가 방학에. 매일매일 생각하고, 쓰고, 찍고, 편집하고, 수정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게. 다른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한다는 게.미래를 차츰 생각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시기인 3학년 1학기에 이것저것 열심히 시도하고 있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나는 문득 조급해졌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평소 학과에서 해오던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성대신문 뉴미디어부에 지원했다. 사실 나는 항상 저지르고 후회하는 스타일이었다. 최근에는 저지르기
나름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편이고 주어진 일을 미루지 않고 성실히 끝내려고 하는 편이지만, ‘해야할 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진다. 1학년을 보내며 느낀 점이었다. 끊임없이 할 일이 주어지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대학교 생활은 온전히 나의 선택의 연속이었다. 크게 엉망으로 산 것은 아니었지만 별다르게 바쁜 일 없이 1학년을 보내며 남은 대학 생활은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생하더라도 조금 바쁘게 살면 뭐라도 남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성대신문에 덜컥 지원하게 됐다.성대신문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할 일이 많
폭풍 같던 새내기 시절이 지나고 2학년으로서의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성대신문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다짐이 필요했다. 혼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책 읽고, 일기 쓰며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어느새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되어있었고, 기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자’의 피상적인 이미지는 평생 공부하면서 세상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직업이었고, 이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과 완전하게 부합하기 때문에 나는 생각보다 기자에 진심인 사람이 되었다.
무언가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멋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나는 쉽게 얻어지는 것들만 얻으며 살았었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얻어지는 것들이 있는데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애를 쓰는 걸까? 추하게 버둥거리며 애쓰는 것이 ‘노력’이라는 빛나는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내가 무언가를 위해 힘껏 노력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면 됐어.’ 부끄럽지만 지금도 내가 정말 많이 하는 생각이다. 나는 열정적인 사람, 에너지가 많은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해 보면 1년 동안 대학에 다니면서 한 번도
"만나이로 23살이니깐 우리는 아직 젊은거야". 올해 초, 같이 밥을 먹던 대학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꽤나 안심했었던 기억이 든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학교에 입학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렇다 할 경험을 쌓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졸업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항상 고민했었다. 그런 와중에 우린 아직 젊다는 친구의 말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여럿 보면 공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젊을 때 하고싶은 일에 도전하라는 조언
나는 글을 담아내길 좋아한다.말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 내 감정이나 말을 쉽게 입 밖으로 내뱉지 않으려 한다.그래서인지 하고 싶은 말을 다듬어 하나의 장에 꾹꾹 눌러 신중히 표현할 수 있는 글이 좋다.너저분히 나열되어 있는 많은 생각들을 다듬다 보면, 나조차도 다 알기 어려운 나를 살피게 된다.그래서 자주 짧게, 때로는 길게, 대개 적당히 글을 쓰며 나를 담아낸다.좋아하는 글과 사람이 모인 성대신문의 기자로 일하면서, 나는 더욱 성장하고 있다.그리고 이곳에 지원할 당시에 가장 큰 기대를 품고 있던 나의 부서, 뉴미디어 부원으로서의 삶
수습기자 때 웹기사를 발간 하기 직전, 글을 그렇게 많이 고쳐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 싶다.내 주변에는 글을 한 큐에 쓰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끼리는 '작두를 탄다'고 표현한다. 나도 사전적 의미를 몰라서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단다.어떤 일에 몰두하거나 황홀경에 빠져서 일을 할 때 생각보다 더 힘이 나고, 에너지가 솟아서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하는 상태.길게 표현할 필요도 없다. 두 글자로 몰입이다. 대체로 몰입은 긍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작두를 타서 쓰는 글은 종종 놀랍도록 매끄럽고 유려하다. 그러나 기사는 에세이도, 비평도,
처음 신문사에 들어와서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그건 내 자부심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라고 생각하니 조금 서글펐다. 누군가 칭찬받을 때, 나에게는 날카로운 피드백이 쏟아지니, 어쩌면 내가 여기서 제일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한참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 도망치고 싶어졌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너보다 뛰어난 사람들한테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그 마음 내려놓고 보면 이제 넌 그렇게 배우
2학년 1학기가 시작된 나에게 성대신문의 입사는 다소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쏜살같이 흘려보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헤맸고 나에게 중요한 결정들을 회피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한 목표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다른 동기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자리에 멍하니 멈춰 서있는 듯한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수습 일기를 쓰기 위해 성대신문의 수습기자 지원서 파일을 다시 열어보았다. 그동안 왜 다른 활동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를 변명하는 듯한 지원서의 내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