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대표님의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대표님이 그렇게 질문하시면,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다시 하셔야 합니다.”나는 20년 넘게 국내 굴지의 유통회사에서 바이어로, 또 MD 전략팀장으로, 그리고 점장으로 일했다. 대표이사에게 중요한 보고를 하다가 답답해진 마음에 내뱉은 저 말 한마디로 회의실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내 질문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앞뒤 안 가린 내 태도가 문제인가?우리 시대(?)는 겸손(shy)이 미덕이었다. 아니, 겸손을 강요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세월
지금은 즉문즉답의 시대이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고 답도 바로 얻을 수 있다. 잘 발달된 인터넷과 우수한 검색 엔진들, 그리고 최근에는 챗GPT라는 생성형 인공지능 덕분에 원하는 답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듯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를 살면서 지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되어 버렸으며, 대량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면서 주어진 정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현재를 4
요즘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나는 신이다”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음의 질문을 하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필자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높은 자살률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종교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서구의 많은 연구 결과들은 대체로 종교가 자살 생각이나 행동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종교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만약에 그렇다면 종교별 차이는 있는지, 그리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 낮은 자살률을 보이는 구체적인 이유
저는 지난 30년간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공학의 경이적인 발전을 지켜보았습니다. 짧은 전공지식으로만 알고 지내던 정보들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영역까지 진보하는 공학의 성취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경지로 발전해가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는 공학자와 과학자를 자신의 직업적 영역에 좀 더 깊숙하게 매몰시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은 성공적인 직업적 성취만이 인생의 성공이나 행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엄청난 직업
여러분은 지난 1707호에 소개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폭파 사건에서 결과적으로 어떤 이들이 무고한 죽음과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리하여 그 행위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물론 찬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970년대에 어떤 일본인들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서 얼마나 철저한 반성적 사유에 이르고 있었는지를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과거사 반성에 있어서 종종 일본과 비교되는 독일은 1970년대까지 놀라울 만치 비슷한 경로를 걸어갔습니다. 과거사 극복과
2022년 11월 30일에 OpenAI에 의해서 발표된 ChatGPT는 두 달 만에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경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유려한 문장으로 소설과 시를 써주고 재무제표 분석, 여행계획 수립, 심지어 프로그래밍까지 자동으로 해 주는 등 실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글로벌 IT 기술을 주도해 온 구글은 매우 당황했고 급히 자사의 거대언어모델인 바드를 발표했으나 ChatGPT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능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직원이 불과 수백 명에 불과한 OpenAI가 구글을 압도하는
여러분에게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요? 아마도 이 광범위한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 답변이 가능하고, 그중에는 긍정적인 것들도 꽤 많을 터입니다. 이를테면 일본은 여전히 근사한 애니메이션과 만화와 게임을 만들어내는 곳이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그럼 질문을 좀 바꿔봅시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이미 자명한 답이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거의 우문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일체의 반성도 하지 않으며 부인하고 심지어 날조하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요즘 무척이나 똑똑한 AI가 등장해 세간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지피티(ChatGPT)가 그것이다. 챗지피티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받은 입력을 기반으로 텍스트를 생성한다. 즉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사람과 같은 응답을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단순히 정보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시나 에세이 그리고 그동안 프로그램 개발자가 했던 코딩까지도 해 준다.이런 챗지피티의 등장은 우리에게 인공지능 발전의 경이로움과 지식 획득의 편리성을 선사해 주는 반면, 부정적 측면
여러분들은 과거에 모두 아동이었다. 그렇다면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권리는 무엇일까? 그 답은 ‘친부모와 같이 살 권리’가 아닐까. 이것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다. 유엔은 전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아동권리협약(The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1989) 제 7조에서 아동이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기했다.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재난, 질병, 기근, 전쟁 등으로 부모가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의붓아버지나 어머니, 혹
19세기 초반 각국 정부가 대학을 사회에서 명민한 구성원들을 양성하는 연구와 교육의 전당으로 탈바꿈시킨 이래, 대학의 연구, 교육 기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동문들이 대학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 연구자와 교육자들의 대담한 활약을 뒷받침하며, 대학당국은 강의평가와 업적평가를 통해 대학교원의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압력을 행사한다. 대학은 전문직업인, 기업인, 관료와 교원을 양성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이 진보함에 따라 때로는 기존 직업의 성격을 현저히 변화시키거나, 아예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기도 했다. 의사
문화예술 분야 곳곳에서 훔치고, 엿보고, 자기 것으로 주장하고, 심지어 훔치고도 시치미를 떼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그릇된 행동에 시치미로 일관하는 것은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려는 전략일까? 잊을 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고질병. 이러한 일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대중들의 비난과 질타는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때로는 비난받는 이들에 대한 동정표가 몰리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훔친 전력’이 지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학자로서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지난달 30일 명륜캠퍼스에선 건학기념제, 에스카라의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고있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양 캠퍼스 통합축제여서인지 아니면 볼빨간사춘기, 쌈디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한 탓인지 아무튼 명륜동 밤하늘은 몹시 번쩍였고 북악산 봉우리들도 우렁찬 함성에 들썩였다. 교수회관 한쪽에서 그 젊은 에너지를 흡수하다 더 이상 감당이 안돼 축제의 불꽃을 뒤로 하고 산을 내려갔다.다음날 아침 캠퍼스는 전날 밤 축제의 맹렬함을 보여 주듯 평소보다 더욱 조용하고 깨끗했다. 수선관 4층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