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살짝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늦은 6시. 퇴근 인파로 북적이는 사당역 주변. 이 때, 우산을 받쳐 든 양복 입은 중년 신사의 이목구비가 과감히 삭제된다. 깊게 팬 미간의 주름, 콧잔등에 튀긴 빗방울, 와이셔츠 소매의 구김도 함께 사라진다. 남은 것은 단순화된 몸의 형태 묘사와 이를 둘러싼 검정 테두리, 그리고 그 안을 꽉 채운 선명한 색채뿐. 줄리안 오피의 ‘Walking in Sadang-dong in the rain’이다. 줄리안 오피는 인물의 정체성이 최소한으로 남을 때까지 형태를 단순화시킨다. 인물을 둘러싸고 있던 화려
안데스 작가와 권용주 작가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좇는다. 불안정한 한국 예술계에서도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예술가들. 젊은 예술가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오늘도 씁쓸한 예술계의 현실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그들의 꿋꿋한 걸음 아래, 얇은 표층토의 한국 예술 기반이 단단한 토양으로 다져지는 날을 꿈꿔본다,201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문화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인의 67%가 순수한 창작활동과 관련된 월평균 수입이 1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으며, 월평균 수입액이 ‘없다’고 대답한 예술가들도 26%를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이 있다. 김종구 작가의 ‘잃어버린 것, 서 있는 사람’이다. 손발이 깨지고 뼈대마저 다 드러난 데다 색까지 바래버린 훼손된 여인상. 바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지나온 삶이다. ‘누락된 기록’ 프로젝트는 위안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파편화된 여성의 삶과 이를 바라보는 현재 시점의 기억을 △설치 △영상 △조각 △회화 등의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발걸음을 옮겨 김지호 작가의 ‘Mirror-CCTV (기억과 기록)’를 만난다. 고장 난 감시용 CCTV와 몇 개의 손거울이 서로를 마주보고
여기, 종군기자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카파가 있다. 이전까지 보도사진은 전쟁의 애국성과 영웅성을 강조했다. 카파는 기존 보도사진에서 탈피해 ‘있는 그대로’의 전쟁 얘기를 사진으로 담았다. 인간에 대한 애정은 전쟁을 혐오하는 그를 전장의 구석구석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라는 말을 남겼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은근한 페로몬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그에 이끌려 무엇인가에 ‘한 발짝’ 더(zoom-in) 다가서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로버트
언제 마지막으로 온몸을 펴고, 호흡을 가다듬고 쉰 적이 있는가.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머릿속을 붙잡고 있는 상념들로 지친 우리를 위한 전시가 있다. 제대로 된 ‘쉼’을 느껴보기 위해 우리 학교 후문에서 종로 02번을 타고 북촌로를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에 도착했다. 총 3부로 이뤄진 전시는 ‘금강산 관람객이 유람하고 집에 돌아와 쉬었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는 과정’을 담았다. 금강산 여행이라는 스토리텔링 안에서 관람객들은 ‘전시를 본다’는 느낌을 넘어 ‘논다, 여행한다, 쉰다’는 느낌을 받는다. 1부에서 3부로 갈수록 쉼의 자세가 바뀌
우리 학교 검도부(감독 김인범)가 지난 8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8·15 광복절기념 제4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학생검도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2006년 우승 이후 7년 만에 이룬 쾌거다. 대한검도회가 주최하는 전국학생검도대회는 전국체전 다음으로 규모 있는 검도 대회로, 올해는 1500여 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5인조 단체전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대학부 대회에서 우리 학교는 결전 끝에 막판 역전승을 거뒀다. 강한구(스포츠11) 자과캠 검도부 주장은 이번 대회 우승 비결로 △감독의 철저한 가르
혼자라서, 누가 챙겨주지 않아서 소홀해지기 쉬운 자취생들의 건강과 위생. 귀찮다고 놓아버리면 그 누가 챙겨줄 수 있을까. 외로운 자취방에서도 신선함을 그대로 간직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자취생들의 건강하고 센스 있는 식생활 팁을 준비했다. 세균과 박테리아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식생활법을 소개한다. (출처: 교내 600주년기념관 Welstory 박민지 영양사)1) 육류: 되도록 소량 구매하는 것이 좋다. 대량 구매 후 재냉동을 반복할 경우, 해동 시 생기는 물기에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2) 채소류: 대파·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새벽예불에 참가하는 천주교 신자의 모습. 민족종교 수운교의 바라춤을 추는 원불교 신자. 상상이 가는가? 올 여름, 각 종단에서 모인 신자들이 서로의 종교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색다른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로, 사람들은 다양한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 가치관이 상충할 때 갈등이 발생하고 이러한 갈등은 국민 화합을 저해시킨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이웃종교화합’의 가치며, 이를 도모하기 위해 ‘이웃종교화합주간’이 시작됐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사무총장 변진흥·이하 KCRP)
사실 성대신문사에 들어오기 전 홈페이지의 수습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궁금했다. 성대신문의 수습기자들은 도대체 무얼 ‘수습’할까. 6주간 ‘수습기자’라는 아주 매력적인 수식어를 부여받고 트레이닝에 임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던 일정, 매번 주어지는 과제, 지하철 공기마저 탁했던 아침 트레이닝, 그리고 도착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자과캠 원정까지. 사실 기자라는 직업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간 기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가치중립적인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에 비해 난 너무 감성적이었고, 그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