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은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가족으로 정의한다. 대부분 사람이 떠올리는 가족의 양상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혼인, 혈연, 혹은 입양으로 이뤄진 형태이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숙명적 관계. 그게 흔히들 말하는 가족이다.하지만 생각해보자. 연인 혹은 혈육이 아닌 누군가와 인생을 같이하며 돌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떠올려보자. 평생을 함께 자란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는지. 혹은 주위를 둘러 물어보자. 함께할 수 없는 사이와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 고통받은 적은 없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면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캠퍼스를 색깔로 물들였던 단풍잎도 어느새 발치에 쌓여가는 때입니다. 얼마 전에는 우리 학교의 논술 고사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슬슬 기말고사 기간에 돌입하는 학우들을 보고 있자면 온 학교가 올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성대신문도 이번 지면을 마지막으로 올해 발간을 마칩니다. 한 학기에 8번, 올해 동안 총 16번의 신문을 발간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학교와 사회를 담기에는 적은 발간 횟수일지 몰라도, 그만큼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기사로 지면을 채우기 위해 기자
애도는 종용당하는 순간부터 그 의미를 잃는다.지난달 29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 중 157명이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늦은 밤 SNS에서 접한 동영상과 뉴스는 믿기 힘들었다.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됐고, 많은 문화예술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잠시 8년 전을 돌아본다. 세월호 사고는 2014년, 필자가 열네 살 때 발생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나에게도 믿기 힘들고 어려울 정도로 슬픈 일이었다. 좋아하던 가수의 앨범 발매가 줄줄이 연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친구들은 사고가 일어난 것보다는 기
지난 15일, 샌드위치의 소스를 만들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뒤 보고 후 신고가 이뤄지기까지는 10분이 걸렸다. 야간조 동료들은 배합기에서 소스를 퍼내고 피해자를 직접 수습해야 했다. 주간조 동료들은 몇 시간 뒤 흰 천으로 덮어둔 사고 현장 옆에서 일을 해야 했다. 피해자의 빈소에는 그가 근무하던 회사의 봉지빵 두 박스가 답례품이랍시고 덩그러니 놓였다.회사가 직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느 곳에서도 사람에 대한 존
마약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유명 연예인이 마약을 했다는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온다. 사람들이 놀라는 방점은 이제 ‘마약을 했다는 것’에 찍히지 않는다. ‘그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약이 주는 충격에는 무뎌졌다는 얘기다.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숏폼 컨텐츠를 넘기다 ‘코카인 댄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음악에 맞춰 ‘코카인’이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코카인 댄스 특유의 몸짓에 ‘코카인보다 더 중독적이다’라는 댓글이 달린다. ‘마약’이라는 말이 들어간 워딩도 흔히 쓰인다. 마약김밥, 마약옥수수, 마약떡볶이는 학교
며칠 전 열린 에스카라에서는 축제를 즐기는 다양한 국적의 성균인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에도 경영관 앞을 지나거나, 강의실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여러 언어가 귀에 꽂힌다. 영어부터 중국어, 일본어, 가끔은 어느 나라의 언어인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생소한 언어도 들려온다. 올해 우리 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4,751명이다. 대면 수업이 늘어난 요즘, 우리 학교에 외국인 학생이 많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도 체감하고 있다.외국인 학생들은 강의실 밖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공수업과 교양수업 모두, 한국인 학생
본지의 지난 호와 이번 호에는 단과대의 중간공 약점검이 실렸다. 공약점검은 매년 이맘때쯤 보도 되는 기사로, 필자도 지난해에 보도부 소속으로 단 과대 공약점검 기사를 작성한 경험이 있다. 각 학생 회가 공약을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학생회를 선출한 학우 인터뷰가 필수적이다. 그때도 지금도 기사를 쓸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학생회 컨택도, 공약 이행 여부 판단도 아닌 학우 인터뷰다.단과대에 소속된 학우를 찾기 어렵지 않은데도, 해당 학생회가 했던 사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나 바라는 점을 물으
요즘 화제의 중심은 단연 아이돌 그룹 뉴진스다. 귀에 꽂히는 노래의 건강한 느낌과 신선한 비트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모든 멤버가 스물둘인 필자보다 한참 어리다는 것이다. 갓 데뷔한 아이돌의 어린 나이에 충격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유튜브 댓글을 내리다 보면 신을 뜻하는 ‘갓(god)’과 ‘아기’를 합친 ‘갓기’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보인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다. 미숙하기에 보호받고 더 신경써주어야 마땅할 아이들이 사실은 우리보다 뛰어나다니.‘어린데도 잘한다’는 이유로 어린 연예인들은 주목받지만, 사실
개강할 때가 되니 유난이던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캠퍼스에 맴돈다. 학우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푸른 금잔디를 본다. 평화로운 초가을 공기를 맡고 있노라면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수도권의 수해는 없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비가 오던 날을 기억한다. 비교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학교 근처에 있었음에도 그날의 비는 무서웠다. 학교 후문에서 운동장까지 난 계단을 내려오는 내 발에 뒤에서 밀려온 빗물이 파도처럼 부딪혔다. 영화 기생충에서 본 장면이 얼핏 겹쳐 보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너 MBTI가 뭐야? 요즘 어딘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심심찮게 듣는 질문이다. MBTI 유형으로 궁합을 보기도 하고, 기업에서는 이를 여러 마케팅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채용 시장에서도 MBTI 유형을 요구한다니 그 인기와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MBTI는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로 4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결과를 제공한다. 여러 질문에 대한 개인의 답을 토대로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개개인을 정의 내린다. ‘너는 이러이러한 유형의 사람이야’라고 말해준다. ‘ISFJ인 당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정장을 입은 직장인부터 등산 스틱을 든 아주머니, 서로의 손을 맞잡은 연인과 책가방을 맨 학생까지. 그들의 목적지는 제각각이지만 시선만큼은 모두 저마다의 스마트폰을 향한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가두고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제각각의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혼자가 된다. 필자 역시 우연히 반대편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둘러 시선을 옮긴다. 이어폰으로 눌러 막은 귀 안으로 누군가의 소란스러운 술주정이 들려와도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이곤 한다. 한 공간에 같이 있지만
5월의 시작. 꽃이 지고 푸르른 녹음이 교정을 물들이는 중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쏟아지던 과제가 하나둘씩 마무리되면서 학우들의 마음에는 산들바람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대동제도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대학 축제를 처음 접하는 코로나 학번에게도, 오랜만에 축제를 마주하는 코로나 이전 학번에게도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축제의 막이 오르기도 전, 자과캠 대동제에 대한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본지 1694호 ‘다가오는 대동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참조). 자과캠 스프링은 외부인
이번 바람닭은 필자의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20여 년 전 즈음, 우리 집에는 어린아이가 두 명 있었다. 아이들이 있다 보니 겨울마다 가습기를 틀어뒀다. 그즈음 아이가 있는 집 대부분에서는 가습기가 상시 가동됐다고 한다.소중한 내 아이가 쓰는 가습기를 깨끗하게 살균해준다 하니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가습기 살균제는 날개 돋은 듯 팔렸다. 미생물 번식과 물 때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가습기 살균제. 필자의 어머니도 매일매일 가습기를 세척하셨다고 한다. 간편하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워낙 그런
봄이 성큼 다가왔다. 저마다 얼굴을 내미는 꽃들을 눈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꽃놀이 명소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노오란 개나리도 분홍빛 진달래도 좋다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봄꽃은 단연 벚꽃이다. 흩날리는 벚꽃 잎은 겨우내 굳었던 마음도 간지럽히곤 한다.윤중로 벚꽃길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누군가의 말에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윤중로를 가득 메운 벚나무들이 원래 뿌리내리던 곳은 여의도가 아닌 창경원이다. 창경원은 현재의 창경궁인데, 일제는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고 그들의 정원으로 꾸몄다. 대량의 벚나무를 심었고 낙타와 타조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여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36.93%라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고,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속에서도 최종 투표율은 77.1%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 결과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윤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약 0.73%. 이는 24만 7077표 차이로 헌정사상 최소 표차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네거티브 공방이 거셌고, ‘비호감 대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투표 이유로는 ‘상대 후보가 싫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던 러시아가 야욕의 발톱을 드러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한 곳으로 집중됐고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것이다. 군사시설만 공격하겠다던 푸틴의 공언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민간인 주거지역까지 포격을 가했다. 학교, 심지어 병원까지 무차별 폭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2000여 명에 이른다. 진공폭탄과 나비지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안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2018년 12월 10일, 2인 1조 근무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어두운 발전소에서 24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10일, 법원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던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에 대한 첫 판단을 내놨다.1심 법원은 원청의 전 사장이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른 원·하청 관계자들에게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이 역시 모두 집행유예에 그쳤다. 고인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던 그들 가운데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
여기저기서 MZ를 찾는다. 기업은 각종 마케팅에 MZ를 활용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선 당시 ‘민지(MZ)야 부탁해’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미디어는 MZ에 대한 분석을 쏟아낸다.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하고, 불안정한 사회 속 포기에 익숙하며 …’ 윗세대와 대조되는 이러한 특징들에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세대 구분상 MZ에 속해 있는 필자가 보기에도 흥미로울 정도니까. 그 세대 구분이란 것도 재밌다. MZ는 밀레니얼(M)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말한다. 20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결전의 날인 오는 18일 수험생은‘대학 입시’라는 어쩌면 인생의 첫 관문을 넘게 될 것이다. 대학을 놓고, 내신이니 수능이니 하는 경쟁에 종지부를 찍는 거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들 앞에는 더 큰 관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경쟁은 과열됐다. 대입, 취업, 승진 등 끊임없는 경쟁의 굴레에서 승자와 패자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이에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담론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윤 후보가 최종득표율 47.85%로 홍준표 후보를 6.35%p 차이로 앞지르면서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과 국민의힘 윤석열의 맞대결이 시작됐다.잊을만하면 터지는 여야 유력 후보에 관한 의혹들에 이번 대선은 유독 떠들썩하다. 사상 최초로 여야 후보 모두 검찰 수사를 받는 대선이란 불명예스러운 칭호도 얻었다. 또한 일부는 이번 대선을 ‘비호감 대선’이라고 말한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기 다른 조사에서 비호감도 1위를 기록한 것과 다른 후보들에 대한 전반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