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신문에 지원할 때의 마음은 가벼웠다. 뭔가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싶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좋아하는 미드에서 주인공이 학보사에서 일하던 것도 떠올렸다. ‘프레스증이 생기면 나도 멋있어 보이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첫 수습 트레이닝을 진행했을 때도 그랬다. 표기 준칙을 받아들고 괜히 멋져 보여서 종이가 닳도록 넘겨보았다. 그때의 나는 성대신문이라는 이름만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그래서인지 수습기자 트레이닝은 당황의 연속이었다. 당장 소재로 뭘 써야 할지부터 ‘문건’이 무엇인지, 8매는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지…. 신
창간 이래 68년의 긴 시간 동안 다져진 신문사의 체제는 견고하다. ‘문보사사학’ 명확히 나뉜 부서는 위상에 맞춰 기사를 작성한다. 그리고 발간 주엔 매번 같은 미션들을 완수한다. 편집회의, 조판회의, 웹업로드, 카드뉴스 제작 … 언제부터인지 별다른 지시나 논의 없이 척척 진행돼왔다. 개혁에 대한 갈망엔 “이게 최선이야”라고 외치는 견고한 체제는 꽤 든든해 보이기까지 했다.본지 1682호와 1683호 보도면에서 다룬 ‘학생자치기구 중간공약점검’도 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코너다. 해당 코너의 기사는 매년 분량과 구성이 유사하다. 그렇
구조주의라는 철학 사조를 유튜브에서 처음 접하고 기뻤던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로 드디어 사람들에게 ‘철학을 공부할 가장 확실한 이유’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았고, 둘째로 내가 그동안 세상을 인식해온 방식이 옳았음을 인정받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우리는 ‘포스트 구조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어떤 것의 이후를 뜻하는 ‘포스트(post-)’가 붙은 포스트 구조주의는 구조주의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대로 구조주의가 상식이 돼 ‘권력’으로서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습관처럼 쓰는 “그럴 수도 있지”
인간의 성장을 개구리의 삶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올챙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될 때, 대학생에서 취업 준비생이 되고 신입 사원이 되는 순간 말이다. 그런데 힘들게 개구리가 되었는데 올챙이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였을까? 올챙이로 돌아갈 때 우리는 마치 넓디넓은 우주에 혼자 던져진 기분을 느낀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아무도 모르는데, 그런 곳에 적응해서 다시 개구리가 되어야 한다니. 절망적일 만하다.그런데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을 들으면
손으로, 입으로.우리 모두 같은 국어입니다.
코로나 학번으로 입학한 나는 수업을 위해 학교에 오는 날보다 신문사 일을 위해 학교에 오는 날이 더 많았다. 주변에선 내가 입학한 게 아니라 꼭 입사한 것 같다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지만 신문사 생활은 정말 힘들었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이렇게나 바쁘다니! 끝없는 회의와 취재, 기사 작성과 첨삭 과정이 발간이 있는 주마다 반복됐다. 첫 번째 기사가 있던 주에는 며칠 만에 몸무게가 확 줄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 억울함은 점점 안타까움으로 변해갔다. 이렇게나 열심히 썼는데
평온한 농촌의 평범한 농부 갑(甲)은 하루 8시간 일하며 연간 100포대의 쌀을 생산한다. 하루는 촌장이 무리와 함께 찾아와 경작한 쌀의 절반을 달랜다. 대신 다른 농부들 것도 반씩 거둬 합친 후 총 농부숫자(n)로 나눈 양을 갑에게 ‘무조건’ 준다고 약속한다. 계산해보니 그 양은 갑이 내는 50포대와 같다고 가정하자. 이른바 ‘1/n(n빵) 룰’의 일종이다.내 것을 이웃과 공유(共有)하되 공동체도 날 확고히 보장해준다는 시스템이다. 경제학도의 눈으로 이 공유시스템을 한 번만 더 생각해본다. 핵심을 짚기 위해 보통사람인 갑의 본성과
안녕하세요, 교수님. 작년 가을 “창의적 글쓰기”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입니다. 교수님께 전하지 못했던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자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20학번인 저는 1학년 1학기를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듣게 됐습니다. 기대했던 대학 문화는 온 데 간 데 없고, 온라인 수업으로만 가득했던 1학기는 저에게 입시 생활보다 더 지루하고 무료했습니다. 결국 저는 2학기에 들어 반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학기엔 부분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했지만, 대입 준비를 다시 시작한 터라 마음이 뜬 상태였습니다. “창의적 글쓰기” 수업 역시 처음엔 적당
요즘 정치인들은 무척 분주하다. 사방팔방 얼굴도장 찍으랴 기자들 만나랴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여기에 틈틈이 SNS를 통한 소통 활동도 잊지 않는다. 보아하니 선거의 계절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차기 대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내 경선을 앞둔 한국 정치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 대선 역시 관전 포인트는 ‘막말’과 ‘갈등’이 되겠다. ‘GSGG’을 놓고 며칠째 말싸움을 하는 여당과 야당의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권 유지와 정권 교체라는 상충한 목표하에 대립이 심해지면서 여야 모두 언사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부적절한 언어를 좀 더 적절한 표현으로 대체하려는 작업이 많이 보인다. 최근의 예시로는 '-린이' 표현을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떠오른다. 어떤 일에 있어 미숙한 사람을 지칭할 때 활용되던 '-린이'가 아동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큰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어린이가 반드시 성인보다 미성숙하지 않은 데 반해 '-린이'는 어린이에게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이미지를 덧씌운다는 게 주장의 골자로 보인다. 잠시 관용의 태도를 갖고 로베르트 팔러가 『성인언어』에서 위와 같은 작업을 향해 제
성대신문의 기사들은 대체로 기성 언론의 기사보다 길다. 한 기자가 책임져야 하는 지면의 크기가 크고 이에 따라 기사의 매수도 늘어난다. 매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기자의 손과 발이 분주해짐을 의미한다. 넓은 기사의 공간을 메우기 위해 분주했을 기사 뒤편의 기자들을 생각해보게 된다.이번 호 성대신문의 보도면 기사들에는 교내 정보가 많이 실렸다. 이런 경우에는 기자의 발이 보인다. 다양한 학우와 교직원, 교수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들이 찾은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봤을 그들을
찰나의 방심,평생의 상처.
‘안녕하세요 성대신문 보도부 조소희 기자입니다.’ 내 이름 석 자 뒤에 따라붙는 기자라는 호칭이 익숙해질 때 쯤 성대신문 정기자가 됐다. 나도 모르게 기사가 술술 써지고 피드백이 쏙쏙 보인다는 신비한 정기자의 경지. 드디어 정기자로 승격한 발간 1주차였다. 준정으로 시작할 무렵 한글 파일에 썼던 내 글이 기사 지면의 모습으로 탄생한 pdf를 보고 신기해서 몇 번이고 들여다본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정기자다. 정기자가 된 것만으로도 실력이 늘었길 내심 기대한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정기자로서의 1주차는 순탄치 않았다. 코로나19
사람은 회의할 때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밥 먹다가도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생각하고 멍 하니 있다가도 생각한다. 생각이 그냥 생각으로 끝나서 한때 무엇을 생각했는지조차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런 ‘생각의 미아’를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간혹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다가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고 회상한다. 또 한 번 들었던 생각을 미아로 만들지 않고 계속 의식 속에 담아두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생각을 금고에 넣어두듯 보관만 하기도 하고 생각을 어항에 두어 키우기도 한다.원시인은 생각을 했지
아침 일찍 졸린 눈을 비비며 버스를 타고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해외에서 백 킬로미터를 매일 같이 달리며 출퇴근하는삶이 고달프지만, 우리 사이에 놓인 몇천 킬로미터를 생각하면 네게 참 많이 고맙고 미안해. 같이 혜화와 율전을 다니며 동아리 활동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취업 선물로 누가 핸드크림을 주래! 달짝지근한 핸드크림 향기 때문이었나 하루종일 네 생각이 나고 괜히 전화도 걸어보면서 너에 대한 마음이 커졌나 봐. 사실 그 전부터 좋아하는 노래나 여러 이야기를 하며 꽤나 잘 통한다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오늘(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대선정국 속에서 더욱 가열된 열기로 언론중재법의 도입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필두로 한 해당 법안의 골자는 결국 언론 규제 강화다.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는 목표하에 강화된 규제는 언론 보도의 위축이란 우려를 낳았다. 약 12년 만에 불어온 언론중재법의 새바람에 앞으로 언론이 맞이하게 될 변화는 진보일까 퇴보일까?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팽팽한 찬반 논쟁 속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된 조항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조항은 언론의 고의 또는
본고에서 아프가니스탄에 관한 책을 다루기로 다짐했을 때 한 지인은 “꼭 그런 고리타분한 시의성에 얽매여야 하겠냐”고 말했다. 대다수 독자는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그 지인만큼 냉소적이지는 않을 테다. 그렇다고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관심 가져야 마땅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이도 얼마 없으리라 생각한다. 당장 이 칼럼에서 관련 문제를 다루는 필자조차 그렇기 때문이다.『아프가니스탄, 왜?』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 외교부 아중동국장을 지낸 저자가 풍부한 역사 지식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2
농구 동아리 이름이 ‘농성회’라니. 입학 후 농구 동아리를 찾던 중 농성회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무슨 사회 운동 동아리도 아니고. 그럼에도 ‘중앙동아리’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에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 문자를 넣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회장이 되어 있었다. "Ball is Life". 내 삶에 참 잘 어울리는 말이다. 기숙사에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아침 농구, 점심 농구, 저녁 농구를 하며 하루를 보냈다. 한여름에 땀에 찌든 옷을 입고 수업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 못했던, 한겨울에 손발이 다 얼어가
선물 속 가장 중요한 단 한 가지.채울 수 없다면 무의미할 뿐.
‘아껴 읽혀지는 글’. 수습기자를 마무리하며 쓴 수습일기의 제목이다. 그 당시에는 스스로 뿌듯해하며 썼던 글이지만, 지금 읽어보면 제목부터 맞춤법을 틀렸다. 준정기자때만 해도 의무학기인 3학기가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매일 소재를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피드백을 덜 들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어느덧 정기자가 되어 마지막 의무학기를 바라보는 시점에 서 있다.솔직하게 신문사를 하며 시간이 빠르게 흐르진 않았다. 준정기자로 있었던 작년 한 학기도 그렇고, 앞으로 정기자로서 해나갈 마지막 학기도 사실은 멀게 느껴진다. 소재를 고민하고,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