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러왔다. “오빠 영화 뭐 볼래? 어? (이하 개훔방)은 이제 내렸나보네? 보고 싶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열한 시랑 오후 세시에 이미 상영이 끝났네!” 내가 답했다. “음, 그럼 오빠 봤어?”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데이트다. 커플은 가장 가깝고 편한 시간대의 영화를 별 고민 없이 선택했다. 애초에 에 관심이 있었던 이 커플은 누구도 을 보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엔 을 선택했다. 소중한 친구 혹은
열정이 더 이상 반갑지 않은 이유작년 말, 스타 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가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부당 근로계약서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등이 알려지며 이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에 △알바연대 △청년유니온 △패션노조 세 단체는 지난 1월 공동으로 ‘2014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시행해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상장과 축하 화환을 보내며 문제를 공론화시켰다.이처럼 열정페이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이는 이미 사회에 만연해있던 현상이다. 2011년 출
'열정페이’ 개념의 직접적 발원지는 소위 ‘도제식 노동’으로 불리는 특정 문화산업들이다. 이들의 노동환경은 창작과 노동의 경계가 모호하고 현장에서 오랜 숙련을 필요로 하는 특성상 일반적인 고용계약이나 노사관계와는 다른 관행 속에서 형성됐다. 예술을 꿈꾸는 지망생이 넘치는 노동현장에서, 막내 스태프는 스승이자 고용주인 선생님들에게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종종 화제가 되더라도 이미 자리 잡은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일축되기 십상이었다. 급기야 새로 생겨난 신산업도 이를 답습했다.그러나 자체적인 극복 의지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열정페이’ 논란은 더는 특정 업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기업부터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인턴’이라는 이름 아래 바쁜 생활을 보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인턴들의 상황에는 도제식 시스템이나 관행이 지배해 온 일부 문화산업과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그들의 근무지는 비교적 근로조건의 표준이 자리 잡고 법률상 노동자들이 보호받아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인턴의 처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현행법에서 인턴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흔히 ‘수습’과 비슷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때는 청년들의 상처를 다독여주는 ‘힐링’의 키워드로 여겨졌던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청년들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청년 스스로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거나 청춘이기에 아프다는 식의 합리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열정페이가 모든 청년의 이야기가 된 오늘날,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위원장 김민수)’은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치며 청년 문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의미
청년들의 취업난은 이제 사회에 만연한 뿌리 깊은 문제로 여겨진다. 청년 실업률은 작년 말 9%를 넘어서며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사자인 청년들의 경우, 취업은 지상과제가 돼 버렸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와 자기계발 열풍 또한 사그라질 줄 모른다. 그러나 모두가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긴 것은 아니다. 엇비슷한 취업의 길에서 벗어나거나 자신의 재능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창업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청년이 창업한 회사는 지난해보다 4.7% 증가했으
중소기업청이 선정하고 예산을 지원해주는 많은 스마트 창작터 중에서도 건양대학교 스마트 창작터는 2년 연속 운영실적 전국 1위를 달성하는 등 많은 상을 받으며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교육생들이 내놓은 성과물들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건양대학교 스마트 창작터 센터장 김웅식 교수를 만나 사업에 대한 전반적 이야기와 청년 창업의 수단으로서의 앱에 대해 들어봤다. 김웅식 교수는 'IBC 세계 100대 엔지니어', '21세기 2,000대 지식인'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건양대 스마트창작터의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일반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지난 10월 말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40회 IPCC 회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 나아가, 이들에 따르면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없애야만 지구의 위험 상태를 막을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최근의 연구와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는 하나뿐이며, 우리는 전 지구 차원의 비상사태에 처했다.” 환경 운동가 엘 고어의 대표작 ‘불편한 진실’의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전 지구적으로 공론화됐지만, 여전히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은 미진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세워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빅애스크(Big Ask)’ 운동이다. 빅애스크의 지지자들은 이전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활동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정책이 나오고
지하철역 근처에는 간혹 붉은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빅이슈’ 판매원. 각자의 사정으로 노숙인이 됐으나 남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힘든 점도 있지만, 빅이슈를 통해 그들은 과거의 절망을 딛고 나아가고자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2010년 한국에 창간돼 5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자립 의지를 심어준 빅이슈를 탐구한다. 빅이슈는 1991년 9월, 영국에서 처음 창간됐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더 바디 숍(The Body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혜화역 4번 출구에는 큰 패널을 흔들며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는 이가 있다. 지난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그의 이름은 김회곤. 많이 추워진 날씨에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목청을 높이며 혜화역을 지나는 수백 명에게 빅이슈를 팔고 있다. 절망뿐이었던 삶이 빅이슈를 통해 희망이 보이는 삶으로 바뀌었다는 그를 만났다. 지난 6일 오후 5시, 잡지를 구매하는 손님과 짧은 담소를 나누고 있던 김 빅판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그렇게 잘 팔리지 않네요.”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에게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
노점상은 도시빈민의 생존 수단의 하나로 전 세계 어느 도시지역에서나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도시공간에 본격적으로 노점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늘어나는 인구수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도시빈민이 발생했고, 이들은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자 노점을 차렸다. 이렇게 발생한 노점상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가 추진되며 그 수가 급증했다. 경공업 중심의 미숙련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고 도시빈민이 됐기 때문이다. 그 후 점차 노동력이 고급화되고 일자리도 늘어 노점상 수가 잠시 감소
# 노점의 메카 종로대로 비우기“어휴, 그때는 노점상이 정말 많았어요.”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가 2009년 종로대로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종로대로는 600여 개의 노점상으로 북적였다. 유동 인구가 많아 노점상이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늘어나는 노점상 때문에 통행하는 데 큰 불편을 겪었다.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단속원이 동원됐지만, 노점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이에 종로구청은 ‘걷기 편한 종로대로’라는 표어 아래 새로운 노점상 관리 방식을 고안했다. 바로 노점특화거리 사업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책 '서울대의 나라'를 시작으로 고질적인 학벌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오면서 정부 주도로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학벌주의를 드러내고, 시민사회운동단체 역시 고등교육에 대한 다양한 개혁안을 내 놓는다. 하지만 너무 늦었던 걸까? 그때보다 대학서열은 더욱 공고해진 것인지 기성언론에서는 각 학교의 익명 커뮤니티에 ‘골품제’, ‘학내 카스트’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현상을 보도하고 있다.지난 7월, 연세대 독립언론 ‘연세통’은 연세대의 인터넷 커뮤니티 ‘세연넷’의 익명 게시글을 토대로
#1 지난 9월 17일, 2학기 자과캠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이날, 마지막으로 상정된 안건은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학생 총투표였다. 이는 총여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 위원으로서의 자격과 재정배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총투표다. 이후 대의원들의 논의가 이어지는 중에 장은정(전자전기 11) 학우를 비롯해 총여학생회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일반 학우들도 참여해 논의가 진행됐다. 의결결과 △찬성 32표 △반대 3표 △기권 3표로 안건은 통과됐다. 따라서 이번 총학생회 선거 때 총여 학생 총투표가 실행될 예정이
‘잘생겨서 죄송합니다’, ‘고객님 “감자”합니다’, ‘소스를 원한다면 윙크’.경복궁역 근처의 금천교 시장 골목 멀리서부터 파란색 유니폼 등판에 새겨진 멘트가 보인다. ‘청년장사꾼’ 멤버인 이들의 가게 밖에는 감자튀김 포장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골목을 따라 길게 줄을 선다. 가게 안도 손님들과 감자를 튀기고 서빙을 하는 청년들로 가득하다. ‘청년장사꾼 감자집’ 점장 안상영(유동 10) 학우는 “장사가 잘되는 것은 사람 때문”이라며 “전문적이진 않지만, 함께 일하는 멤버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침체돼 있던 금천교 시장은
2014년 8월 기준으로 20대 고용률은 58.2%, 65세 미만의 연령층에서 가장 낮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청년 취업 및 창업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청년창업을 장려할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중소기업청의 ‘청년창업 사관학교’, ‘청년전용 창업자금’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 등 각 부처와 기관에서 올 한 해 동안 집행하는 규모만 해도 1조 원 이상이다. 서울시 등 각 지자체에서도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대학 내에서도 창업친화적인 학사운영이 확산
프랜차이즈 업체가 골목 깊숙이까지 확장하며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에 부딪쳤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둔 프랜차이즈 업체와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경쟁에서 밀린 소상공인들은 실업자가 되기 일쑤다. 이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항하는 중이다. 그중 누구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성과를 거두는 곳은 ‘동네빵네 협동조합(이하 동네빵네)’이다. 지난해 8월 설립된 동네빵네는 서울시 서대문구, 은평구 지역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결성한 제과업계 최초의 소상공인 협동조합이다. 1년 동안 프랜차이즈
자과캠에서 버스로 20분. 촘촘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그곳에선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칠보산 마을 공동체는 수원시 권선구 금호동 지역의 LG빌리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칠보산 마을에는 현재 △사이좋은방과후 △칠보산도토리교실 △칠보산문화놀이터 등 10여 개의 주민자치단체가 속해있다. 버스에서 내리니 포스터를 붙이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주민 이계순씨와 박민수씨는 스스로를 각각 ‘달님’과 ‘맞장구’로 소개했다. 칠보산 마을에서는 구성원들 간의 친밀감을 형성할 목적으로 별명을 사용하고 있었
1960년 39.15%에 불과했던 한국의 도시화율은 1990년에는 81.95%에 달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했다. 갑작스레 많은 수가 농촌에서 이주해오다 보니 연고가 없는 사람들 간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채로 한 지역에 모여 살게 됐다. 이후에도 도시 내 다른 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수도 많아 사람들은 거주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기도, 이웃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사는 도시인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관계의 단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도시문제, 마을로 풀다도시지역에 복지시설 및 제도가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