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힙합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힙합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색깔 없는 랩이 음원차트를 점령한 오늘, 오직 한글로 된 가사로 우리나라의 서정성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힙합 듀오가 있다. 바로 한국 힙합 1세대이자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가리온’이다. 작년 겨울, 콘서트 준비로 바쁜 그들을 망원동 피브로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힙합에 대해 얘기할 때 언더그라운드가 빠질 수 없는데, 언더그라운드 힙합이란 무엇인가.나찰 : ‘언더그라운드’는 어떠한 사람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출국’과 같은 노래로 우리에게 알려진 가수, 하림. 그는 요즘 부주키나 드렐라이어와 같은 외국의 전통 악기들을 연주하고, 몽골의 후미 창법을 소화하며 월드뮤직의 세계에 정차하고 있는 중이다. 하나의 화랑 같은 ‘아뜰리에오’ 사무실에서 전날 ‘하림과 집시의 테이블’ 공연을 마친 그를 만났다. 하림에게 월드뮤직이란 무엇인가.사실 월드뮤직은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다만, 나는 ‘루트음악’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고 싶다. 루트음악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만들어졌으나 그 민족의 ‘뿌리’가 담겨있고, 부르
월드뮤직은 다양한 장르와 역사를 포괄하는 음악이다. 그 안에서 여러 요소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현상 자체를 중시하는데, 월드뮤직의 가치는 바로 여기 있다. 한국에도 아일랜드 전통음악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가 있다. 하림이 바로 그다. 그는 프랑스 집시스윙 그룹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와 ‘하림과 집시의 테이블’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하림은 ‘하림과 집시의 테이블’ 공연에서 방랑 민족 ‘집시’를 테마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각국의 음악을 들려준다. 지난 20일 열린 하림과 집시의 테이블을 보고 자유로운 영혼
연속된 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머리 위에 말풍선을 달고 대화하는 인물들. 그림이자 글, 미술이자 문학인 만화. 우리에게 만화는 쉽고 재밌고 어쩌면 약간은 가벼운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는 흔히 만화방에서 볼 수 있는 코믹스나 '어린이를 위한'으로 시작하는 각종 학습 만화들에게 비롯된 편견인지도 모른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만화를 소설과 맞먹는 '문학 장르'로 내세운 분야가 있으니 바로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다. 문학이라 불리고픈 만화 그래픽 노블직역하면 ‘그림소설’, 번역하면 ‘문예만화’
작은 예술 공방과 이색 맛집이 즐비한 연남동 골목에 접어들면, 금방이라도 동화책에서 튀어나올 법한 책방 ‘피노키오’가 보인다. 수백 권의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 앞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손님들의 모습. 알록달록한 책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방 지기 ‘피노(본명 이희송)’ 아저씨, 그와 함께 ‘그래픽 노블’ 여행을 떠나봤다. 즐비한 대형서점에 가려 동네서점이 사라져 가는 요즘, 책방 ‘피노키오’는 그래픽 노블과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디서점’이다. ‘인디’라는 말에 걸맞게 출판사가 아닌 개인이 제작한 독립출판물, 그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대학 졸업을 앞둔 청춘들의 공허한 마음을 노래한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가사인데요.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동명의 영화 역시 청춘 세대의 불안, 이로 인한 방황과 일탈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졸업’은 주인공 벤자민이 일류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LA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부유한 가정과 화려한 스펙. 희망찬 새 출
익살스러운 표정의 피에로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등장할 것만 같은 ‘마임’. 모든 연기의 기본이 됨에도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짓만으로 연기하는 마임에 사람들은 ‘답답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던진다. 1987년부터 줄곧 ‘비주류’ 마임이라는 한 우물만 파온 사람이 있다. 지난 5일 저녁 국립극장, 진주에서 막 올라온 마임이스트 고재경을 만났다. 27년간 해온 ‘마임’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마임은 대상물의 특성이나 성격 등을 모방하는 것이다. 그대로 대상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고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공연자의 관점이
겉으로는 성(性)에 대해 점차 개방되고 있는 요즘 세대에게 ‘섹스’는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됐다. 그러나 사회 규범 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보수적 사회규범이 불러일으킨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은밀한 ‘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시가 있다. ‘아마도 예술공간’은 ‘Art & Sex #1 Sex + Guilty Pleasure’을 통해 외면적으로는 개방적이나 내면적으로는 부조리에 갇힌 한국의 ‘성 문화’를 향해 도발적 작품을 선보인다. 이름만으로도 색다른 사람들의 개방적 공간, 이태원. 그 길목 한적한 귀퉁이에 ‘아마도 예술공
무엇이든 ‘영원히’라는 말이 붙으면 진지해진다. 사람의 몸에 영원히 남는 타투를 새긴다는 것 역시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의 피부를 캔버스로 일하는 타투이스트들. 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타투는 어떨지 올해로 2년째 타투숍을 운영하고 있는 타투이스트 윤지하(디자인 07) 동문을 만났다. 타투이스트가 된 계기가 있는가. 여성 타투이스트는 흔하지 않은데 힘든 점은 없나.대학에서 섬유 디자인을 전공했다. 사실 미술이 좋았지 전공은 관심 분야가 아니었다. 그래서 진로를 고민하던 중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예술과 접목시키고 싶
상처 위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문양, 타투(Tattoo). 오늘날,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은 타투는 하나의 패션 트렌드이자 문화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자과캠과 인사캠 건학기념제에서 약학대학 부스와 중앙동아리 성미회 부스가 진행한 헤나 시술은 학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타투의 위생문제와 부작용을 두고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아직까지 모두가 향유하는 문화로 인정받지는 못한 현실이다. 의료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타투의 ‘합법화’ 논쟁, 그 속을 살펴봤다. 몸에 새겨 넣
중후한 북소리와 잔잔하고 부드러운 선율, 그 속을 자유로이 나는 작은 나비의 섬세한 몸짓이 연극의 시작을 알린다.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는 집현전 학사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한글 창제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을 조명한다. 한글 반포 568돌을 맞아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어린 시절, 유일한 피붙이인 고모 덕금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채윤은 이를 묵인한 세종에 원망을 품는다. 그리고 10년 뒤, 집현전 학사 정상수가 가슴에 단도가 꽂힌 채 우물 위로 떠오른다. 뒤이어 차례로 목숨을 잃어가는 집현전 학
한글날은 1446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1926년에 한글의 전신인 ‘가갸글’의 이름을 따 ‘가갸날’로 출발한 한글날은 1928년 국어학자 주시경에 의해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한글날은 1991년,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됐으나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으로 2013년 다시 공휴일로 부활하게 됐다. 올해는 한글 창제를 다시금 기념하고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용산에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했으며, 광화문 광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
광주비엔날레관 뒤 펼쳐진 공원을 따라 걷다 보면 나무 사이로 시립미술관이 나타난다. 이곳에선 광주비엔날레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 그 후’가 열리고 있다. 프로젝트에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세계인의 공유 가치로 전환시키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국가폭력과 저항정신의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고 있는 이곳의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를 만났다.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 1980 - 그 후’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인가.1995년 시작된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로 2
1전시실: 광주 비엔날레, 그 파격적인 서막.어두운 입구, 빨갛게 물들어 타고 있는 창문만이 어두운 공간을 비추고 있다. 잭 골드스타인의 ‘불타는 창문’이 ‘터전을 불태우라’의 시작을 알린다. 붉게 일렁이는 창문에서 불타는 화염이 연상돼 어느새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어디선가 우렁찬 행진곡 소리가 들려오고 벽 사이로 번쩍이는 배 한 척이 눈에 들어온다. 방 한 칸을 다 차지하고 있는 이 전시물은 에드워드 키엔홀츠와 낸시 레딘의 ‘오지만디아스 퍼레이드’로 국가폭력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를 담았다. 하얀 말에 거꾸로 매달려 전진을 외치는
아시아 최초 순수 예술 비엔날레, 20주년 맞이해 지난 9월 5일부터 오는 11월 9일까지 66일간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라는 주제로 광주 비엔날레가 열린다. 광주 비엔날레는 ‘저항과 민주의 도시’라는 정치적 맥락과 예로부터 뿌리내린 ‘예술적 고장’이라는 문화적 명분을 바탕으로 지난 1995년 개최됐다. 독재에 항거했던 많은 이의 희생과 민주화 투쟁 과정 속에서의 아픔을 치유하고 문화로 계승하고자 함이었다. 광주 비엔날레는 1995년에 출범한 지방자치제도와 맞물려 광주 지역만의 브랜드로 자리
‘열린행성 프로젝트’에 참가한 6명의 작가는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 이들은 2012년 밀알 미술관에서 열린 ‘제 1회 행성전’ 이후 △2014년 홍콩 아트쇼 △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소장 △제주해녀를 알리는 아트상품개발 작가 선정 등 가치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로 3회째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동민, 이동민, 한승민 작가의 어머니를 만나봤다. Q. 아이가 미술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언제인가. 신동민 부모 (이하 신) : 동민이는 서너 살 때부터 그림을 몇 시간씩 그렸어요. 여러 사물을 그리면서
쉽게 나올 수 없는 색감의 조화, 천재성이 돋보이는 작품 속엔 작가가 경험한 몸과 마음의 치유가 담겨 있다. 바로 ‘다름에서 천재성을 본다’는 취지로 열린 ‘열린행성 프로젝트 2014’다. 작가의 순수한 내면세계가 작품 속에 온전히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열린행성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기획한 오윤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밀알미술관에서 ‘열린행성 프로젝트 2014’가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 프로젝트는 발달 장애 학생들이 지난 1년간 작업해온 미술 작품을 전시, 판
과학과 기술. 예술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이 있다. ‘트로이카’는 그래픽, 사진, 엔지니어링 등 서로 다른 전공의 세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조율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자연과 일상의 사소함에서 받은 영감을 기계장치를 통해 구현해 낸다. 수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방식으로 현실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면서도 틀에 박힌 산물보다는 우연한 결과에 초점을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북적이는 광화문로를 지나 한적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아기자기한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삶에 만족을 주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행, 알코올, 독서, 운동, 연애 등 많은 것이 있겠지요. 그러나 진정한 만족이라는 것은 주체적인 행동에서 오는 만족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역시 주체적인 행동이 주는 만족감을 보여주지요. 소설에서 보여주는 극단적인 선택은 현재 ‘내 삶은 만족스러운가’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소설 속 여주인공 ‘유디트’는 폭풍우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이 요동치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한 남자를 만나 ‘평온함’과 ‘만족’이 무엇인지
예술인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한 복지 노력은 곳곳에서 그 한계와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1일 국회에서는 관련 내용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예술인 복지 정책을 둘러싼 주요 쟁점으로 △사회적 인식의 문제 △복지법 자체의 구조적 한계 △복지정책의 철학과 전략 부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독립성 및 전문성 부족 등이 지적됐다.예술인의 사회적 노동조합인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나도원 공동위원장은 “지금 행해지는 복지사업들이 처음에 기대했던 바와 달리 예산규모나 내용 면에서 다수의 예술인에게 혜택을 주지는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