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 9사단의 장교입니다. 이번 군 부재자투표에 문제가 많아 제보하기 위해 전화했습니다” 이지문 중위는 광화문 공중전화부스에 서 있었다. 수화기를 꽉 잡은 손이 하얗게 질렸다. 전화를 받은 ‘한겨레’의 한 기자는 가능하면 회사로 직접 와달라고 했다. 30분쯤 뒤 초조한 표정의 이 중위는 편집국의 문을 열었다. 증언은 새벽 한 시까지 이어졌다. 이틀 뒤, 이 중위는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이하 공선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떨리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그는 발표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군 부재자투표과정에서 간부들이 여당후보
열정이 더 이상 반갑지 않은 이유작년 말, 스타 디자이너인 이상봉 디자이너가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상봉 디자인실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부당 근로계약서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 등이 알려지며 이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에 △알바연대 △청년유니온 △패션노조 세 단체는 지난 1월 공동으로 ‘2014 청년착취대상 시상식’을 시행해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상장과 축하 화환을 보내며 문제를 공론화시켰다.이처럼 열정페이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사실 이는 이미 사회에 만연해있던 현상이다. 2011년 출
'열정페이’ 개념의 직접적 발원지는 소위 ‘도제식 노동’으로 불리는 특정 문화산업들이다. 이들의 노동환경은 창작과 노동의 경계가 모호하고 현장에서 오랜 숙련을 필요로 하는 특성상 일반적인 고용계약이나 노사관계와는 다른 관행 속에서 형성됐다. 예술을 꿈꾸는 지망생이 넘치는 노동현장에서, 막내 스태프는 스승이자 고용주인 선생님들에게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종종 화제가 되더라도 이미 자리 잡은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일축되기 십상이었다. 급기야 새로 생겨난 신산업도 이를 답습했다.그러나 자체적인 극복 의지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열정페이’ 논란은 더는 특정 업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기업부터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인턴’이라는 이름 아래 바쁜 생활을 보내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인턴들의 상황에는 도제식 시스템이나 관행이 지배해 온 일부 문화산업과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한다. 그들의 근무지는 비교적 근로조건의 표준이 자리 잡고 법률상 노동자들이 보호받아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인턴의 처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현행법에서 인턴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흔히 ‘수습’과 비슷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때는 청년들의 상처를 다독여주는 ‘힐링’의 키워드로 여겨졌던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청년들이 처한 불합리한 현실에 문제제기를 하기 보다는 청년 스스로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리거나 청춘이기에 아프다는 식의 합리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열정페이가 모든 청년의 이야기가 된 오늘날,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위원장 김민수)’은 활발한 사회 활동을 펼치며 청년 문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의미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지난 10월 말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40회 IPCC 회의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 나아가, 이들에 따르면 210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없애야만 지구의 위험 상태를 막을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최근의 연구와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구는 하나뿐이며, 우리는 전 지구 차원의 비상사태에 처했다.” 환경 운동가 엘 고어의 대표작 ‘불편한 진실’의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은 전 지구적으로 공론화됐지만, 여전히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은 미진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세워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염증을 느끼고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빅애스크(Big Ask)’ 운동이다. 빅애스크의 지지자들은 이전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활동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정책이 나오고
지하철역 근처에는 간혹 붉은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빅이슈’ 판매원. 각자의 사정으로 노숙인이 됐으나 남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힘든 점도 있지만, 빅이슈를 통해 그들은 과거의 절망을 딛고 나아가고자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2010년 한국에 창간돼 500여 명의 노숙인들에게 자립 의지를 심어준 빅이슈를 탐구한다. 빅이슈는 1991년 9월, 영국에서 처음 창간됐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더 바디 숍(The Body
“안녕하세요, 빅이슈입니다!” 혜화역 4번 출구에는 큰 패널을 흔들며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는 이가 있다. 지난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그의 이름은 김회곤. 많이 추워진 날씨에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꿋꿋하게 목청을 높이며 혜화역을 지나는 수백 명에게 빅이슈를 팔고 있다. 절망뿐이었던 삶이 빅이슈를 통해 희망이 보이는 삶으로 바뀌었다는 그를 만났다. 지난 6일 오후 5시, 잡지를 구매하는 손님과 짧은 담소를 나누고 있던 김 빅판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그렇게 잘 팔리지 않네요.”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에게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
노점상은 도시빈민의 생존 수단의 하나로 전 세계 어느 도시지역에서나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이후 도시공간에 본격적으로 노점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시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늘어나는 인구수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도시빈민이 발생했고, 이들은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자 노점을 차렸다. 이렇게 발생한 노점상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가 추진되며 그 수가 급증했다. 경공업 중심의 미숙련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고 도시빈민이 됐기 때문이다. 그 후 점차 노동력이 고급화되고 일자리도 늘어 노점상 수가 잠시 감소
# 노점의 메카 종로대로 비우기“어휴, 그때는 노점상이 정말 많았어요.” 종로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가 2009년 종로대로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당시 종로대로는 600여 개의 노점상으로 북적였다. 유동 인구가 많아 노점상이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늘어나는 노점상 때문에 통행하는 데 큰 불편을 겪었다.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단속원이 동원됐지만, 노점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이에 종로구청은 ‘걷기 편한 종로대로’라는 표어 아래 새로운 노점상 관리 방식을 고안했다. 바로 노점특화거리 사업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책 '서울대의 나라'를 시작으로 고질적인 학벌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 이후 2000년대 들어오면서 정부 주도로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학벌주의를 드러내고, 시민사회운동단체 역시 고등교육에 대한 다양한 개혁안을 내 놓는다. 하지만 너무 늦었던 걸까? 그때보다 대학서열은 더욱 공고해진 것인지 기성언론에서는 각 학교의 익명 커뮤니티에 ‘골품제’, ‘학내 카스트’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현상을 보도하고 있다.지난 7월, 연세대 독립언론 ‘연세통’은 연세대의 인터넷 커뮤니티 ‘세연넷’의 익명 게시글을 토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