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프란시스는 2005년 9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이하 다시서기)’가 ‘성프란시스 인문학 과정’을 열면서 시작됐다. 다시서기는 외환위기 직후 노숙인 상담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컨테이너 한 동으로 시작해 현재는 △거리 상담활동 △급식사업 △무료 진료소 △자활 근로 △주거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성프란시스는 다시서기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매년 약 60명의 노숙인이 지원하지만, 재정구조가 취약한 데다 공간이 좁아 전부 선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다시서기 소장과 실장
성프란시스에 오기 전 삶은 어떠셨나요? 정원조(이하 정) : 나는 탈북자다. 2002년 한국에 왔다. 정부에서 준 정착 지원금과 주택 보증금을 2년 만에 다 날린 후 일용직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갔다. 충북 제천에 있었을 2011년 크리스마스이브에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술을 먹고 여관비를 다 날렸다. 그리고 서울역으로 올라와 한 달여 간 알코올 기운을 달고 살았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추운 탓도 있었다. 그러다 다시서기로 오게 됐다.김철수(가명, 이하 김) : 2011년 7월에 서울역으로 왔다. 서울역에서의 일주일은 절망적이었다. 잠
광화문역 지하도에는 1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천막이 있다. 대형 서점과 화장품 상점들이 즐비한 길목에 있는 이 천막은 비장애인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담긴 장소다. 전장연은 지난해 8월 20일부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을 꾸리고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장애인용 화장실과 경사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광화문역 지하도를 택했다. 그러나 천막 설치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12시간 동안 대치하는 소동은 피할 수 없었다. 말복 더위에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반나절을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
우리 학교 인사캠 학우에게 그렇듯이 대학로는 ‘노들’ 학생들에게도 배움의 공간이다.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 ‘예술가의 집’ 옆 건물 2층이 노들의 위치다.노들은 1993년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설립됐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노들이 대학로에 번듯한 학교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초의 교실은 빌린 탁구장이었다. 이후 정립회관 장애인 복지관 교실 두 칸으로 거처를 옮겼으나 얼마 뒤 자금난을 겪던 정립회관 측의 퇴거 요청을 받게 됐다. 할 수 없이 2008년 마로니에 공원 공터에서 천막수업을 해야 했다. 각계의 후원을
“덜컹덜컹.” 어두운 터널 속 울려 퍼지는 유일한 소리. 고요함 속에 각자의 스마트폰 액정을 응시한 채 지루함을 달래는 사람들. 우리에게 익숙한 지하철 풍경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특별할 것 없던 이곳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약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지하철 2호선 9번째 칸을 가득 메운 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독서 플래시몹 ‘책 읽는 지하철’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지난 1월에 시작한 책 읽는 지하철은 이날로 8번째 운행에 나섰다. 한 달에 한 번씩 신도림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약 1시간 동안
서울시 은평구에는 아주 특별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있다. 언뜻 보면 여타 의료생협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국내 유일 ‘여성주의 의료생협’이다. ‘여성주의’와 ‘의료생협’. 이 둘의 범상치 않은 만남은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살림)’을 만들어 냈다. 2012년 2월 창립한 살림은 현재 120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하고 있다. 새로운 주체, 의료 ‘대상’에서 ‘주체’로“내 몸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살림 조합사무국 박은지 주임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H투어 3박 5일 방콕 패키지여행의 가격은 39만 9천 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각종 팁 △별도의 관광 옵션 △쇼핑 △유류할증료 등까지 더하면 100만 원 안팎의 돈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기존 패키지여행은 발품 팔지 않고도 좋은 리조트에서 묵으며 편하게 여행할 수 있기에 합리적인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 누군가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익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약탈적인 기존 패키지여행저렴한 패키지여행은 관광 지역과 그 지역주민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착취를 바탕으로 한다. 여행에서 관광객이
지구의 진동으로 ‘섬’이 태어났다. 근처의 어부들과 히피들이 섬에 정착했다. 어느 날 섬이 가이드북에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하나둘씩 찾아왔다. 섬에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생겨났고 원주민들은 자기 문화를 버리게 됐다. 결국 섬의 생태계까지 변해버리고 섬은 죽었다.우리 학교 후문에서 마을버스 종로 02번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북촌 한옥마을’이 나온다. 한옥이 쭉 늘어선 골목을 걸으면 마치 조선 시대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주말이 되고 사람이 많아지면 북촌은 그저 하나의 볼거리로 전락하고 만다.그 폐해를 극복하고
지난 1일 서울대 인권센터는 모든 학내 구성원이 따라야 하는 ‘인권 가이드라인’을 국내 대학 최초로 제정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만들어진 초안은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한다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하지 않는다 △폭언·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등 21개 조항을 갖추고 있다. 인권 가이드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국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아직은 말 그대로 초안에 불과하다”며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검토위원회에서 지속적인 수정을 거쳐 올해 말 본안을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서울대 인권센터는
인권센터는 대학 인권문화의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인권 가이드라인 도입 예고와 함께, 학내 인권 담론의 촉매로서 인권센터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인권센터만으로 대학이 인권 친화적인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지나친 낙관이다. 이는 서울대 인권센터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인권센터는 대학원생 학내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대학원생의 10% 정도만 참여했다는 대표성의 한계를 고려해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대학원생 1,352명은 교수로부터 △폭언 및 욕설을 듣거나 (18.9
마트에서 팔리는 애호박 한 개의 가격은 1700원. 그러나 생산지에서 농부들이 유통인에게 넘기는 애호박 10개의 가격은 2500원이다. ‘생산자 - 산지유통인 - 공판장 - 도매법인 - 중도매인 - 직판상인 - 소매상 - 소비자’. 산지에서 자란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보통 5 ~ 7단계를 거친다. 단계를 거칠 때마다 각종 수수료와 관리비용이 붙는다. 이런 유통구조는 ‘농민은 헐값에 팔고, 소비자는 부풀려진 가격에 사는’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면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농사짓기에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갈수록 유기농을 찾고 자신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음식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올바른 먹거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푸드포체인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30일에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이들은 식생활 교육을 통해 현명한 음식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계절의 인사 △먹거리 강연기획 △푸듀케이터 양성과 같은 다양한 먹거리 캠페인과 교육을 통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