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했다 차였던 기억, 어렸을 적 당했던 교통사고, 우연히 목격한 범죄 현장… 살다 보면 여러 ‘끔찍한’ 기억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왜 그랬지’라며 후회도 해보고 잊어보려 억지로 노력해보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이럴 때 우리는 기억을 지우는 상상을 해본다. 영화
■ 연구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창의 사업단에 선정돼 몇 년 전부터 분자 메모리에 관한 연구를 했다. 메모리를 분자차원에서 이해하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사업단의 첫 번째 목표였는데 특히나 유기 분자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반도체의 주류인 무기 메모리는 제작 단가가 비싸고 나노선을 집적하는 데 물리적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누군가 전짓불을 얼굴에 들이대며 당신은 누구 편이냐 묻는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음에 생긴 불안감은 사건 이후로도 한 소설가에게 고통을 준다. 한 정신과 의사는 그를 치료한다는 명분으로 또다시 전짓불을 그에게 들이댄다.이는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의 주된 내용이다. 평론가들은 소설 속 △전짓불을 사회적 압력 △정신과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으로 인권을 연구하는 ‘인권사회학’. 듣기에 어쩐지 낯선 이유는 이것의 역사가 10년 남짓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권사회학에 앞장서 나아가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지난 12월 『인권으로 본 동아시아: 한국과 일본의 인권 개선조건』을 출간한 우리 학교 구정우(사회) 교수이다. 지난 3~40년 동안 인권 연구는 대부분
때는 2030년,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밤. 얼음장 같은 집 안에서 옷을 두껍게 입고 이불까지 꽁꽁 싸매고 있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올리고 난로도 틀어 보지만 집 안의 차가운 공기를 데우기에는 그야말로 역부족이다. 애꿎은 보일러만 계속해서 눌러보지만 미동도 없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바로 보일러를 작동시킬 기름이 없기 때문이다.기름을 살 돈이 없어
햇볕이 따사로이 내리쬐지만 심술궂게도 바람이 차갑게 불던 날, 강원도 홍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터미널에서 굽이굽이 산을 돌아 한 시간 반쯤 더 들어가자 살둔 마을 표지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수줍은 듯 컹컹 짖어댄다.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주택 뒤편에서 셔츠 한 장 가볍게 걸친 어르신 한 분이 마중을 나오셨다. 그렇게 살둔 제로
젊은 남녀들이 무리지어 춤을 추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곳, 클럽을 생각해보자. 술에 취했는지 음악에 취했는지 젊은이들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화끈 달아오르고 들썩들썩한 현장 분위기가 당신마저 압도해 버린다. 그런데 이때 잠깐만 배경음악을 빼 보자. 갑자기 춤추던 사람들이 민망해진다. 음악이 사라진 공간에는 어색함과 공허함만
도원(道原) 류승국(柳承國) 선생님은 해방 이후 한국 철학계를 이끌어 오신 태두이시다. 선생님은 1923년 2월 17일 충북 청원군 북일면 은곡리의 전통적인 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2011년 2월 27일 89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1948년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 입학하신 이후, 본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서울대 대학원 철학과·동국대
당신이 다섯 달 동안 고등학생 과외를 하기로 했다고 가정하자. 학생의 어머니는 급여에 관해 두 개의 선택권을 준다. A. 첫 월급 50만 원, 다음 달 40만 원 ? 마지막 월급 10만 원. B. 첫 월급 10만 원, 다음 달 20만 원 ? 마지막 월급 50만 원.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경우 반드시 A를 택한다. 처음에 받은
흔히 우리는 식물이 ‘수동적’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아마 그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두커니 한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곳에 뿌리박혀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닌 식물은 위험에 처했을 때 동물처럼 도망칠 수가 없다. 따라서 감지해낸 정보를 내부로 전달하는 신호체계를 발달시켜 왔다. 그들의 ‘능동적’
한 번쯤 텔레비전에서 북한 무용수들이 나와 공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굴을 하얗게 화장하고 약간은 촌스러워 보이는 복장으로 춤추고 노래를 한다. 그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아 보는 이가 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그러나 북한 무용수였던 한 여성의 말은 우리의 환상을 단번에 산산조각 내버린다. “배가 고파도 배부른 척, 괴로워도 행복한 척했어요. 그때는 어떻게 그랬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가네요”영화 초반부터 심상치 않다. 다짜고짜 탈북자들이 나와 김정일 체제를 비판하고 증오한다. 자신의 모든 피붙이를 죽음으로 밀어 넣
이집트 사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사그라질 새도 없이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 정권과 시민의 대립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우리도 이들과 비슷한 역사를 가져서일까,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시위 장면은 가슴 한편을 아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여기 숭고함마저 자아내는 또 다른 민중의 모습이 있다. 바로 리비아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인 이란의 민중들이다. 마르잔 사트라피라는 이란 여성이 자신의 기억 속 이란의 사건ㆍ사고를 만화의 형식으로 진실하게 그려낸 작품, 페르세폴리스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란 민중의 모습을 마르잔의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한 여인이 있다. 아무리 혼자 고민을 해보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상담을 받아 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서점에 찾아갔다. 그러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수많은 책을 하나하나 볼 수는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 이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기욤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읽어 보시는 건 어떻겠어요? 이 책은 사랑과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소설로, 소중한 시간을 되돌아보죠.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라고 말해주는 ‘책 소믈리에’가 있을 테니.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요리조리 꼬이는 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엉키는 듯 아슬아슬해도 용케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 실뜨기. 실뜨기의 모양은 취향따라 갖가지로 변하곤 한다. 그런데 실뜨기 놀이에서의 모든 실 모양이 같은 매듭이라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순순히 수긍할 수 있는가? 아마도 십중팔구 부정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모든 실뜨기 모양은 항상 같은 매듭일 뿐이라고 결론짓는 수학자들이 있다. 실뜨기의 모양이 모두 같다는 것은 매듭 이론(knot theory)에 의한 ‘정당한’ 주장이다. 언뜻 보기에 매듭과 수학을 접목하는 것은 부조화처
새내기 A는 과제를 하러 학술정보관에 간다. 그런데 이유 모를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내가 지금 찾고 있는 책이 과제에 쓰기 적절한 것일까? 책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다. 사서 선생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 계시는 건지,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주변의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창피하다. 위 예시에 공감이 가는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도서관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도서관 이용 시 △두려움 △무력감 △혼란
섬유가 걸어온 길섬유의 시초인 천연섬유에는 흡습성이 좋은 면, 식물의 줄기나 껍질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아마포, 보온성이 뛰어난 울(Wool) 등이 있다. 이 천연섬유로 언제부터 옷을 짓기 시작했을까? 일 만 년 전 신석기 시대의 마직물이 스위스의 듀엘로 호수에서 발견되면서 섬유와 함께한 인류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또한 이집트 미라의 붕대가 염색된 아마포임이 밝혀져 석기시대 이전부터 마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일 만 년여 전부터 인간의 몸을 보호하고 멋을 내도록 도운 천연섬유는, 19세기 후반 일대 혁명의 바
섬유는 패션의 소재이자 의상학의 근간이다. 우리 학교에서 패션 소재 강의를 진행하는 정희자 교수를 만나 패션에 있어서 섬유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패션의 트렌드에 따라 수업 내용도 바뀌는지?패션계에서는 무엇이 유행할 것인지를 유행 시점의 2년 전에 예상한다. 보통 어떤 디자인이 유행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소재가 먼저 선정되고 그다음
행복학의 탄생행복학은 기존 심리학의 성찰로부터 출발한 긍정 심리학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심리학은 주로 정신병, 부정적 심리 상태 등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와 달리 긍정 심리학은 부정적인 정서보다 긍정적인 정서에 관심을 기울인다. 저마다의 장점을 발휘하고 행복을 증진하는 비결을 찾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행복학은 긍정 심리학에서 연구하는 긍정적인 상태를 △사회과학 △심리학 △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 데이빗
서은국 교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행복학자다. 행복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그의 스승이기도 한 심리학자 애드 디너(Edward Diener)의 논문 「Subjective well-being(주관적 안녕감)」을 대학 시절 우연히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그에게 한국인의 행복에 대해 물어봤다. ■ 올해 ‘한국인 맞춤형 행복지수’를
최근 들어 구조물이 △고층화 △대형화 △복잡화되면서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도 힘들어졌다. 더불어 구조물의 노후화는 안전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환경 구조물의 안전성과 수명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센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박 교수의 논문은 구조물 손상 검색 및 센서 자가진단이 가능한 센서에 관한 것으로 스마트 재료와 구조(Smart Materials and Structures) 국제 학술지의 ‘2009년 우수논문 23선’중 하나로 선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