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있다. 서로 미워하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원하는 바를 위해 한배를 탄다는 뜻이다. 여기, 시너지효과를 노리며 전략적 동승을 시도하는 이들이 또 있으니 예술을 동경한 기업과 브랜드, 역으로 그들의 도움을 갈망하는 예술이 바로 그것이다. 21세기는 이를 ‘콜라보레이션’이라 명명했다. 콜라보레이션, 그 오묘한
산하고 하늘하고 누가 누가 더 푸른가. 그에게 묻는다면 산도 아니요, 하늘도 아니요, ‘쪽’이라 답할 것이다. 도넛 체인점, 아트 갤러리 사업을 뒤로하고 과거의 색을 지키는 일을 택한 전통염색연구가 홍루까 선생. 염색 공부를 위해 늦깎이 학생도 마다않는 그를 ‘하늘물빛천연염색연구소’에서 만났다. 엄보람 기자(이하
영화 에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두 주인공은 죽기 전 하고 싶었던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 하나씩 해나간다. 그런데 스쳐 가는 장면 속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하나 있다. 그들이 머무르는 곳은 사자가 어슬렁거리는 야생의 사파리. 그러나 그들은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장식된 텐트 속에서 ‘글램핑’을 즐긴다. 대자연 속 덩
강의실을, 도서관을, 영어 학원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당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지만, 언제나 불안하지는 않은가? 연극 에는 당신과 매우 비슷한 주인공이 있다. 텅 빈 회색빛 무대. 막이 오르면 비쩍 마른 파리한 안색의 남자가 무대 위를 분주히 뛰어다닌다. 남자는 무척 초조해 보인다. 그의 이름은 보이체크로 독일의 가난한 병사
루이비통을 입은 돼지. 골프채를 휘두르는 돼지. ‘된장 냄새 좀 나는’ 돼지들이 액자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돼지의 행동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린다. 어라, 그런데 가만 보니 돼지의 모습이 마냥 웃기지만은 않다. 나도 저 돼지들처럼 소비에서 행복을 느끼지는 않았던가? 마음 한구석이 콕콕 찔린다. 화려하고 밝은 색
눈길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제목과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타이틀. 이 둘을 통해 젊은 남녀의 가볍고 충동적인 하룻밤 불장난을 예상했다면 그 기대는 틀렸다. 연극 속에는 다만 사랑에 버림받고 방황하는 두 명의 남녀가 등장할 뿐이니까.주인공 정훈과 시후는 각각 옛 애인끼리의 결혼식에서 만난다. 둘은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옛 애인의 결혼식에 와버리고, 잠시 통쾌한
태피스트리. 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직물은 신의 창조물이라고 불립니다. 가로 세로 3미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와 정밀화에 버금가는 섬세함까지. 다채로운 선염색사가 그려낸 기적은 뭇 화가의 붓놀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요.파리 클뤼니 중세 박물관에는 라는 이름의 매혹적인 태피스트리가 걸려있습니다. 여인이 일각수를 유혹해 길들이는
대학생, 20대에 막 접어든 성인으로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맘껏 누리며 한창 즐거울 수 있는 시기이면 좋겠다. 그렇지만 요즘 대학생이라는 이름에선 인생의 진로를 놓고 고뇌하며 가깝게는 학점에 목을 매야 하는 그들의 무거운 어깨가 먼저 느껴진다. 이런 시기에 몸과 마음을 축 늘어지게 하는 고민을 잠시 벗어 놓고 생전 해본 적도 없는 잡지를 만드는 일에
잡지란 말 그대로 잡다한 것들을 모아 놓은 종이묶음이다. 그 얄팍한 갈피갈피를 탈탈 털면 다양한 목적을 지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잡지의 끝에는 반드시 ‘이익’을 갈구하는 누군가가 서있기 마련. 하지만 요즘, 온전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단으로 잡지를 선택하는 고고한 무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독립잡지라는 자유로운 이름 아래 문화
다 자란 사람이 무엇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랑말랑했던 가치관은 콘크리트마냥 굳어버린 지 오래. 변화란 안락하게 굳어버린 자신을 모조리 부수고 쓸어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달갑지 않으며 동시에 어려운, 게다가 그 파편에 주변사람까지 다치게 만드는 위험한 것. 어른의 변화는 그런 것입니다. 영화 속에는 일생일대의 변화를 목전에 두고 발을 담글까 말
나지막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무대를 채운다. 귀에 익은 멜로디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낯설어지고, 흥겨운 노래인가 싶어 고개를 까딱이다가도 어느 순간 처량함이 밀려온다. 할머니가 부르는 콧노래다. 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그녀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느릿느릿,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두어 시간 남
서준우 기자(이하:) 원래 폴리 아티스트의 길을 가려고 했었나, 생소한 장르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문재홍 폴리 아티스트(이하:) 처음부터 폴리 아티스트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편집과 연출에 관심이 있어서 영화과에 진학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온 사람과 단순히 관심만 가지고 온 사람은 차이가 있더라. 게다가 군대에 다녀왔더니 관심 있
텅 빈 지하철. 한 여자가 오도카니 앉아 자신에게 들이닥친 변화를 곱씹고 있다. 6년을 만난 애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 연거푸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던 그 모습. 상념에 빠진 그녀의 어깨엔 처음 보는 남자 하나가 천사처럼 기대 잠들어 있다. 낯선 얼굴엔 아직 앳된 티가 역력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여자는 열차가 종점에 멈추자 갑자기 그에게
성인영화.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벌게진다. 머릿속에서만 떠올렸을 뿐인데 괜히 잘못한 것처럼 가슴이 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화가 나기도 한다. 성욕은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당연한 생리적 욕구에 포함된다고 배워놓고 생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이런 당신, 대놓고 야해지고 싶지 않은가? 여러분을 위해 소개한다. 바로 &l
『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후 2시의 박물관』. 두 저서는 제목만으로도 박물관을 편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자신의 책과 똑 닮은 그녀의 삶은 소중한 친구 찾듯 박물관 주위를 맴맴 돌고 있다. 자기 안의 답을 찾거나 위안을 얻기 위해 유물들을 돌아본다는 그녀. 그 애틋한 박물관 사랑과 유물과의 소통 가능성을 들어봤다.엄보람 기자 (
팔각기둥을 가로로 길게 늘여 눕혀 놓은 모양이라고 해야 할까. 전시관 하나를 몽땅 차지한 이 물건은 그 생김새를 형용하는 것부터 녹록치 않다. 전면은 검은 유리요 몸뚱이는 알루미늄 일색이니 “자유롭게 관람하세요”하는 친절한 말에도 선뜻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안에 젊은 작가들의 예술혼이 고고히
자기 자신을 꼭꼭 숨기며 사는 삶,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우리를 구속하는 수많은 규율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의 입을 스스로 막게 하고 머리를 조여 오지요. 그런데 그 넘을
동부이촌동의 어느 한식당. 단청무늬로 장식한 간판에 적힌 ‘초록바구니’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린다. 국내 최초로 분자요리를 응용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 이곳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아침 아홉 시, 손님 없는 한산한 시간을 틈타 초록바구니의 김기호 대표를 만났다.분자요리의 정의에 대해 묻자 곧바로 돌아온 “별거 아
서구 미술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한국 주류 미술계. 그 그늘에서 벗어나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탐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자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투(野投)였다. 야투는 그 이름 그대로 자연(野)에 던져지는(投) 행위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는 미술 활동을 하는 자연 미술가들의 모임이다.야투는 금강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사막 한복판에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사막만큼이나 메말라 먼지 폴폴 날리는 바그다드 카페가 있었고요. 사고뭉치 남편을 쫓아낸 어느 아침, 가게 안주인 브렌다는 간판 아래 앉아 투박한 눈물을 훔치는 중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남편과 다투고 도로에 버려진 야스민이라는 여자가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총총히 나타났지요. 한 사람은 땀범벅, 나머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