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참 많은 문제들이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여러 기사들의 헤드라인 뿐만아니라 당장 거리를 걸으면서도 독거노인, 장애인, 불우이웃 등을 돕자는 부스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기사 내용을 대충 읽거나 부스에서 관심을 독려하는 이들의 손길을 피하거나 무시한다. 이는 누군가가 문제라고 말하는 것들이 내가 지금,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사건이었던 세월호 사태는 어떨까. 사태가 일어난지 벌써 4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거리로 나와 광장에 모여 한
스피노자는 이미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데카르트에 맞서 사고대상과 현실대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라는 관념은 짖지 않는다.’라는 말은 현실의 개는 짖지만, 관념 속의 개는 짖지 않기에 현실과 관념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한다.‘대학생은 그저 도구다.’란 제목에 초장부터 스피노자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대학에서 부딪히는 혼란과 부조리를 설명할 단초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대학이란 어떤 공간이고 대학생이란 어떤 존재인지 사고대상과 현실대상을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대학은 어떤 곳이어야 하
세월호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비통해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렇게 슬퍼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입을 열어 스스로의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의견과 수많은 입장들이 난립하면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촉발된 대립과 갈등은 더 나아가 해묵은 정치성향을 들먹이는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으로 양상이 변화되어 갔다. 처음에는 대통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에서 시작되었던 논쟁은 어느새 서로에게 색깔을 입히고 원색적인
따뜻한 봄 햇살이 채 내리쬐기도 전에 여름이 왔다. 점점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기분까지 밝아지는 느낌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다시 학교에 다니는 요즘, “대학생”이라는 단어에 대해 자꾸 곱씹어보곤 한다. 며칠 전 어떤 수업 중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이 기억에 남았다. 사회가 너무 회색빛으로 변해간다는 말이었다. 대학도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또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 던져질 사회 또한 너무나 냉혹하다.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 그 안의 대학생”이라는 말에 많은 공감을 했다. 요즘 안과 밖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정말 기사의 제목처럼
문득 2014년을 알리는 종소리 이후로, 벌써 올해의 3분의 1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년 같았으면 이 시기에 대동제나 과 행사로 분주했을 학우들의 소식들이 SNS와 학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대로 세월호 침몰 사건에 의해 대동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이 1면을 장식했다.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축제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대동제 취소 결정을 전한 인사캠 총학생회장의 말에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엔 수긍했
개강 후 날이 풀리면 인사캠은 캠퍼스 투어를 하러 온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차곤 한다. 어느 날 경영관 앞을 지나가는데, 한 고등학생 소년의 말이 내 귀를 사로잡았다. "대학은 자유롭잖아".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은 입시경쟁이라는 또 다른 숨 막히는 환경에서 그 소년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은 자유로운 곳이었고 자신이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이전과 달리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자신이 소속될 공동체(과, 학회, 소모임, 동아리 등)를 선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올해 ‘신문의 날 표어 공모전’ 대상을 받은 문구다. 4월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진행된 이 공모전은 다시금 신문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신문은 일어난 사실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자문하게 해주기에 신문은 깊어진다는 것이 위 표어의 설명이다.그렇다고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이 깊어지는 것이 당연지사는 아니란 생각도 든다. 어떤 신문은 당장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점차 자극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신문은 독자가 고민하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놓아버린
잔인한 삼월이 아직도 1주나 남았다. 개강의 설렘도 잠시일 뿐, 만만치 않은 교재 값 혹은 개강 직후의 모임들의 회비로 통장 잔고가 아슬아슬하게 바닥 난 학우들이 많을 것이다. 다음 달까지 남은 날들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날까 기대가 되기보다는, 이 잔고로 내일은 또 어떻게 버티지 하는 압박감이 앞서기에 삼월은 가히 잔인하다. 그동안 연락도 못 하고 지냈던 동창들을 동네 상점에 들어갔다가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의 관계로 만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며, 나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일터에서는 대학생이 한창 놀 때인데 굳이 왜 좋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하루하루 환하게 밝아지는 아침 햇살과 함께 걷다 보면 괜히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안고 새 학기를 맞이하게 된다. 어느새 개강 2주차가 지나면서 이래저래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이름, 학과, 학번 등과 함께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어디 사세요?” 처음 만나 서로 자기소개를 하던 자리에서 “어디 사세요?”라는 물음에 “기숙사 살아요.”라는 대답 한 마디로 그 친구는 나를 포함한 통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도 그럴 것이 1교시가 있는 날이면 출근 전쟁을 치
입춘에도 폭설이 쏟아지던 긴 겨울을 지나서, 매섭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이 오고 있다. 성대 신문 파업 사태를 겪고 발간이 정상화가 된 후에도 두 달 만에 방중호인 제1555호를 만날 수 있었다. 두 달간 시간과 함께 새해와 함께 다짐과 계획으로 시작했던 겨울 방학은 끝나고 어느덧 개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성대신문 제1555호에서 다룬 등록금, 새터, 기숙사 제도 등에 대한 기사들은 개강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중에 특히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특집으로 다뤄진 중독과,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취재와 등록금 협상에 대한 기사였다.특집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학술면에 실린 슬라보예 지젝을 접하며, 이제는 꽤나 유명해져버린 자크 라캉의 메시지를 떠올려본다. 나와 타인을 존재하게 하고 구분지음으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남이 내 자신에게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스스로 그에 자신을 비춰보며 그 존재의 발원을 지속한다. 가깝게는 SNS 대화명과 글 한줄부터 심지어 본인의 일기장까지 족적 하나하나마저 무의식중에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되고, 흔히 예를 드는 취업 시장에서도, 그리고 연애의 면면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상대와 세계의 시선,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요즘 ‘MAN VS WILD’란 프로그램을 다시 즐겨보고 있다. 이는 오지에서 살아남는 것을 주제로 삼은 프로그램이다. 주인공은 베오 그릴스라는 생존전문가인데, ‘1박 2일’이나 정글의 법칙 같은 국내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언급돼서 정말 유명하다. 이 생존 전문가의 유행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죠’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그는 이 유행어와 함께 각종 애벌레나 풀, 날고기 등 가릴 것 없이 입 안에 넣어댄다. 이런 그를 보면서 내내 속이 메스껍거나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신은 정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