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예술은 분명 가장 논란이 되는 뜨거운 화제 중 하나다. 사람들은 현대예술이 난해하기만 한 ‘그들만의 리그’이며, 희대의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현대예술은 결코 난해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리그’는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현대예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대인이지 않은가. 예술은 시대의 자화상이자 세계관의 반영이다. 현대예술을 이해함은 곧 우리 세계를 파악한다는 것이다.일견 성의 없어 보이는 현대예술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이건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이래
납본제도는 인쇄자료를 포함한 시청각, 디지털 자료 등 도서관자료를 국가도서관에 제출하는 것이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법적 납본제도를 통해 자국의 지식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서비스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영구보존하고 있다. 대학에서 발행하는 석박사 학위논문 역시 중요한 납본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인쇄본과 디지털본 학위논문을 납본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도서관법」은 학위논문의 경우 인쇄본이 있는 경우에만 디지털본도 납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대학들은 인쇄
날이 추워졌다 잠깐 따뜻해진 요즘, 형형색색의 단풍을 캠퍼스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새빨간 단풍의 색깔이 왜인지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진을 찍게 만든다. 달력의 칸이 몇 개 남지 않은 지금, 흐드러지게 핀 단풍나무를 잠시 바라보는 순간. 한 해의 여정의 끝에서 지친 우리들에게 마지막 정열을 불태워보라고, 응원을 건네는 듯하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공생, 기생, 경쟁, 포식 등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존한다. 뻐꾸기가 뱁새에게 알의 부화를 맡기는 기생,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유동물의 포식, 유한한 자원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물종은 다른 종의 상태에 따라 쇠퇴할 위험이 크다. 반면에 꿀을 제공하는 식물과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과 같이 서로 이익을 주는 공생 관계가 안정적 생존의 바람직한 관계로 보인다.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관계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일방적 포식 관계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결과적으로 그 폐
필자는 올해도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은 무료로 먹을 수 있게 됐다. 잘하면 두 잔을 먹을 수도 있다. 일부 학우는 세 잔까지도 먹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 단과대학 학생회, 학과 학생회 선거에 투표하는 것이다. 지난주 중 사흘간 진행된 제56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한 모든 학우에게는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 증정된다. 단과대와 학과 학생회는 증정 여부와 물품이 모두 상이하지만, 상황이나 운이 따라주면 투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커피 세 잔을 받는다. 이렇게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선거 기
에서 집단은 무엇인가. 유명 미스터리 작가인 할런 트롬비가 자신의 생일에 살해된다. 용의자는 할런의 자식들과 간병인 마르타다. 모두 저마다의 알리바이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영화는 시작한다.영화에 등장하는 주된 집단은 할런의 자식들이다. 이들은 개개인이 하나의 집단을 대표하는 동시에 ‘트롬비 가족’이라는 공통의 집단을 형성한다. 할런의 자식들이 모두 모여 이민 정책에 대한 논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각자가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할런의 첫째 사위는 불법 이민자들은 합법적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에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선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지금 7주차 조판에 나와 취재후기를 쓰고 있다. 원래 미리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다. 생각해보면 성대신문 활동 내내 시간에 쫓겼었다. 금요일 6시 마감 전에 초고를 미리 써놔야지 하다가도, 자꾸만 변하는 취재상황에 휩쓸리다보면 마감 시간에 전에 겨우 제출하기 일쑤다. 이렇게 정신없이 기사를 몇 번 내고 나니 벌써 겨울이 됐다. 연말이 되니 올 초에 쓴 내 수습일기가 떠오른다. ‘올해까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제목인데, 거기서 나는 우수기자가 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목표는 달성했다.
평화롭고 온건하다. 필자가 다닌 지 4년이 되어가는 우리 학교로부터 받은 인상이다. 동의하는 이도,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다른 대학 교정에 놀러 갔다가 학생들의 의견이 가득 적힌 대자보나 대학 본부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인사캠과 자과캠이 분리돼 의견을 직접적으로 공유할 학생사회가 작기 때문일 수도 있고, 대학 측이 일을 원활히 해 큰 잡음이 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덕분에 우리 학교를 떠올리면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 좋지만 조용한 학생사회가 아쉽기도 하다.이러한 학생사회의
얼마 전,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비영리 섹터에서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여 열심히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청년, 영리 섹터에서 ESG 마케터로서 살아가며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 청년들이 연사로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연회였습니다. 주최기관은 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을 ‘임팩트 커리어’라고 명명하였고, 비영리섹터/영리섹터를 가리지 않고 이러한 임팩트 커리어를 갖고 진로를 설계해 가는 10명의 청년 연사들의 이야기로 포럼을 구성하였습니다. 이 연사들의 이
이걸 해야 될까, 저걸 해야 될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것을 고민하는 결단의 순간들이 항상 있다. 그런 순간에 가치 규범이 고민의 부담을 덜고 도움이 된다. 도덕 규칙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우리는 도덕의 요구를 문제 삼지 않는다. 일상이 얼마나 무거운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다. 그렇게 가치 규범들이 나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은 숨겨지고, 직접적인 것은 긴박하게 닥쳐오는 이 세계이다.
21세기는 데이터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데이터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 된 것이다. 물론 데이터 자체는 단순한 숫자와 문자의 집합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우리는 귀중한 정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한 여자가 남성으로 위장한다. 그리고 다른 한 여자는 그 여자에게 속아 재혼을 결심한다. 성별을 속이는 데에 성공한 여자는 상대가 임신했다고 속이는 데에도 성공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대 여자의 주변인과 가족에게 투자 사기를 친다. 추정되는 피해액은 최소 십억 단위가 넘어간다. 상대 여자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세상은 그렇게 좀먹혔다.최근에 실제로 일어났던 이 이야기는 명백한 혼인빙자 사기다. 그리고 혼인빙자 사기는 명백히 비극이다. 결혼을 결심할 만큼의 사랑이 배신당하는 비극, 혹은 한평생 모아온 돈을 잃는 비극일 수도 있다. 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통념적으로 우리는 지도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따라서 누군가를 위하거나 무언가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리 브로턴은 그의 저서 『욕망하는 지도』에서 지도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욕망을 투영한 채 그려져 왔으며, 지배적 권력이나 권위와 매우 밀접하다고 말한다. 유럽 열강들에 미지의 세계를 보여주며 탐험과 정복의 열망을 자극하던 지도는 18세기 프랑스에서는 관념적이던 국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함으로써 민족주의를 촉진했고, 20세기에는 새로운 세계의 중심을 지정하며 정치적 욕망
#15초 독서 #긴 글은 못 읽어
‘삑, 삑’.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들어가 후반전을 준비한다. 라커룸에 들어온 선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전반전에 했던 실수에 대한 후회도 남아있을 것이고, 멋지게 성공시킨 드리블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또 후반전은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번 성대신문 1718호에는 내 마지막 기사가 실린다. 또한 발간이 끝나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학교 단체 활동이 사실상 끝이 나게 된다. 그렇기에 이번 호 발간은 내 인생의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와도 같이 느껴진다. 희미해지는 휘슬 소리를 뒤로한 채
단체라는 건 가끔 자석처럼 찰싹 붙어 단단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함께 있지만 각자 다른 곳을 향해 가기도 합니다. 단체를 이끌기 위해 장이 해야 하는 가장 큰 일은 다른 목적과 의도를 가진 이들을 공통된 목표를 향해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활동 인원이 200명이 넘는 동아리를 운영하며 제가 느낀 점은 모두 이 단체에 대한 생각과 애정도 그리고 단체에 쏟을 수 있는 열정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누구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연습에 참여하고 기획에 도움을 주지만 누군가는 와서 시간만 채우고 가거나 노력 없이 무대에 서는 경우도
술만 마시면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있다. 수십 년 고통에 시달리던 아내가 여느 때처럼 폭행당한 어느 밤, 깊이 잠든 남편을 질식시킨다. 대다수 사람은 이중 감정을 느낀다. 아내의 행동이 명백히 잘못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남편의 오랜 행태에 대해 못지않게 분노가 치솟는다. 분노는 그런 결말을 당해도 싸다고 아내의 행동을 옹호하는 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정의에 대해 치솟는 분노의 감정, 이를 고대 그리스인들은 티모스(θυμός)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분노감이 정의 실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함을, 동시에 그것이 이성에 의
성균관대 건축학과는 매해 10월이 되면, 강학(講學)을 뒤로하고 유식(遊息)을 떠난다. 남한을 수도권-강원권-경상권-전라권-충청권으로 나누어 매해 10월에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을 엮어 건축 답사를 한 곳씩 떠난다. 그래서 1학년서 5학년까지 남한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올해는 경상권 차례였다. 답사 일정과 방문지는 학생회가 주관한다.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로 답사를 못 해서였을까? 올해 계획은 야심 찼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통상 학생회가 고민하는 것은 학생 1인당 내야 하는 비용이다. 8만 원 선이면, 참여율이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수업 시간이 10분 남은 시점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번번이 오는 엘리베이터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서, 또는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서 계단을 오른 뒤 헉헉대며 강의실로 향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인문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필자도 셔틀을 타고 내려서 인문관에 도착하면 길게 늘어선 두 대의 엘리베이터 줄 때문에 체념하고 계단으로 7층까지 가는 일이 빈번하다. 물론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미리 강의실에 가 있는다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강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