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우리는 수많은 진실과 거짓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중 어떤 것이 진실인지 혹은 거짓인지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과연 진실을 올바르게 판별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지금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정말로 진실이 맞는가. 김홍석 작가는 '좋은 노동 나쁜 미술'전에서 평범한 작품 전시를 거부하고, 작품과 도슨트의 설명이 어우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본 적 있는가? 포트폴리오는 딱딱한 형식의 자기소개서와는 다르다. 포트폴리오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다시 말하면 포트폴리오는 현대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가장 창의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다. 이런 포트폴리오와 예술가들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종로구 안국동의 사비나 미술관에서
밤이 빠른 초겨울에 찾아간 대림미술관은 고요한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은 어두운 방에 쏟아지는 흰 빛으로 마치 겨울밤을 연상시켰다. 스와로브스키는 크리스털 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스와로브스키라는 전시회를 진행한다는 데에 고개를 갸우뚱할
연극 에는 ‘외모바이러스’라는 병이 등장한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극심한 콤플렉스를 느낄 때 발작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이다. 이에 못생긴 여고생 박장미는 자신도 외모바이러스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한다. 그러던 중 장미는 커다란 가위로 이를 치료하는 미남 이발사 김삼봉을 우연히 만난다. 이 연극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
“철컥철컥” 칠흑같이 암전된 무대 위에서 거칠게 현관문 따는 소리만 들려온다. 소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희미한 조명이 문고리를 비추자 객석에 앉은 이들은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문이 왈칵 열리고 도둑이 씩씩대며 들어온다. “야. 이 멍청한 계집애야. 문을 안 잠갔으면, 안 잠갔다고 얘길 하던가!” 집주인 유화이는
지금 누군가가 당신의 입을 막는다고 상상해보자. 아마도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을까? 박정희 정권 그때 그 시절에는 검열이란 억압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연극 는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그 시대 사람들의 심정을 현대인의 마음속에 아로새긴다.연극은 군대를 연상시키는 초록 그물로 둘러싸여있었다. 어눌하게 혼
. 실험음악의 선구자 존 케이지의 작품인 이 곡은 ‘휴식(TACET)’이라는 악상만이 연주되는 소리 없는 연주곡이다. 느지막한 오후에 찾은 백남준아트센터는 가 흐르는 듯 한가롭고도 조용했다. 그러나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 고요함은 자취를 감추고 관람객들은 수많은 소리에 사로잡힌다. 전시
군대.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동시에 낯선 단어다. 누군가의 아들이며 친구, 애인이었던 젊은 남자가 삐죽삐죽한 머리의 군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일상적일 만큼 흔한 일이다. 그러나 ‘개인’의 자아를 벗고 군대라는 ‘집단’의 자아를 입어야 하는 군인이 뿜어내는 혼란스러움은 끊임없이 군대를 낯선 곳으로
오후 여섯시의 약속다방. 오늘도 역시 손님은 없다. 사장은 만화책에 코를 박은 지 오래. 다방 레지 양희는 애꿎은 사연 신청 종이로 학을 접는다. 디제이 박스 안에서 빈둥대던 필석은 다방 안으로 들어서는 여자를 보며 헛것인가, 눈을 꿈쩍인다. 그녀가 또렷한 사투리로 묻는다. “장사하는 거, 맞지예?”합천 출신 시골 처녀 스물여섯 살 김
계단을 내려갈수록 인도풍의 향냄새는 짙어진다. 지하 3층의 소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낯선 공간이 펼쳐진다. 신비로운 음악이 흐르고 무대에는 알록달록 수를 놓은 인도의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는 동안 두 주인공 찬영과 혁진은 느린 동작으로 돌아다니며 인도의 전통 차 ‘짜이’를 한 잔씩 대접한다. 잠시 후 &ldq
전라북도 전주와 완주 사이 모악산 아래 자리한 한가로운 미술관. 이곳에 스물일곱가지 얼굴의 아시아가 깃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 주제인 ‘CROSS+SCAPE’는 교차(Cross)하며 소통하고 융합하는 풍경(Scape)을 의미한다. 한국작가 7인이 아시아 10개국을 여행하며 마주친 타국의 인상과 20인의 아시
강의실을, 도서관을, 영어 학원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당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지만, 언제나 불안하지는 않은가? 연극 에는 당신과 매우 비슷한 주인공이 있다. 텅 빈 회색빛 무대. 막이 오르면 비쩍 마른 파리한 안색의 남자가 무대 위를 분주히 뛰어다닌다. 남자는 무척 초조해 보인다. 그의 이름은 보이체크로 독일의 가난한 병사
눈길을 사로잡는 자극적인 제목과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타이틀. 이 둘을 통해 젊은 남녀의 가볍고 충동적인 하룻밤 불장난을 예상했다면 그 기대는 틀렸다. 연극 속에는 다만 사랑에 버림받고 방황하는 두 명의 남녀가 등장할 뿐이니까.주인공 정훈과 시후는 각각 옛 애인끼리의 결혼식에서 만난다. 둘은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옛 애인의 결혼식에 와버리고, 잠시 통쾌한
나지막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무대를 채운다. 귀에 익은 멜로디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낯설어지고, 흥겨운 노래인가 싶어 고개를 까딱이다가도 어느 순간 처량함이 밀려온다. 할머니가 부르는 콧노래다. 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그녀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느릿느릿,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두어 시간 남
어두운 무대, 작업용 테이블 위엔 인형이 놓여 있다. 정적을 깨고 “아빠, 사랑해”를 외치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애타게 사랑을 바라는 목소리엔 끝끝내 응답이 없고 나중에 가선 절규에 가까워진다. 환하게 조명이 밝아오는 무대에 작업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형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 한 유명한 인형 장인 다니엘의 평범한 하루는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여자는 나직이, 그렇지만 북받치는 가슴으로 시를 읽는다. 가만 바라다보던 남자가 곧 그것을 힘차게 받아 왼다. “그 숲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두 시선이 마주 웃는다.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이다.
징징징 일렉 기타 소리가 퍼지고 둥둥둥 드럼 소리가 울린다. 키보드와 베이스가 조용하면서도 무게 있게 소리를 받쳐내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위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올려진다. 저절로 고개를 까닥이게 하고 손뼉을 마주치게 하는 이곳은 마치 열광으로 들어찬 락밴드의 공연장 같다. 바로 밴드뮤지컬 의 한 장면이다.비정규직이란 이유
지하철역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거리의 건물들은 매끄러운 표면을 뽐내고 있다. 최근 지어진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온몸으로 햇빛을 고스란히 반사시키며 건물 속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고 빛난다. 하지만 그 빛남은 한 여관 앞에서 머릿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 여관이 바로 전시회 <눈먼 자들의 도시>가 열리는 장소이자 80여 년 동안 수많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