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라오. 디자인이기도 하고” 이보다 그를 온전히 표현해낼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여러 땅, 다양한 사람들을 거친 그의 여행은 그림으로, 소설로, 연극으로, 또 결국엔 디자인으로 기록되곤 한다. 그가 들려준 여행과 작품과 삶의 이야기들. 그 중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요히 가슴을 울리던 몇몇 말들은 끝내 &lsquo
불그스름하고 누르스름한 빛이 은은하게 감돈다. 커다란 장롱부터 작은 보석함까지 매끄러운 표면은 각자의 색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날카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투명한 우윳빛 쇠뿔을 통과하며 한층 여려진 빛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시대 왕실의 고귀한 아름다움, 그 한 조각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화각 공예.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재만 화각장을 만났다.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화각에 바쳐온 그의 모습은 각고의 정성 끝에 완성되는 화각 공예와 묘하게 겹쳐진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 위에 섬세하게 새겨진 떡살을 꾹 눌러 찍는다. 이 떡을 먹는 사람이 오래 오래 건강하길, 많은 자식과 함께 행복하길, 더 큰 사람이 되길. 떡에 살을 부여하는 떡살. 갓 만들어낸 떡 위에 주름살과 같은 무늬를 먹음직스럽게 찍어낸다. 그 맛있는 무늬에는 우리네 조상의 생활과 바람들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그에겐 유독 수식어가 많다. 크리에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미래파 예술가 등등. 하지만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 그는 그냥 ‘작가’라고 말하곤 한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골고루 해보고 싶은 만큼 아직 구체적인 수식어로 옭아 매이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가라는 단출한 명명마저 사회를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한 임시 타이틀일 뿐. 그를
검은빛의 자동차 한 대, 맑게 빛나는 보닛 위로 어리는 나뭇가지에 자동차를 사랑하는 이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마음속 깊은 곳, 잠자고 있던 소유욕을 자극하는 이 충격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동차로 다가간다. 순간, 충격은 놀라움으로 전이되며 다시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새 자동차는 사라지고 먹의 농담과 붓의 스침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 한 권이 저마다 나름의 표지를 빛내고 있다. 알록달록한 표지부터 중후한 멋을 지닌 표지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를 만든 제본가의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책장을 넘겨보아도 한 땀 한 땀 그것을 꿰맸던 제본가의 노력이 전해진다. 예술제본가의 정성을 담은 책은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국내 최초의 예술제본소 렉또베르쏘, 그 곳을 운영하고 있는 조효은
의학과 미술의 만남. 마치 영영 못 만나는 평행선과 같은 두 분야의 만남이라 언뜻 듣기엔 의아할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만남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심심찮게 접해왔다. 바로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우리 몸 그림들로부터 말이다. 이러한 교과서 삽화에서부터 전문 의료 서적에 이르기까지 의학 관련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한다. 의학 전공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림을 통해 신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장동수 작가. 긴장이 흐르는 의학의 장에서 오늘도 그는 잡은 펜을 놓지 않는다.옥
김유리 기자(이하:김) 전통적인 동양화를 고수하다가 2000년부터 현대적인 시도를 시작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퓨전 동양화가 홍지윤(이하:홍) 학생이던 젊은 날의 나는 꽤나 혈기왕성했었다. 어렸을 적부터 내게는 항상 ‘멀티 플레이어’ 기질이 꿈틀대고 있었고 새로운 것들을 향한 욕망은 쉽게 침잠되지 않았다. 그런 내게 학교에서 늘 접하던 전통적인 동양화는 무겁고 지루했다. 2000년 당시 IT 붐이 일었고 정보화시대에 나 혼자서만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조바심이 들어 답답했다. 마침 한 아카데미의 3D 애니메이션 과정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