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마가리타 한 잔을 주문했다. 믹솔로지스트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어여쁜 3백mL짜리 유리잔을 꺼낸다. 그럼 이제 그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무려 딸기 일곱 개다. 대개는 과일 향이나 예쁜 색을 내기 위해서는 인공 색소와 향이 첨가된 ‘리큐’로 칵테일을 만들곤 한다. 하지만 천연의 색과 맛을 한 잔 가득 담아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었던
■ 생소하게 느껴지는 미술복원사. 무슨 일을 하나아픈 작품을 치료한다.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놓은 흔적인 미술품은 작가가 손을 떼는 순간부터 훼손이 시작된다. 캔버스는 누렇게 변질되고 유화는 금이 간다. 목조는 틈이 생기며 철은 녹이 슨다. 유리의 경우에는 깨지기도 한다. 이렇게 훼손된 작품을 최대한 원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우선 작품의 상태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남자 주인공 준세이를 기억하는지. 그의 직업은 미술 복원사다. 제 빛을 잃고 과거 언저리를 맴맴 돌던 물감자국에 다시 생명을 주는 일. 지나간 세월에 꽁꽁 묶여 있던 아오이와의 추억도 그의 손길 아래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으로 복원된다. 엄밀히 말해 미술 복원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을 지키는 기술일 뿐. 하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기
사거리에서 398걸음, 드디어 도착. “자나깨나 머리 조심” 팻말에 피식, 그러다 쿵. 허리를 굽히고 들어간 반지하. 주인의 마음을 담은 글자들이 “전구들이 인정사정없이 머리에 닿습니다. 환절기 머리 조심하세요”라며 손길 내밀기도 “파손 시 구입”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어느 카페 주인은 생
어두운 무대, 작업용 테이블 위엔 인형이 놓여 있다. 정적을 깨고 “아빠, 사랑해”를 외치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애타게 사랑을 바라는 목소리엔 끝끝내 응답이 없고 나중에 가선 절규에 가까워진다. 환하게 조명이 밝아오는 무대에 작업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형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 한 유명한 인형 장인 다니엘의 평범한 하루는
“인생은 여행이라오. 디자인이기도 하고” 이보다 그를 온전히 표현해낼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여러 땅, 다양한 사람들을 거친 그의 여행은 그림으로, 소설로, 연극으로, 또 결국엔 디자인으로 기록되곤 한다. 그가 들려준 여행과 작품과 삶의 이야기들. 그 중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요히 가슴을 울리던 몇몇 말들은 끝내 &lsquo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 없이는 못 마십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 천지에 널려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매개물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이 노랫말이 어울리는 경우가 또 있다. ‘예술’과 ‘문화예술경영’의 관계가 바로 그것. 문화ㆍ예술을 보다 청량감 있게 들이킬 수 있도록 돕는 이 신기한 도구에 세상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문화예술경영’이라 쓰고 ○○○이라 읽는다 문화예술경영에 대해 정의 내리기 전에 생각해보자. 문화예술경영이란 단어를 접했을 때 △문화예술을 위한 경영 △경영을 위한 문화예술 △문화예술을
■ ‘한국예술경영학회’의 설립 목적과 주요업무가 궁금하다문화예술경영학을 체계적으로 정립 및 발전시키고 예술현장에 대한 적용방안을 모색함으로써 한국 문화ㆍ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코자 설립됐다. △한국 문화예술경영의 정체성 △현황과 과제 △한국의 문화예술경영 모델과 문화예술경영학의 패러다임 등의 주제를 가지고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학회지 &
불그스름하고 누르스름한 빛이 은은하게 감돈다. 커다란 장롱부터 작은 보석함까지 매끄러운 표면은 각자의 색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 날카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투명한 우윳빛 쇠뿔을 통과하며 한층 여려진 빛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 시대 왕실의 고귀한 아름다움, 그 한 조각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화각 공예.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재만 화각장을 만났다.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화각에 바쳐온 그의 모습은 각고의 정성 끝에 완성되는 화각 공예와 묘하게 겹쳐진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여자는 나직이, 그렇지만 북받치는 가슴으로 시를 읽는다. 가만 바라다보던 남자가 곧 그것을 힘차게 받아 왼다. “그 숲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두 시선이 마주 웃는다.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 ‘가지 않은 길’이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떡 위에 섬세하게 새겨진 떡살을 꾹 눌러 찍는다. 이 떡을 먹는 사람이 오래 오래 건강하길, 많은 자식과 함께 행복하길, 더 큰 사람이 되길. 떡에 살을 부여하는 떡살. 갓 만들어낸 떡 위에 주름살과 같은 무늬를 먹음직스럽게 찍어낸다. 그 맛있는 무늬에는 우리네 조상의 생활과 바람들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의
누군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으레 묻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대답하겠죠,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관계를 시작할 겁니다. 그 질서정연한 단계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버리면 우리는 혼란에 빠질 테죠. 어쩌면 관계를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할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 속 반라의 남자는 흰 셔츠만을 입고 오렌지색 매트리스 위에 비스듬히 누워 있습니다. 얼핏 멋진 콧수염을 지닌 것도 좋은 풍채를 가진 것도 같아 보이는 그럴싸한 신사는
바쁘다. 비좁다. 잠이 온다. 버스에 올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저마다 다른 사연, 망상을 싣고 오늘도 버스는 이 땅 구석구석을 핏줄처럼 돈다. 묵묵히 먼지투성이 길을 달리는 그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 너무 익숙해서 오래 묵혀 버린 그들의 이야기. 한 번쯤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긴긴 흑백 사진 속을 지나1928년 4월. 1
바쁘다. 비좁다. 잠이 온다. 버스에 올라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저마다 다른 사연, 망상을 싣고 오늘도 버스는 이 땅 구석구석을 핏줄처럼 돈다. 묵묵히 먼지투성이 길을 달리는 그들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 너무 익숙해서 오래 묵혀 버린 그들의 이야기. 한 번쯤 들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아스팔트를 벗어난 차체사람들을 태우고 도로를
많은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는 공간, 나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도구, 때로는 넘치는 사람들로 짜증이 밀려오고 때로는 지루하고 무료한. 도심 속 대중교통이 예술작품으로 탈바꿈 했다. 버스라는 친숙한 공간 속에 피어난 낯선 예술은 무미건조한 사람들의 표정에 미세한 감정을 심어준다. 움직이는 갤러리, 문화예술버스에 탑승해보자. ■ 버스를 갤러리화 한다는 발상이 참
그에겐 유독 수식어가 많다. 크리에이터, 미디어 아티스트, 미래파 예술가 등등. 하지만 자신을 소개해야 할 때 그는 그냥 ‘작가’라고 말하곤 한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골고루 해보고 싶은 만큼 아직 구체적인 수식어로 옭아 매이기 싫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가라는 단출한 명명마저 사회를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한 임시 타이틀일 뿐. 그를
징징징 일렉 기타 소리가 퍼지고 둥둥둥 드럼 소리가 울린다. 키보드와 베이스가 조용하면서도 무게 있게 소리를 받쳐내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위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올려진다. 저절로 고개를 까닥이게 하고 손뼉을 마주치게 하는 이곳은 마치 열광으로 들어찬 락밴드의 공연장 같다. 바로 밴드뮤지컬 의 한 장면이다.비정규직이란 이유
로미오와 줄리엣. 서양에서 탄생한 이 이야기는 세상 널리 전해지며 사람들에게 슬프고 안타까운 사랑을 들려줬다. 그간 희곡에서 영화로, 또 뮤지컬로 모습을 바꿔가며 세계를 울린 이 이야기는 마침내 창극에도 자리를 잡았다.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과 형식의 만남. 중세 귀족들의 이야기가 창 속에서는 어떻게 전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창극 「로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