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성은 폭력과 전쟁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타자를 독립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절대적이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난 유대인 엠마누엘 레비나스(1906-1995)는 제2차세계대전을 몸소 겪은 철학자이다. 나치가 자행한 유태인 대학살의 피해자이고 전체주의를 비판한다는 측면에서 동갑내기 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같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 이전에 타인을 생각하는 철학적 사고의 틀을 우리에게 마련해 줬다는 점에서 정치적 공동체 확립을 강조한 그녀와 차별성을 가진다. 올해는 그가 탄생한
“전체주의적 지배에는 뜻하지 않게 악이 존재한다. 그런데 악의 본질은 인간을 벌에 처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데 있다”하늘을 배회하는 한 줄기의 담배연기는 그녀의 진지한 사유 과정을 표출하는 또 다른 통로가 아니었을까. 올해 독일은 한나 아렌트(1906~1975)를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선정했다. 그녀는 제2차세계대전 동안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당했으며 이 경험을 독창적인 사상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유대인의 체포를 지휘한 아이히만의 전후재판을 보고 ‘악인의 평범성’이라는 명제를 밝혀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요즘 대한민국에서 애국가 논란이 일고 있다. 얼마 전 윤도현 밴드가 2006년 독일 월드컵 응원가로써 애국가를 록 버전으로 편곡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국가를 상징하는 애국가를 어떻게 록으로 편곡해 부를 수 있냐는 부분에서 안익태재단(이사장:김형진)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고 윤도현 밴드 측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순수한 의도의 응원가라고 말하고 있다. 록 버전으로 편곡 했다는 것 이전에 우리는 과연 이 곡을 애국가라 부를 수 있을까?작곡은 주제를 악상으로 만들고 이 큰 틀 아래 선율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편곡은
작곡가, 지휘자 안익태는 1906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해 중학교를 재학하며 본격적으로 첼로를 배우게 된다. 그 후 동경 국립음악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미국, 유럽 등연주여행을 하면서 지휘가로서 명성을 쌓게 된다. 이 시기에 바인가르트너, 슈트라우스 등의 훌륭한 스승에게 사사받기도 한다. 그는 조국의 음악 발전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 번에 걸친 국제음악제를 개최했으나 오히려 이로 인해 국내 음악인들과의 불화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제4회 국제음악회가 좌절되고 얼마
인간의 다양한 감정 중에 ‘사랑’만큼 우리의 관심을 받은 것이 있을까? 시대와 지역, 나이와 인종을 불문하고 사랑은 모든 이야기와 노래의 소재로 사용됐다. 지금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그 모습을 다채롭게 드러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감정적인 문제라고 여겨졌던 사랑에 과학적인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각종 첨단장치를 활용해 ‘사랑에 빠진 뇌’를 관찰할뿐더러, 이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분석해 사랑의 원리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사랑, 과연 과학의 척도로 예측할 수 있을까?사랑에 관여하는 호르
연간 150억이 넘는 매출, 10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원예박람회 ‘플로리아드’에서의 13개 품종 금메달 획득. 이는 일본 최대의 난 생산 업체인 가와노메리클론이 거둬낸 성과들이다. 가와노메리클론사는 서양란 생산에 있어 400여 종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이 회사가 개발한 ‘심비지움’은 서양란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식물 자원은 원예화를 통해 고부가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성공적 원예화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정답은 역시나 ‘식물학 자체에 대한 일본의 탄탄한 학문적 성과
얼마 전 을사조약 100주년을 맞아 고종황제의 을사조약 무효선언 국서가 공개됐다. 이는 을사조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열강의 공동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고종황제가 조약직후 발표한 문서이다.을씨년스러웠던 을사년(乙巳年) 11월17일, 일본은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 조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일본은 국권을 피탈하고 35년 간 한반도에서 식민통치를 했다.UN산하의 국제법위원회(ILC)가 제정한 '국가책임에 관한 협약 제19조'에서는 국가범죄에 대하여 △침략 금지의무 △식민통치 금지의무 △노예매매 및 인종차별 금지의무 등을 규정하고
독도 영유권 분쟁,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관한 논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는 최근에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국제적 분쟁들이다. 이런 분쟁 사이에서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되는 개념이 바로 ‘국제법’이다. 수많은 외교 분쟁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국가 사이의 규약인 국제법은 20세기 이후 국가 간의 교류가 늘어날 때부터 꾸준하게 진화를 거듭해왔다.인간이 다른 인간과의 공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의 국가들은 다른 국가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게 됐다. 그런 이유로 세계의 국가들이 점차 더
20세기 일본 지성의 대표로 꼽히는 마루야마 마사오(1914~1996)는 “근대 일본은 번역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우리가 전통문화 속에 안주해 있을 때, 일본은 과감하게 서양 문화를 받아들였다. 세계 주요 저작의 번역과 자국 문화의 재 번역을 통해 일본은 문화강국으로 성장했고, 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번역, 세계화의 핵심 요소 우리나라도 세계화 시대에 올바른 문화교류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번역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1973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현기영)이 설립돼 우리
지난 23일, 2005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대회에는 올해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을 거머쥔 저스틴 게이틀린을 비롯, 세계의 유명 육상 스타들이 참가해 그 열기를 뜨겁게 했다. 국제적인 스포츠행사가 열리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세계적인 스타 선수는 물론, 신기록을 세운 영웅들이 입었던 운동복 등의 운동용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대회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신기한 첨단 기술들이 자연스럽게 매체를 통해 알려지게 되고, 이러한 첨단 기술들이 경기 결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
한국의 아나키즘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단연 신채호다. 나라를 잃은 1920년대, 수많은 서양사조의 물결 속에서도 아나키즘은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아나키즘을 신봉하던 수많은 아나키스트들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거의 대부분 잊혀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은 당당하게 국사교과서에 ‘아나키스트’라는 닉네임과 함께 실려 있다. 이것은 신채호가 한국의 아나키즘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를 잘 알려 준다.본래부터 신채호가 아나키즘에 심취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원래 조선이 계몽해서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