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이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무대를 채운다. 귀에 익은 멜로디인가 싶다가도 갑자기 낯설어지고, 흥겨운 노래인가 싶어 고개를 까딱이다가도 어느 순간 처량함이 밀려온다. 할머니가 부르는 콧노래다. 마루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그녀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 그리고 느릿느릿,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다.두어 시간 남
서준우 기자(이하:) 원래 폴리 아티스트의 길을 가려고 했었나, 생소한 장르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문재홍 폴리 아티스트(이하:) 처음부터 폴리 아티스트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 편집과 연출에 관심이 있어서 영화과에 진학했는데 정말 하고 싶어서 온 사람과 단순히 관심만 가지고 온 사람은 차이가 있더라. 게다가 군대에 다녀왔더니 관심 있
텅 빈 지하철. 한 여자가 오도카니 앉아 자신에게 들이닥친 변화를 곱씹고 있다. 6년을 만난 애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 연거푸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던 그 모습. 상념에 빠진 그녀의 어깨엔 처음 보는 남자 하나가 천사처럼 기대 잠들어 있다. 낯선 얼굴엔 아직 앳된 티가 역력하다. 가만히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여자는 열차가 종점에 멈추자 갑자기 그에게
성인영화.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벌게진다. 머릿속에서만 떠올렸을 뿐인데 괜히 잘못한 것처럼 가슴이 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슬그머니 화가 나기도 한다. 성욕은 식욕, 수면욕과 함께 인간의 당연한 생리적 욕구에 포함된다고 배워놓고 생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이런 당신, 대놓고 야해지고 싶지 않은가? 여러분을 위해 소개한다. 바로 &l
『박물관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후 2시의 박물관』. 두 저서는 제목만으로도 박물관을 편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자신의 책과 똑 닮은 그녀의 삶은 소중한 친구 찾듯 박물관 주위를 맴맴 돌고 있다. 자기 안의 답을 찾거나 위안을 얻기 위해 유물들을 돌아본다는 그녀. 그 애틋한 박물관 사랑과 유물과의 소통 가능성을 들어봤다.엄보람 기자 (
팔각기둥을 가로로 길게 늘여 눕혀 놓은 모양이라고 해야 할까. 전시관 하나를 몽땅 차지한 이 물건은 그 생김새를 형용하는 것부터 녹록치 않다. 전면은 검은 유리요 몸뚱이는 알루미늄 일색이니 “자유롭게 관람하세요”하는 친절한 말에도 선뜻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안에 젊은 작가들의 예술혼이 고고히
자기 자신을 꼭꼭 숨기며 사는 삶, 과연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우리를 구속하는 수많은 규율과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우리의 입을 스스로 막게 하고 머리를 조여 오지요. 그런데 그 넘을
동부이촌동의 어느 한식당. 단청무늬로 장식한 간판에 적힌 ‘초록바구니’라는 이름이 썩 잘 어울린다. 국내 최초로 분자요리를 응용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는 이곳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아침 아홉 시, 손님 없는 한산한 시간을 틈타 초록바구니의 김기호 대표를 만났다.분자요리의 정의에 대해 묻자 곧바로 돌아온 “별거 아
서구 미술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한국 주류 미술계. 그 그늘에서 벗어나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탐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자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 야투(野投)였다. 야투는 그 이름 그대로 자연(野)에 던져지는(投) 행위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는 미술 활동을 하는 자연 미술가들의 모임이다.야투는 금강의 물줄기가 굽이쳐 흐르는
사막 한복판에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사막만큼이나 메말라 먼지 폴폴 날리는 바그다드 카페가 있었고요. 사고뭉치 남편을 쫓아낸 어느 아침, 가게 안주인 브렌다는 간판 아래 앉아 투박한 눈물을 훔치는 중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남편과 다투고 도로에 버려진 야스민이라는 여자가 양손에 짐을 한가득 들고 총총히 나타났지요. 한 사람은 땀범벅, 나머지 하
딸기 마가리타 한 잔을 주문했다. 믹솔로지스트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어여쁜 3백mL짜리 유리잔을 꺼낸다. 그럼 이제 그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무려 딸기 일곱 개다. 대개는 과일 향이나 예쁜 색을 내기 위해서는 인공 색소와 향이 첨가된 ‘리큐’로 칵테일을 만들곤 한다. 하지만 천연의 색과 맛을 한 잔 가득 담아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었던
■ 생소하게 느껴지는 미술복원사. 무슨 일을 하나아픈 작품을 치료한다.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놓은 흔적인 미술품은 작가가 손을 떼는 순간부터 훼손이 시작된다. 캔버스는 누렇게 변질되고 유화는 금이 간다. 목조는 틈이 생기며 철은 녹이 슨다. 유리의 경우에는 깨지기도 한다. 이렇게 훼손된 작품을 최대한 원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우선 작품의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