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삶에 가뭄이 들었다. 주거와 일자리를 포기하는 세대다. 3만원이 넘는 옷을 사기 두렵다며 자가로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 졸업할 때까지 5000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라는 후배가 보인다. '어디든 좋으니 일단 취직하라'는 아빠와 '그러면 평생 비슷한 직장을 전전해야 한다, 요새는 정말 이직하기도 힘들다'는 엄마의 말이 들린다. 그렇다고 5000만원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도, 어디든 좋으니 일단 취직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 꿈을 꾸는 게 꿈인 세대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청년 중 사회
영화 은 필자의 인생 영화 리스트 중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명작이다.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무대로 전 세계를 홀렸던 실존 인물 P.T.바넘의 이야기를 가져온 영화로, 화려한 뮤지컬이 러닝타임 동안 필자를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바넘이라는 인물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쇼와 그를 위한 홍보를 빌미로 거짓말도 서슴지 않은 탓이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속일 수 있고, 사람들은 기만당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크림브륄레, 산딸기, 요거트, 말차초코칩…. 세상에는 다양한 맛의 마카롱이 있다. 다같이 모여서 마카롱을 먹을 때 인기순위 1위는 단언컨대 산딸기다. 민트맛 마카롱은 취향을 탄다. 언젠가 친구들과 16개입 마카롱을 시켰을 때 사장님께서 포스트잇으로 마카롱 맛별 위치를 표시해준 적이 있다. 포스트잇을 갖고 있던 난 좋아하는 맛만 쏙 골라먹을 수 있었는데, 친구들은 마카롱의 색만 보고 좋아하는 맛을 골라내기 위해 꽤 고생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보의 독점과 불균형은 이같이 독선적이고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마카롱’의 위치로 나에게
눈이 마주친다.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와, 링컨과, 나이팅게일과, 앨런 튜링과. 온라인 가계도 플랫폼 ‘마이헤리티지(MyHeritage)’가 새롭게 공개한 딥노스탤지아(Deep Nostalgia)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같이 짧고 강렬한 만남이 가능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마이헤리티지 홈페이지에 접속해 얼굴이 나온 적당한 크기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된다. 돌아가신 선조와 역사적 인물, 조각상까지도 괜찮다. 딥노스탤지아는 얼굴과 이목구비만 정확히 보이면 사진이건 그림이건 모두 움직이게 만든다. 혹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만들어
얼마 전, 발렌타인데이. 편의점 앞에는 보란 듯이 화려한 초콜릿이 즐비하다. 명동 한복판에는 꽃다발과 함께 행복한 표정으로 무장한 연인들이 여럿 보인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 날 무엇을 보았는가. 평소와 다름없지만 조금은 들뜬 그 날, 기사에서 우연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을 접했다. 카카오 농장에서 눈물 섞인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16세 미만의 나이에 카카오 농장으로 끌려가 수년간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일한다. 무게가 45kg이 넘는 카카오 열매 자루를 나르고, 보호 장비는 사
성대문학상 수상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방학에는 성대문학상의 연보를 추적하기 위해 본지에서 특공대가 조직된 바 있다. 학우들의 문장을 오롯이 담아내는 우리 지면이 뚜렷이 기록된 역사를 가졌으면 했던 마음에서다. 우리는 지난 유구한 역사를 파헤치기 위해 축쇄판을 열었다. 본지가 창간된 1954년부터 빼곡하게 정리된 면마다 옛 자취가 묻어났다. 교직원을 모집한다는 공지는 꽤 오랫동안 신문에 실렸던 듯했다. 또 지금보다 더 많은 학우들과 학교 본부의 대소사가 곁에 있었다. 어려운 한문이 혼용돼 쓰인 당시의 취재후기는 지금 기자들의 말과
최근 방송에서 저택을 공개한 혜민 스님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남산이 보이는 등 화려한 저택의 모습이 혜민 스님이 몸담고 있는 불교 문화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는 누적 300만 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삶이 아닌, ‘멈춘 채로’ 간직한 평화를 이야기했던 그였기에 반향은 컸다. 이에 혜민 스님은 “저는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습니다”라며 입장을 밝혔다. 혜민 스님을
#1. 2018년 9월 25일, 군에서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 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윤창호 씨는 뇌사 상태에 빠져 11월 9일 사망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높이고자 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음주운전이 ‘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청원이 이어졌다.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과 기준을 강화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로교통법 개정안, 소위 말하는 ‘윤창호법’이 도입된 배경이다. #2. 누구나 운전면허 시험 응시 전에는 교통안전교육을 수강해야
과학기술한림원에서 발간하는 잡지 에서 ‘온라인 대학수업의 한계와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두고 전문가와 학생들의 대담을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필자는 성대신문의 편집장 자격으로 인터뷰에 참가해달라고 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묻자 대학 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슈를 가장 잘 다루고 있는 곳이 교내 언론이 아닐까 싶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간과하고 있었던 답변이었다. 분명 지난해와는 다른 격랑 속에서 대학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우리 신문도 뒤쫓아 가고 있었다. 이에 지금까지 우리 신문이 살펴봤던
“술 좀 마셨다고 하면 심신미약으로 감형되고, 조금만 반성한다고 하면 집행유예가 나오네요.”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을 다룬 뉴스에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비슷한 댓글이 올라올 때마다 상당히 많은 공감 수를 얻는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하게 국민들의 현 의식이 드러났다. 지난 5일 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71%가 법 집행이 한국 사회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의 분배나 취업 문제보다도 높은 수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분배는 공정하지 않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가진 자는 더욱 얻고, 가
조선시대에도 성균관 유생들의 ‘동맹휴학’에 해당하는 공관(空館)이 존재했다. 1448년, 대궐 안에 불당을 지으려 했던 세종에게 반발해 성균관 유생들이 처음으로 공관을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에도 동맹휴학은 종종 일어난다. 최근엔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전국 의대생 동맹휴학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전국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회장 조승현, 이하 의대협)이 동맹휴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전국 의대생들이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며 시작된 기나긴 단체행동이 수습되는 모양으
도시는 완벽한 익명의 장소다. 그러므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이는 항성 간의 사이만큼 멀기만 하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그의 논문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서 “현대의 대도시는 생산자가 알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생산하며 유지된다”며 “이 때문에 고객과 생산자 양측의 이해관계는 몰인정한 객관성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200여 년이 지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단골이 아니고서야 도시의 점원과 고객 사이의 친밀감은 요원한 이야기다. 마스크를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