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돼 마땅한 말이 온라인에 고이더니 어느새 공적인 자리로 새어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말이다. 『시사IN』은 “‘사상의 자유 시장’서 도태되어야 할 역사 왜곡과 선동이 국회 문턱을 넘어온 건 이 문제가 다른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사안에 대해 분석했다. 잦아드는가 싶던 가짜 뉴스와 처벌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시장 체제는 ‘경제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 ‘표준화’ 되고 ‘개중에 가장 합리적인 것들’만이 살아남는 게임이다. 『시사IN』의 표현을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랑케지만, 그는 후대 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랑케는 사관은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사관에게 ‘자아의 소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만큼 신화적인 요구 사항이 또 있을까. 역사학자 EH. 카는 랑케의 실증주의 사학을 부정했다. 그에 따르면 그 어떤 인간도 중립적일 수 없으며 중립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이미 주관이 된다. 그는 역사에 대한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학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오히려 끊임없이 역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의 선
이맘때쯤이면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연말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구세군 자선냄비로 모금을 실천하는 이들, 주변 지인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얼굴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부모 사기 혐의가 불거진 연예계 보도에서만큼은 연말의 훈훈함은 실종됐다. 한 래퍼는 연예계 퇴출이 기정사실화되고 또 다른 가수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언급해야 했다.연예인마다 대응 방식과 여론의 태도는 달랐으나 이들 가족을 상대로 폭로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채무를 청산하고자 하는 ‘을’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대학로 한 카페 화장실은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화장실 칸막이는 단 두 개인데 하나는 여자 전용, 하나는 남녀공용이다. ‘카페에 여자 손님이 많아서 그렇겠지’라는 결론을 짓고 볼일을 봤으나 생경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심코 지나갔겠지만 이제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가 그렇다. 그렇다. 젠더 프레임의 덫에 깊숙이 빠져 있는 꼴이다.젠더대립의 시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수업에서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 시대의 종언은 최소한 당신들이 부모세대가 된 이후에나 기대해볼 만하다”며 씁쓸해했다. 아직 그것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2주 뒤에 막을 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에서 구민자의 은 날짜변경선이 지나는 피지 타베우니에서의 체험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피지로 떠난 작가와 그 지인이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자리를 바꿔 24시간을 보내는 퍼포먼스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이해했을 테다. 흥미롭게도 이곳에서는 하루를 다시 보낼 수도, 하루를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영상에서 작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연하고도 이상하게 그냥 정해져 버린 장소”라 명명한다.근대적 시간 개념을 정립한
지난 1일 장기하와 얼굴들은 정규앨범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해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싸구려 커피’부터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신선하기 그지없던 노래들을 잇달아 히트시킨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밝힌 그들의 해체 이유. ‘정점일 때 해산하는 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 그것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을 실천하면서 그들은 뭇사람의 아쉬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퇴장마저 그들의 등장처럼 비범했다. 최정상 인디밴드의 자리를 스스로 반납한 그들은 ‘오래오래 해 먹어요’나 ‘존버(x나게 버티기의 약자
화려하게 부활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중 신작 ‘아워 바디’에 이상스레 자꾸 눈길이 간다. 주인공 자영은 행정고시를 오랜 기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 지쳐버린 인물이다. 그녀가 조깅을 통해 건강한 육체미를 가꾸는 현주를 알아가게 되고 함께 달리기하면서 생명력을 회복한다는 시놉시스는 청년세대가 퍽 공감할 서사로 읽힌다.건강한 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성실한 이들은 신체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음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증명한다. 다만 대학생들이 불규칙적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 때문
영화 에서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보루 그리고 남자친구를 대신해 집을 포기한 주인공 미소는 말한다.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확고한 취향을 가진 그는 주체적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머무르지 않으려는 그의 주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분명 그 신념을 꺾기 위해 무수한 설득과 회유가 개입되며 아마도 청년의 주거를 안정화하기 위해 공권력이 나설 것이다.주거 빈곤층으로 편입한 청년세대를 위해 정부는 각종 청년주거정책을 시행 중이며 개중에는 필자가 사는 LH 청년전세임대주택이 있다. 이 제도는 청년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적을 ‘서울 황폐화’라고 규정하면서 혁신도시와 지역 균형발전의 효용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중앙의 자원을 지방에 배분하는 작업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방 토박이뿐 아니라 막 상경에 성공한 뜨내기들도 어리둥절하다.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된 후에도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서울이 황폐해진다는 주장은 기우를 넘어 어폐로 보인다.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의 과오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지난 2일 마무리됐다. 하지만 병역 혜택 논란이 점화되면서 대회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했다. 이토록 뜨거운 문제였나 싶을 정도다. 언론은 부채질했다. 여론은 요동쳤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역 혜택을 따내는데 모두들 관심 있었다.흥미롭게도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와 축구대표팀에 대한 여론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야구 대표팀은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이 대회 기간 내내 지속됐다. 이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여론은 “사실상 병역회피자나 다를 바 없다”며 병역‘특혜’에
최근 SNS에는 ‘#학생이 겪는 코르셋’이라는 말과 함께 10대 여자 청소년들의 탈코르셋 운동이 불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반발해서 나온 움직임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의 한 누리꾼은 “반 친구들이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렌즈를 끼고 결막염에 걸려도 렌즈를 한다”고 밝혔다. 13세의 다른 누리꾼은 “요즘엔 학교에서 틴트나 미백 선크림 등 화장을 하지 않으면 찐따 취급을 당한다”며 “빠르면 초등학교 4학년 느려도 6학년쯤엔 다들 화장을 시작한다”고 말했다.요즘 화장은 초등학
판사, 검사, 기자. 세 가지 직업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주관이나 가치관이 업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인은 진실만을 근거로 판단하고 개인적인 주관을 배제한 채 업무에 임한다고는 하지만 근원적인 차원에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당위와 사실은 엄연히 다른 명제이지만, 사실 명제로부터 당위 논리를 추론해내는 게 그들의 일이다. 때문에 사법부, 검찰, 언론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에 크게 좌우된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겠다”, “국민에게 신뢰
3S. 서울대, 서강대, 성균관대. 서울의 재미없는 축제로 유명한 삼대 대학교를 일컫는 말이다. 필자가 1학년 때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우리 학교는 재미없는 축제로 유명했다. 개인주의적인 문화, 협소한 축제 공간, 유명 연예인들의 제한된 섭외 등의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생회 입장에서는 학우들이 축제를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학생회 차원에서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인기 있는 연예인을 섭외하고, 가요제 등을 통해 학우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했으며,
“창업을 해보자. 월급쟁이로선 돈을 벌기 힘들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친구가 대뜸 술자리에서 말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학교를 다니며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로스쿨을 준비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더란다. 친구의 부모님은 모아두셨던 돈에서 노후자금을 빼고는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다니신다고 한다. 친구의 한숨이 깊어졌다. 부모님께서 학비만 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으로서의 삶은 실로 고달파 보
“정의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앞당겨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개헌 시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1회 연임제 구상을 제시하며 오는 6월 지방선거와 개헌투표가 동시에 이뤄져야함을 딱 잘라 말했다.개헌에 대한 논의는 헌법의 30년 역사만큼이나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1987년 유신헌법에서 현행 헌법으로 개정된 이래, 현 헌법 체계가 지닌 허점은 끊임없이 우리 사회 폐단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이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당시) 대우 측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더라도 대우차 브랜드를 유지해야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브랜드를 유지해야 대우차의 연구개발(R&D) 능력과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우 한국 내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GM이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한국은 하청공장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GM은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지만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는 대안을 내놓았다. 대우차와 산업은행 측은 이에 반대했지만, 결국 ‘윗선’에서 압력이 내려와 GM
몇 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유로운 두 손을 얻었다. 자유로워진 두 손은 도구의 개발을 가능케 했고 원시 공동체 생활로 공동 노동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욕구가 증대되었다. 공동 노동을 하면서 정보를 정교하게 전달해야 할 필요에 의해 표정이나 몸짓, 손짓 등의 수단을 통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는 앞을 잘 볼 수 없는 야간이나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이었다.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통한 대화의 효용이 커지고 구음기관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말소리를 통한 대화를
상황 하나. 지난해 12월 17일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 이대목동병원 경영진이 머리 숙여 사의를 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해당 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사인이 병원 내 균에 감염 후,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 5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상황 둘. 지난달 19일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 이윤택 연극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연출가와 함께 일했던 연출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추가 피해자가 여럿 등장했고 한 온
‘토쟁이’라는 말이 있다. 토토, 프로토 등 스포츠 도박에 빠진 사람을 속칭하는 은어다. 또래 학우 중 한두 명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풍문으로라도 이 용어를 들어는 봤을 것이다. 지레짐작하는 이유는 대학가에 토쟁이가 실로 많은 까닭이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가 펴낸 한 논문에 따르면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 전체 가입자 중 34%가 20대 대학생이다. 2012년 조사 때보다 3~4배 증가한 수치다. 이 글을 읽는 학우 본인이 토쟁이일 수도 있겠다.토토에 이어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거세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공터라는 것은 주택과 주택들 사이에 있는 버려진 땅이다. 아무런 역사적인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 될 만한 건물이 들어있지 않은 것. 내가 이 가건물에서 산 것 같다. 지난번에도 광화문에 나갔다가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 보고 또 ‘계속 철거되는 가건물 안에서 살아왔구나. 또 헐리겠구나, 또 헐리겠어. 며칠 사이면 또 헐어버리는’ 그런 슬픔을 느꼈다. 그 ‘공터에서’라는 제목은 그런 나의 비애감과 연결이 되어 있는 제목이다.” (2017. 2. 17. 김훈 신작 ‘공터에서’ 출판 기념 SBS 기자간담회 中)오늘날의 한국은 ‘공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