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하고 어느덧 2년.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게으르게 살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캘린더 앱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하루 할 일을 마치면 미래를 걱정할 새도 없이 잠에 들었다. 그러나 9월의 어느 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게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할 일을 한없이 미루다가 후회하고 자책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고, 다이어리엔 매일을 반성한 감상은 찾아볼 수 없고 시간대별로 빼곡한 스케줄에 죽죽 줄이 그어져 있어 지저분할 뿐이었다.성대신문에 지원한 것은
성대신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좌우명이 무엇인지 제출하라는 얘기를 들어서, 갑작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었다.좌우명,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라는 의미라는데 생각해보면 늘 자리 옆에 갖추어 두는 것은 스마트폰밖에 없다.하지만 좌우명을 스마트폰이라고 적어낼 순 없기에 인생의 모토같은 것 정도를 생각해보았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수면과 휴식은 충분히” 였다.사실 충분하다고 하기보단 과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면과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내 삶에 있어서는 그만큼이나 중요한
하필(何必). 달리 하거나 달리 되지 않고 어찌하여 꼭. 하필이면.개강 직후 떠난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필이면 킹고 m 알림이 떴다. 23-2 성대신문 추가수습 모집 마지막 날이라는 알림이었다. 평소 알림을 대충 보는 나인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그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버스에서 돌아오는 내내 성대신문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급하게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떨어질 게 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했다. ‘이번에 떨어져도 3월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 하나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논술 시
얼마 전 성대신문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마쳤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열심히 조사도 하고, 질문도 만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2시간 조금 안되는 시간은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나의 설레임에는 연구실 보드에 적혀있는 '백지원 기자'와의 일정, 준비해주신 쿠키와 초콜릿, 박사님의 작은 화분 선물도 몫을 보태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보다도 더 나를 설레이게 만든 것은, 오랜만에 느끼는 살아있다는 감정이었다.대학교에 들어와 한동안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꼈다. 어느 정도 잘해왔다고 믿어온 나에게, 대학이라는 더 큰 사회는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걸치는 옷은 겹겹이 늘어나고 하늘에선 종종 눈송이가 내리기도 한다. 거리엔 벌써 연말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대학가는 기말고사 준비에 바쁜 시기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지난 시간뿐 아니라 수많은 행정이 마무리되기도 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기가 끝나가고, 학생회의 임기가 끝났다. 성대신문도 총학생회의 공약 이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점검하며 무사히 종간했다.이렇게 올해도 별 탈 없이 열여섯 번의 발간이 마무리됐다. 매 발간을 꼬박 정신없이 해치우다 새삼 돌이켜보니, 그동안 성대신문이
12월의 첫날, 과제를 하기 위해 들른 한 카페의 플레이리스트가 온통 캐럴이었다. 캐럴이 들릴 때면 올해가 거의 다 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스스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올해는 후회 없는 한 해였을까?” 이 문장 속 불청객은 ‘후회’다. 한 해를 돌아보며 후회되는 일을 묻는다는 건, 다시 말해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당신들에게 다시 한번 묻겠다. “올해는 후회 없는 한 해였는가?”이 질문에 어떤 답변이 돌아올지 정확히 알 방법은 당연히 없다. 다만 이
끝이 다가옵니다. 후회보다는 기대로 남은 날을 가득 채우세요.
학보사를 생각하는 기자는 있지만 기자를 생각하는 학보사는 없다.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1년 반,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기간은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느낀 소회다. 격주마다 찍혀 나오는 지면 아래 기자 개개인은 흐려진다. 어쩌면 기자들은 학보사를 구성하는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제대로 굴러가질 않으니. 그만큼 기자 개인에게 책임감이 요구되는 곳이다.책임감의 근원지는 기자마다 다를 것이다. 투입되는 나 자신의 노력에, 함께 고민을 거듭하는 타 기자의 마음에,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서투르게 넣
오늘날 현대예술은 분명 가장 논란이 되는 뜨거운 화제 중 하나다. 사람들은 현대예술이 난해하기만 한 ‘그들만의 리그’이며, 희대의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현대예술은 결코 난해하지 않으며 ‘그들만의 리그’는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현대예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이해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대인이지 않은가. 예술은 시대의 자화상이자 세계관의 반영이다. 현대예술을 이해함은 곧 우리 세계를 파악한다는 것이다.일견 성의 없어 보이는 현대예술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이건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이래
납본제도는 인쇄자료를 포함한 시청각, 디지털 자료 등 도서관자료를 국가도서관에 제출하는 것이다.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법적 납본제도를 통해 자국의 지식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서비스하며, 미래세대를 위해 영구보존하고 있다. 대학에서 발행하는 석박사 학위논문 역시 중요한 납본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서 인쇄본과 디지털본 학위논문을 납본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도서관법」은 학위논문의 경우 인쇄본이 있는 경우에만 디지털본도 납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대학들은 인쇄
날이 추워졌다 잠깐 따뜻해진 요즘, 형형색색의 단풍을 캠퍼스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새빨간 단풍의 색깔이 왜인지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진을 찍게 만든다. 달력의 칸이 몇 개 남지 않은 지금, 흐드러지게 핀 단풍나무를 잠시 바라보는 순간. 한 해의 여정의 끝에서 지친 우리들에게 마지막 정열을 불태워보라고, 응원을 건네는 듯하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공생, 기생, 경쟁, 포식 등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존한다. 뻐꾸기가 뱁새에게 알의 부화를 맡기는 기생, 호랑이와 같은 대형 포유동물의 포식, 유한한 자원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물종은 다른 종의 상태에 따라 쇠퇴할 위험이 크다. 반면에 꿀을 제공하는 식물과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과 같이 서로 이익을 주는 공생 관계가 안정적 생존의 바람직한 관계로 보인다.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관계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일방적 포식 관계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결과적으로 그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