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교수가 9월 15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자진 사퇴했다. 유사과학인 창조과학을 신봉한다는 사실이 사퇴에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그는 국회 청문회에서 지구가 6000년 전 탄생한 것으로 믿는다고 떳떳이 밝혀, 많은 과학자를 경악케 했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중세도 아닌 현대에 어떻게 우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 정말 경이로울 따름이다. 멸종된 공룡을 뒷마당에서 발견한 느낌이다.(하긴, 창조과학에서는 인간과 공룡이 함께 살았다고 주장한다).창조과학의 주장이 잘못이라면 왜 이전에 반대의 목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헬조선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힘겨운 취직 상황, 어려운 경제 상황,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보편적 불안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얘기하기가 조금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고전가운데 즐거움(樂)을 언급하는 작품은 상당히 많습니다. 유가(儒家)의 경전인 《논어(論語)》는 첫 구절에서 「배우고 정해진 시기를
몇 년 전 덴마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비행기가 코펜하겐 공항에 접근하면서 멀리 해상에 설치된 풍력발전단지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영국, 독일 북부, 덴마크로 둘러싸인 북해 주변은 바람이 강해서, 평균풍속이 대개 5.5m/s 이상이다. 풍력 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약 5 m/s 이상의 풍속이 필요한데, 평균풍속 7m/s 이상인 지역도 매우 넓어서 북해 주변은 풍력 발전에 매우 적합하다. 덴마크는 이런 지형적 이점을 살려서 일찍이 1970년대부터 풍력발전을 추진하여, 현재 국가 총전력량의 40% 정도를 풍력으로 충당하며 전세계 풍
우리는 다양한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위험한 사회’에 살고 있다. 최근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논쟁, 지하철 안전사고, 아동 학대, 성폭행, 지진과 같은 새로운 위험 논쟁은 심각성과 복합성을 띠며 위험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롭고 다양한 ‘위험’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광범위하게 들어오고 있다. 위험사회의 본질 중 하나는 소위 시스템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위험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구성되는 위험 개념이 일반인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3년 전 겨울방학이 끝나갈 즈음, 고향인 부산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담임선생님을 찾았으니 오는 토요일 저녁에 내려오라는 전화였다. 1년 전부터 선생님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얼핏 들었는데,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생활한 나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초등학교 반창회에 참석하였다. 강산이 세 번도 넘어 바뀐다는 30년도 훨씬 지난 시간이 흘렀기에 서먹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만, 우리는 금세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어릴 때의 추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이십 대 청춘에게 인생이란 은퇴와 함께 끝이 나는 것일까.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본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삶에 대한 계획이랄까 이런 것을 연령대별로 구체적으로 적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언제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고, 개인 사업을 시작하고, 해외로 이주를 하고 등을 언급하였다. 그런데 이는 모두 성인전기와 중년기에 대한 이야기로 노년기에 대한 언급이 놀라우리만치 ‘하나도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쩌면 20대인 학생들에게 40년 이후의 일을 생각하기는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아마
여론조사란 글자 그대로 ‘여론을 조사’하는 것으로서, 현대사회에서 여론조사의 시행은 대의민주주의 제도와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있다. 민의의 위임과 위탁을 근간으로 하는 대의민주제에서는 개개인의 집결된 목소리를 직접 확인하기가 마땅치 않고, 따라서 그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등장한 수단이 바로 여론조사라고 말할 수 있다.다양한 종류의 여론들 가운데 통상적으로 세간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키는 여론은 다름 아닌 선거여론이다. 국내에서 과학적인 여론조사는 1990년을 전후하여 대선 및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수단으로 급부상하였으며, 작금
원고부탁을 받고 일순 당황스러웠으나 일단은 써 보기로 했다. 수많은 주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한정된 지면에 다 쓸 수도 없고 해서 한두 가지만으로 요약하고자 한다. 요즘 워낙 하루가 다르게 신 용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라 솔직히 다 따라가기도 벅차다. 그중에서 몇 년 전부터 나온 용어 중의 하나는 ‘카르페 디엠’이었다. 이 말의 뜻은 ‘이 순간을 즐겨라’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매우 멋진 말임에 틀림없다. 나도 감동받았으니까.그런데 이 단어도 약효를 다 했던지 요즘은 좀 쓰임새가 뜸해진 것 같다. 그 대신 새로 들리는 최신 용어 중
이명박 대통령 임기 때의 사태와 박근혜 정부 현 시국이 묘하게 일치하는 국면을 해석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생각해 본다. 두 기사 모두 에서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글이다. 사자성어 선정의 관례는 필진과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 주요 보직교수, 대학원장, 대학신문 주간 교수, 정년퇴임을 한 원로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한 결과다. 2011년 12월 말에 은 학계 인사들로부터 추천받은 사자성어를 대상으로 掩耳盜鐘(엄이도종)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 발표하
독소란 생물체 및 생물체의 대사과정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자연에는 특이적으로 이런 유해한 독소를 가진 생물이 많은데, 다양한 식물, 해양 동물, 진균류, 버섯, 특정 조류 또는 미생물들이 독소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30%의 관련 생물체의 독소만이 연구 되었을 뿐 아직 대부분의 독소가 분자구조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미지의 분야이다. 여기서 우리는 독성 생물 및 독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유명한 말이 있다. Paracelsus (1493-1541)의 “sola dosis facet vene
요즘 들어 부쩍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허탈감도 자주 느낀다. 나이 탓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 내 주위의 동료들도 유사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사회의 정의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도시경제학 수업이 이루어지는 학기마다 나는 수강생들에게 똑같은 과제를 내고 있다. 교통이나 주택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 중 미흡한 부분을 지적하고 해결방법을 스스로 제시하라는 것이다. 물론 3주간의 짧은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과제를 내는 나 역시 많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 싱규래리티)이란 인간이 창조해낸 피조물인 기계, 혹은 인공지능이 창조자의 능력에 비견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기점을 뜻한다. 컴퓨터 연산 능력의 비약적 발전은 그 속도가 점점 지수함수적으로(exponentially)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속이 영속화된다면 조만간 인간의 지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기계 지능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은 불가피하다. 이는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특이점이 온다(Singularity Is Near)》에서 주장하였다. 그는 2045년을 특이점, 즉 인공지능이 내어놓는 산
아직 일 년의 사분의 일이 남았음에도 벌써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 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마냥 축복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평균 수명 백세(百歲)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나이를 고려해 시간 범위를 지난 20년간으로 좁혀보면, 최근 20년은 20세기 초중반에서의 같은 20년간 인류가 겪었던 격변의 시간들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평범하다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핵폭탄, 유인 우주선(有人 宇宙船), 라디오와 TV를 포함해 그 외 우리가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서로 많은 풍랑을 겪어온 사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임진왜란, 일제시대라는 아픔을 안겨주었고 전통적으로 문화적인 면에서는 백제문화와 그 이전의 선진문화를 전수해준 문화적인 혜택을 우리에게 입은 나라이다. 또한 6.25를 통해서 전후의 산업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우리는 일본의 앞선 산업화를 답습하고 밴치마킹하면서 지금의 산업화의 토대를 이루 수 있었다. 서로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보내온 두 나라이다. 일본은 과거 190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성장을 통한
“휴학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단 예외는 두 가지: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학비 마련을 위해 한 것과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한 것.” 다소 과격한 이 말은 내 말이 아니다. 현업에 있는 펀드매니저들과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이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라고 내게 신신당부한 말이다. 20여 년 전에 내가 학부를 졸업하고 취직하던 당시에 현업의 뱅커들의 조언과 달라진 것이 없다.왜 그렇게 매정하게 말할까? 첫째, 휴학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시장 몸값을 겸손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단다. “나는 A 같은 최고의 대기업에
지난 30년간 강단에서 국제정치를 가르쳤던 국제정치학도로서 새삼스레 국제정치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며 지난 퇴임강연에서 발제했던 내용을 축약해 본다.국제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쟁을 넘어 평화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사는 갈등, 대립, 전쟁으로 점철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인류는 인간 존엄성의 황폐화와 비인간화를 경험했다. 물론 협력과 평화를 위한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국가, 조직, 혹은 개인의 생존을 보전하기 위해 크고 작은 갈등, 대립, 전쟁으로 보냈다는 의미이다. 최근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증진하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우리 사회에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화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 매체에서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이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직업 활동을 대신할 것이라는 뉴스를 연일 보도하고 있고, 앞으로 사라질 직업에 대한 수치, 48%라는 숫자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넘어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 믿었던 ‘직관력’과 ‘창의성’이 더 이상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
우리 속담 중에 “아는 것이 힘이다”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서로 상반된 의미를 가진 속담이 있다. 하나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아는 것이 적을수록 좋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뜻이 서로 상반된 속담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서는 세상이 그 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어떤 상황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분명 모르는 것이 약이 될 것이다. 또한 동일한 상황을 놔두고서 보면, 당사자들에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아는 것이 힘이 될 것이고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은 대학생활이었다. 가장 재미있거나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다. 내놓을만한 성과가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안하고 두려웠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 베스트로 손꼽는 이유는 최고의 자산(asset)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 자산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대학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우선 목표 세우기가 어려웠다. 불확실한 사회로 진출하는 문턱인 탓에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보였다. “선배님, 이 전공 졸업하면 나가서 뭐해요?”“교수님, 이런 것 배우면 어디에 활용하나요?”“과장님, 회사에서는 어떤 사람이 일 잘하
오늘날 과학기술은 현대사회의 찬란한 문명을 이루는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인류문명의 발전은 과학자들의 치열한 노력의 산물인 과학기술에 힘입은바 크다. 폴란드 태생의 영국 과학자인 야코프 브로노프스키가 그의 저서『인간 등정의 발자취』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대로 올수록 ‘문명은 곧 과학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과학적 이론들이 첨단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과거와는 비견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문명사회를 사는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