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가 거리를 가득 메우는 봄이 아니라 더운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초가을, 꽃을 주제로 기사를 쓰겠다며 기획을 준비했다. 성대신문에 들어오고 대학생 기자로서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 중 기사로 쓰일만한 소재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줄 아는 시각이 동시에 필요했다. 작년 2학기 성대신문사에 입사한 후 지난 겨울방학 한 달간 기사에 쓰일 소재를 미리 찾았다. 평소 관심 있던 소재보다는 새롭고 유행하는 소재 위주로 찾았고 이는 결국 정보전달에만 그치는 기사를 낳았다. 지난 한 학기 문화부 기자로서 여러 편의 기사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적용을 위한 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이제야 관련법이 제정되고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많은 이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기사를 기획하고 작성하기 전까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기술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을 뿐, 이로 인해 펼쳐질 새로운 미래에 대해 알지 못했다.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술에 대한 중요성 및
내 마지막 취재는 그렇게 특별하지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보도부 기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장소 중 하나인 600주년 기념관에서 교무팀 직원과의 인터뷰였다. 보통 학우들은 교직원들과 이렇게 많이 교류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대신문 보도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내게는 익숙한 일이 됐다. 이번 호에서 내가 맡은 기사는 우리 학교에서 최초로 도입되는 하계 집중학기제에 대한 내용이다. 우연히도 내가 성대신문에서 기획부터 기사 작성까지 모두 해냈던 첫 기사가 당시 도입할 예정이라 발표된 하계 집중학기제에 관련된 것이었다.
‘*PIR(Price Income Ratio), 85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 ‘약 6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내 집 마련’ 두 문장 중 어느 것이 사실일까. 모두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전자의 뉘앙스처럼 한국의 집값이 저렴하지도 않지만 후자처럼 비싸지도 않다. 그러나 두 문장 모두 사실이다. 우리 모두 ‘사실에 기반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사실의 이중적 측면은 우리가 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한다. 이는 성대신문의 모든 기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일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조금다른밴드'의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 이음센터를 찾았다. 사실 그들을 만나러 가기 전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혹시나 나의 질문이 그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만난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멈칫하는 기자에게 다가와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먼저 자신들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밴드 연습 장면을 직접 보지 못해 아쉽다고 하니, “여기 에어기타로 보여드릴까요?”라며 재치 있게 허공에 연주하는 손동작을 보여주기도
여행을 다닐 때 꼭 누구와 함께 가면 비가 온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존재한다. 스포츠 기사를 쓸 때만은 내가 그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2015년 12월 8일, 내가 생애 첫 스포츠 기사를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았을 때는 강풍을 동반한 가랑비가 경기를 기록하는 나를 괴롭혔다. 2016년 5월 6일, 스포츠 팀장이 되고나서 서울대학교를 찾았을 때도 먹구름이 나를 따라왔다. 취재 두 번 모두 우리 학교가 승리를 거둬 기사를 쓰기에는 완벽했다. 비 맞은 생쥐 꼴이 되더라도, 추워서 손이 얼더라도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안도감이 항상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이냐, 인정받는 길을 갈 것이냐. 어려서부터 늘 주위의 기대에 맞춰 살아왔고, 또 그에 너무 익숙했던 나는 처음으로 마주한 진짜 갈림길에서 한참이나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4년 전의 나는 무대 연출이 하고 싶었다. 비록 나에게 걸린 기대를 저버릴 자신이 없어서 예술대학에 진학하겠다는 생각을 허무하게 포기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꿈만은 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고민한다. 괜찮은 대학에 왔으니 그럴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평균치의 연봉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진 기자는 매주 여론면에 사진 칼럼 ‘모모이’를 싣는다. 이번 호의 모모이는 방학 때 기획을 먼저 잡았었다. 사진은 ‘해변에서 자신의 발자국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의 발을 클로즈업하고 그 뒤로는 앞으로 가야 할, 아무 발자국이 찍혀지지 않은 해변이 보이게’ 찍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말해 이번 모모이의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진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물은 엉망이다. 처음에 기획에 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 학교 근처 초등학교를 찾아다녔다. 서울에서 바닷가를 찾을 수는 없으니 비슷한 모래 놀이터라도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지난해 1학기에 성대신문사에 들어와 벌써 기자 활동을 한지 1년이 흘렀다. 작년 1학기에는 수습기자로서 신문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기사를 어떤 식으로 쓰는지 배우는 단계를 거쳤다. 본격적인 신문사 업무를 시작한 건 준정기자로 활동했었던 2학기 때부터였고 내가 소속된 부서가 보도부인만큼 내가 쓰고 싶은 기획이나 직접 준비한 기획보다는 축제나 연석중앙운영위원회 등 연례적으로 주어지는 기사만 썼었다. 또한 준정기자 때는 학우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문제나 학교의 제도적인 문제들을 짚어주는 문제기사도 써야했다. 학교의 문제점을 취재해
사람을 통해 만나는 학문은 참 매력적이다. 학구적이지도 성실하지도 않기에 시험이 눈앞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좀처럼 책을 펴보지 않는 학생이었지만, 누군가를 취재하러 갈 때는 달랐다. 누군가의 말을 통해 듣는 학문은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몇 마디의 말 속에 담긴 활자들은 머리가 아닌 마음을 두드렸다. 만나는 이들의 말주변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어떤 이가 정의하는 학문에는 그 사람의 향기가 배어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이 공부한 바를 요약해 말해준 한 마디에는 그 문장을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수년, 수십 년의 노력이 배어있었다.
‘스윙’이 제48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에 당선됐다. 마지막 하나 남은 투표함까지 개표가 끝나고 스윙의 당선이 확정되자 스윙 선본 측에서 ‘와~’하는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2016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총학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지면의 구석에서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잊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위는 있을 수 없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권위 뒤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견디기’ 이전에 먼저 ‘기억’
대학생 정당원이 받을 수 있는 편견에 대해 기사를 쓰면서, 숨어있는 당원들을 다 찾을 수 있길 바랐다면 기자의 욕심일까? 부탁하는 사람도 거절하는 사람도 미안한 마음에 말이 길어지기를 여러 차례, 결국 메시지 창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간신히 최 학우를 만나 인터뷰하면서는 당원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기자가 오히려 투정을 부릴 지경이었다.지금껏 했던 어떤 인터뷰보다도 어려운 컨택이었다. 처음에는 별로 힘들 것 같지도 않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해온 사람들, 특히 청년들은 언제나 대학신문 기자에게 친절했다. 해주고
“무슨 학과랬죠?” “상대성 이론은 물리학과 2학년도 이해하기 어려운데..”인터뷰를 마치며 교수님으로부터 기특함, 그리고 우려가 섞인 질문을 받았다. 아인슈타인 시대 때에는 단 몇 명밖에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성 이론에 대해 과학이라고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운 지식이 전부인 인문계 학생이 쓴다고 하니 그럴만하다. 무슨 기사 쓰냐는 말에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에 대해 쓰려구요”라고 대답할 때마다 느꼈던 사람들의 반응은 나와 과학 사이에 더 큰 벽을 쳤다.인문사회캠퍼스 경영학과에 입학한 순간, 아니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를 선택한
약속에 늦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차가 너무 막혔던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친구에게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친구는 내 이유를 받아들일 줄 알았다. 아니었다. 친구는 ‘일찍 출발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 했다. 그 순간 내 ‘이유’는 ‘핑계’로 바뀌었다. 그랬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했던 말을 지키려고 했지만 상황이 문제였다. 그럴 때 마다 난, 이유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이유는 정당하다고 되뇌며 어쩔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결국 핑계를 늘어놓은 꼴이 돼버렸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까닭이
‘돈이 문제가 아니다. 신뢰의 문제다.’ 학생회비 결산안을 취재하면서 더욱 강해진 생각이다. 최근, 많은 학생회들이 재정상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그 결과로 인상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학생회비를 인상하는 과정에서도 학우들에게 학생회비를 인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제시 하지 못했고, 학우들의 의견을 듣는 공론의 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늘어난 학생회비에 대해 뚜렷한 사용 목적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공감한 학우들은 이번 인사캠 전학대회에 많은 관심을 보여, 수많은 학우들이 참관인석 뒤에 선 채로 전학대회에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던 그 즈음의 일이다. 밤이 되면 날씨가 쌀쌀해져 겉옷을 걸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성대신문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보도부에서는 매학기 있는 양 캠의 전학대회에 관한 기사를 다룬다. 우리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논의하는 자리 중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는 회의이기에 기사화될 정당성은 확실히 갖추고 있지만 사실 그 권위에 비해 존재감은 미미하다. 전학대회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수식어가 어울린 지 벌써 오래다. 말 그대로 전학대회는 총학과 단과대 구성원의 소모임 같은 곳이 돼 버렸다. 전학대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오직 글을 통해서만 세상을 살아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몹시 폐쇄적이고 비사회적인 사람이었다. 근래의 나는 세상을 살아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신문상의 지면이 넓어진 만큼 나와 세상의 접촉면도 넓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신문사에서 나는 행복하다. 취재 때문에 밥때를 놓쳐 식사하지 못하고 버스에서 끼니를 때워도, 수면이 부족해도 괜찮다.‘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어지는’(박준)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나는 메모를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들려준다. 그런 문장을 쓰고 싶었다. 읽고 나서 애가
내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친구’가 하나 있다. 사실, 친구라고 부르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나는 그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워낙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가 까다롭기까지 해서 그 친구에게 쉽사리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의 근황을 전해 듣게 됐다. 오랜만에 친구의 소식을 들으니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언제나 그랬듯 그 친구의 목소리는 단조로웠고,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괜스레 민망해졌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는 KI
“딸아, 난 네가 제일 부러워. 넌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잖아. 엄마는 엄마아빠가 없어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야.” 인터뷰 중에 한 친구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문득 이때의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그 날 엄마는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전화기가 할아버지 손이라도 되는 듯 그것만 붙잡고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뭔지 알 것도 같았다. 그 날 엄마의 하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며 나는 이렇게 종종 나 자신과 마주했다. 잊고 있
사진은 과거의 시간을 붙잡는 기술이다. 그 기술은 원래 화가의 손끝에서 나왔다. 그림은 화가의 사조에 따라 그 모습이 왜곡되기도 하고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과거의 모습을 눈 안에 사실적으로 담는 것은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사진 기술이 발명된 것은 19세기 초반이다. 그러나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누구나 휴대전화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다니는 시기가 됐다. 이어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기록에 남기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 된 것이 초상사진이다. 이전까지 초상화로만 남기던 것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