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이렇게 겨울이 가고 또 봄 학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새로 입학하는 새내기들은 입시전쟁 혹은 입시지옥을 탈출한 기쁨에 들떠있겠지만, 졸업이 가까워진 고학년들은 이렇게 지나가 버린 겨울에, 또 문득 찾아와버린 봄 학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워 보인다. 최근 들어 삼포 세대에 이어, N포 세대 등 온갖 신조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심각한 청년실업 사태는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청년들에게 원천적인 기회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그 결과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급증해서 경제활동인구와 실업률이 하락하는 기현상
얼마 전 연기예술학과 연출 정시를 치르면서 다른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거 지원한 사실에 많이 놀랐다. 면접을 통해 그 사연을 들어보니 부모님 반대로 인해 다른 과에 지원하여 학교에 다녔으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필자가 놀란 이유는 다른 대학교에 다니다가 새로이 지원한 점이 아니라 대학생이 되도록 자신의 진로에 대한 선택까지 부모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었다.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
불과 몇 주 전의 일이다. 고등학교 동창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긴급 모임. 장례식장 xxx" . xxx 본인상? 고등학교 동기 동창으로 국내 굴지의 은행에서 중역으로 정년을 마치고 계열사에서 또 몇 년 이사로 잘 보내고 나서 한국생활을 접고 딸들이 사는 미국으로 들어간다고 작년 동기 모임에서 인사하고 간 친구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급한 일들만 마무리하고 저녁 시간 좀 늦게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데 문자를 보낸 친구가 나오면서 “오늘 새벽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대” 말을 잇지 못하고 급한 일이 있다며
2010년 12월 24일자가 발간일로 되어있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책『아프니까 청춘이다』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에 대한 호불호의 평가가 극명해지는 가운데, 간혹 인터넷 머리기사의 한 꼭지를 차지하곤 한다. 처음 책 제목에서 가졌던 나의 인상은 솔직히 공감보다는 반감에 가까웠다. 나는 이 제목을 듣는 순간 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하는 가운데 근거 없는 반발심과 비판정신으로 무장되어 이에 대응할 만한 책을 하나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었고, 그 제목을 '늙으니까 아프다'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많은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이다. 1986년에 대학에 입학했던 내게 1988년은 스펙트럼처럼 이어지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최류탄 냄새 자욱하던 1학년과 2학년을 보내고 비로소 봄다운 봄이 대성로에 찾아온 해, 그래서 명륜당에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해, 꽃이 만발한 5월에 보길도로 수학여행을 갔던 해, 그리고 여름 방학이 되자마자 군대를 가야 했던 해... 바로 전에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가 이다. 이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던 재작년 가을, 수업
2014년 세월호 사고와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위험관리와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다양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압축 성장과 매우 빠른 정보화는 다양한 기술위험에 우리 사회를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사회적 노력은 이제 겨우 인식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에 위험은 점점 더 사회적 성격에 좌우 되는 모습을 한다. 예컨대 방폐장과 같은 위험 시설의 입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위험한가(기술적 문제)’보다는 ‘정부나 산업을 믿을 수 있는가?(신뢰의 문제)’, ‘내가 가진 재산의 가치
90학번인 필자는 1990년 성균관대 자과캠에 첫발을 내딛었다. 자과캠은 대학 캠퍼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평지 캠퍼스였고, 건물들은 당시 기준으로는 새 건물들이었다. 자과캠의 설계자는 학교의 주요 중심 동선 체계를 X자형으로 구성했다. 성균관대역에서 내려 후문으로 들어와 이과대 게이트들을 차례로 통과하면 학교의 중심인 학생회관과 도서관이 나타나는 동선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캠퍼스의 중심을 “민주 십자로”라고 불렀다. 당시 정문은 수성관 건물 남쪽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나왔고, 철거한 구도서관은 캠퍼스의 남쪽 경계선이었
금기의 장발을 흩날리며 대성로를 누비던 70년대 말 학생 시절에 비하면 요즘 대학생들의 인간관계는 매우 건조해 보인다. ‘서로서로’ 혹은 ‘우리 함께’보다는 각자 자기 할 일만 한다. 전공의 광역화로 학과 단위가 너무 커져 버린 이유도 있겠지만, 손바닥 스마트폰 안에 온 세계가 들어 있으니 과거 식의 소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취업난에 학점전쟁 또한 커다란 현실적 이유다.당시는 매년 매 학기 MT며 체육대회로 분주했고, 수학여행, 졸업여행으로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어쩌다가 운동부가 결승에 진출하면 거의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
따가운 햇살에 한낮엔 더위가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론 제법 바람이 차다. 거리는 어느새 국화로 장식되고, 라디오에서는 가을음악이 흐르며 사람들의 옷차림도 길어졌다. 아직 설익은 가을이지만 사람들은 미리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은 매우 짧다. 하지만 여느 계절과 달리 깊게 자국을 남긴다. 수확이라는 풍성함과 빔이라는 쓸쓸함, 두 개의 얼굴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이 계절을 끝없이 노래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서 가을의 풍성함과 빔을 조화롭게 아우른, 삶과 생각이 건강한 청년을 만났다. 읽는 내내 맑고
게임디자인 강의를 하면 가장 처음에 ‘게임은 닫힌 시스템’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규칙, 진행, 목적, 결과, 경계, 갈등 등등의 게임 요소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고 하나의 요소에 변화가 오면 다른 요소들도 적든 많든 모두 영향을 받게 되어 게임 디자이너들은 이들의 역할을 전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규정하고 인내를 가지고 균형을 맞추어 플레이어로부터 의도하는 감정을 끌어내야만 한다.이러한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면 그들의 조합은 플레이어에게 의미 있는 선택(meaningful choice)을 요구한다. 좀 더 평탄해 보이지만 멀리
성균관대학교에 오기 전 15년 동안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G7 국가의 채권, 파생상품 등을 트레이딩 하고 펀드를 운용하면서 보냈다.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플로어의 모습을 영화나 뉴스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형 국제투자은행들, 예를 들면 내가 일했던 시티나 제이피 모간 등, 은 축구장만한 트레이딩 플로어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맨 트레이더들이 고함을 치며 전화를 하거나 바로 앞에 있는 6-8 개의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은 영화 속 장면과 판박이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다 남자들이다. 난
인체의 세포를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장기를 만들어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진행 되어 왔고, 198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화상 환자를 위한 인공피부가 제작되면서 조직공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탄생동기가 되었다. 조직공학이란 (줄기) 세포(cells), 세포가 부착되어 자랄 수 있는 지지체(scaffold), 그리고 세포의 성장 및 분화를 조절할 수 있는 성장 인자(growth factors)를 이용하여 여러 조직 재생 및 나아가 장기복원을 목표로 하는 연구를 통칭하는 학문이다. 특히, 조직 및 장기를 재생 및
우리가 사는 지금은 지식·정보가 부를 창출하는 시대다. 이 무형자본인 지식·정보는 미래에도 부와 권력, 나아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근대 역시 지식·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진로가 갈렸다. 동아시아 각국은 새로운 지식·정보를 크게 활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16세기 이후, 서구 각국이 대항해 시대를 열어 부를 축적하고 산업화로까지 나아가는 것에 무관심하였다. 서구는 몇 세기 동안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고 근대의 길로 나아간데 반해, 동아시아 각국은 국가가 지식·정보를 독점하거나 통
오늘날의 세상은 매우 복잡한 네트워크 관계로 연결되어 하루하루의 나의 일상의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세상이다. 나의 일상은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며 또한 심지어 10년 정도 전에만 해도 해외 토픽감으로 뉴스에서 회자할만한 일들조차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시대이다. 또한, 한국에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들을 별난 눈으로 보는 시절 또한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언제쯤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10여 년 전 필자가 유학을 가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미국 동부의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가 어디인지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내 서재에 꽃혀있는 책들의 제목도 꿈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들이 많고, 내가 사용하는 말이나 메모에서도 꿈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나는 잠을 잘 때도 꿈을 많이 꾸는 편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나는 매일매일 다양한 형태로 많은 꿈을 꾸기도 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사실 “꿈”이라는 단어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포함된 의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자신이 미래에 이루고 싶은 계획이나 소망을 “꿈”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어릴적부
정수론은 정수의 여러 가지 성질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써, 크게는 소수에 대한 연구와 방정식의 정수해에 대한 연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수는 양의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1보다 큰 자연수로서, 소수의 개수가 무한히 많다는 사실은 기원전 300년경에 유클리드에 의해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유클리드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유한개의 소수들 p1,p2,…,pn이 주어져 있을 때, 이들을 모두 곱한 후에 1을 더해서 얻어지는 수인 p1,p2…pn+1을 A라고 두면, 자연수 A의 소인수들은 p1,p2,&
늦은 밤, 기분 좋은 취기 속에 버스 한편에 앉아 차창에 부딪혀 흘러내리는 빗방울 위로 번지는 밤거리를 바라보는 것은 참 즐겁다. 알코올과 밤과 비는 그 위에 낭만을 입힌다. 모든 것이 수채화 같다. ‘차를 기다리는 저 사람들은 누굴까? 누구와 전화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저기 종종 뛰어가는 사람은 집으로 서둘러 가나보다. 어, 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이인가 봐. 참 보기 좋다. 혹시,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오늘 밤을 저 둘은 어떻게 추억할까?’ 오지랖도 넓다. 생각은 빗방울과 불빛에 실려 또 어딘가로 흘러간다.
목간(木簡)은 좁고 기다란 양면체 혹은 다면체로 다듬은 나무 조각에 붓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 등을 그린 것으로서 종이 이전 또는 동시대에 서사 재료로 이용된 것들이다. 이들은 사막이나 지하의 습지, 바닷속 등 나무가 썩지 않는 곳에서 발굴되는데, 단편적이지만 제작 당시의 언어문자를 비롯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실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1차 사료로서 고대의 역사 복원을 위한 새로운 자료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이러한 목간을 중심으로 하여 정립된 하나의 학문 분야를 목간학(木
대학교수로 재직한 지 어느덧 18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강의나 학교활동을 통해 접한 학생들도 어림잡아 2~3천 명은 될 것 같다. 특히 신입생들을 보면 우리 대학은 계열별 모집이 대부분인지라 입학 후 전공선택에 특히 관심이 많다. 그래서 신입생들을 만나보면 “교수님 전공은 취직 잘돼요? 월급은요?”라는 질문과 더불어 어떤 학생들은 돌직구를 날린다. “요즘은 어떤 전공이 제일 잘 나가요?”라고.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기업 취업과 관련해서 살펴보면, 2016년부터 60세 정년 의무화가 시행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년은 평균 58세 정
요사이 신문과 방송에 종종 사토리 세대라는 말이 등장한다. 출세는 물론 자동차, 돈, 연애 등에도 도통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일컫는 비슷한 말로 삼포세대가 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오죽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면 피 끓는 청춘들에게 이런 경향이 나타났겠냐하는 생각에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불변하는 사실은 청춘들에게 미래가 없으면 나라에도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차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