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회의 선생님이다." 신문사를 담당하는 주간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 문화를 만들어 가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번 학기가 시작되던 때 편집장인 나를 불러 하신 말씀이다. 한편으로 불편했다. '비판해야 좋은 기사'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본지에는 '기사의 위상'이라는 것이 있다. 기사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지침서다. 그중 하나가 '비판적 시각'이다. 기사 작성을 위해 피드백을 가지는 회의
‘인문캠은 학교에서 치킨집 사업 배운다던데’, ‘들어올 땐 1등급, 나갈 땐 9급’, ‘인서울도 못한 놈들이….’자인전 문구는 학내·외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학내 커뮤니티에는 문구를 작성한 학우와, 이를 허가한 총학생회에 대한 비판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문구를 작성한 학우는 결국 사과글을 올렸다. 대학사회에서 논란이 되니, 기성언론도 주목했다. 한 언론사는 “대학생이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집단을 공격해 안도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수평폭력’은 나와
대학 축제. 설렘과 희망이 담뿍 담긴 단어다. 이제 입학한 새내기 학우들에게는 누구보다 그렇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니 신문사에 몸담고부터 축제는 먼 이야기였다. ‘대동제’ 마지막 날, 신문사에서 잠시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갔다. 유명 걸그룹이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금잔디는 인파로 붐볐다.마지막 공연 후 나가는 길, 학우들로 보이는 몇몇 이들이 이번 축제에 대해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보다 강한 제재, 몇 곡 부르지도 않고 가는 연예인에 대한 푸념이었다.사실 대동제는 우리 학교만의 고유한 축제는 아니다. 많은 대학교가 ‘대동
김훈 작가의 역사소설 『칼의 노래』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이순신의 이야기를 다룬 역작이다. 소설은 정유년(1597년) 4월 1일부터 시작해 무술년(1598년) 11월 19일 이순신의 죽음으로 끝난다. 소설 속 이순신은 자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또 왜 우리가 옳고 저들이 틀렸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단지, 적과 싸울 뿐이다. 왜구 역시 그렇게 그려진다.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를 영화화한 을 보며 “적군을 단지 적으로서 희화화하지 않았으면 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소설 속에서 정작 나쁜 것은 선조와 멀리서 왜군을 조정하
얼마 전, 편집국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울권대학학보사연합 회의를 하루 앞두고였다. “신문사에 심각한 일이 생겨, 신문사가 거의 올스톱인 상태다”라고 말했다. 연합의 회장직을 맡고 있던 친구였기에 당황스러웠으나, 사안이 제법 심각한 듯했다. 에 들어가 보니, 비판이 가득했고 사과문까지 올라가 있었다. 글들을 읽어보니, 측 기자가 쓴 칼럼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서문에서 예시로 든 필자의 토론 수업 경험담이다. 필자가 듣던 토론 수업 중, 한 학우가 “사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일련의 사건들이 채색한 사회의 풍경은 암담하다. ‘버닝썬’ 사건으로 시작된 성범죄와 비리, 마약 사건 그리고 제시되고 있는 수많은 범행 정황들까지. 대중을 분노케 할 사건들로 가득했다. 사태는 점점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라며 "법무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이 함께 책임을 지고 사건의 실체와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낱낱이 규명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버닝썬 사태’를 보는 일은 슬프고 기막혔다.다만, 현재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라’나 ‘범죄자니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고립돼 마땅한 말이 온라인에 고이더니 어느새 공적인 자리로 새어나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말이다. 『시사IN』은 “‘사상의 자유 시장’서 도태되어야 할 역사 왜곡과 선동이 국회 문턱을 넘어온 건 이 문제가 다른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사안에 대해 분석했다. 잦아드는가 싶던 가짜 뉴스와 처벌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시장 체제는 ‘경제적 합리성’을 전제로 한 ‘표준화’ 되고 ‘개중에 가장 합리적인 것들’만이 살아남는 게임이다. 『시사IN』의 표현을 따르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랑케지만, 그는 후대 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랑케는 사관은 누구보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믿으며, 사관에게 ‘자아의 소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만큼 신화적인 요구 사항이 또 있을까. 역사학자 EH. 카는 랑케의 실증주의 사학을 부정했다. 그에 따르면 그 어떤 인간도 중립적일 수 없으며 중립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이미 주관이 된다. 그는 역사에 대한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학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오히려 끊임없이 역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의 선
이맘때쯤이면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연말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구세군 자선냄비로 모금을 실천하는 이들, 주변 지인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얼굴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부모 사기 혐의가 불거진 연예계 보도에서만큼은 연말의 훈훈함은 실종됐다. 한 래퍼는 연예계 퇴출이 기정사실화되고 또 다른 가수는 불우한 가정환경을 언급해야 했다.연예인마다 대응 방식과 여론의 태도는 달랐으나 이들 가족을 상대로 폭로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채무를 청산하고자 하는 ‘을’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대학로 한 카페 화장실은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화장실 칸막이는 단 두 개인데 하나는 여자 전용, 하나는 남녀공용이다. ‘카페에 여자 손님이 많아서 그렇겠지’라는 결론을 짓고 볼일을 봤으나 생경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심코 지나갔겠지만 이제는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새가 그렇다. 그렇다. 젠더 프레임의 덫에 깊숙이 빠져 있는 꼴이다.젠더대립의 시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수업에서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 시대의 종언은 최소한 당신들이 부모세대가 된 이후에나 기대해볼 만하다”며 씁쓸해했다. 아직 그것을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2주 뒤에 막을 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에서 구민자의 은 날짜변경선이 지나는 피지 타베우니에서의 체험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피지로 떠난 작가와 그 지인이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자리를 바꿔 24시간을 보내는 퍼포먼스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이해했을 테다. 흥미롭게도 이곳에서는 하루를 다시 보낼 수도, 하루를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영상에서 작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연하고도 이상하게 그냥 정해져 버린 장소”라 명명한다.근대적 시간 개념을 정립한
지난 1일 장기하와 얼굴들은 정규앨범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해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싸구려 커피’부터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신선하기 그지없던 노래들을 잇달아 히트시킨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밝힌 그들의 해체 이유. ‘정점일 때 해산하는 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 그것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을 실천하면서 그들은 뭇사람의 아쉬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퇴장마저 그들의 등장처럼 비범했다. 최정상 인디밴드의 자리를 스스로 반납한 그들은 ‘오래오래 해 먹어요’나 ‘존버(x나게 버티기의 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