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의 단 네 마디로 함축되는 우리 삶의 여정에 병들고 아픔이 있는 것처럼, 때때로 이 아픔이 치유되는 기쁨과 환희 그리고 감동의 순간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치유’를 대신해 요사이 한껏 유행하면서 모든 매체를 도배하고 있는 어휘가 바로 ‘힐링’이라는 단어다. 굳이 치유라는 표현을 두고도 힐링이라 말하면 그 치료의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 미미하고도 오묘한 치유와 힐링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나의 미숙한 언어감각을 타박해야 하는 일인지도. 하긴 “미장원에 가서 미용사에게 머리 자르고 손질 받았
“인문학 명저 등산”은 우리 학교 문과대학의 공통 전공기반 과목 “인문학 명저 산책”을 학생들이 부르는 별칭이다. 별칭이 생긴 이유는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인 인문학 고전 작품들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과목이 ‘산책’ 수준을 훨씬 넘어 마치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고강도의 훈습(하드트레이닝)을 요구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지르는 ‘비명’과 한탄에 맞닥뜨린다. 읽고 쓰는 자기 능력의 한계와 마주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다. 내가 수업을 너무 어렵게
현대인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많은 가공식품과 다양한 음식 종류를 접하면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가공 공정상 식품첨가물이 없으면 식품 제조가 불가능한 식품군이 많다. 껌 기초제가 없으면 껌이 될 수 없고, 단백질 응고제가 없으면 두부를 제조할 수 없다. 팽창제가 없으면 반죽이 부풀지 않아 빵 제조가 어렵고 유화제 및 기포포집제가 없으면 아이스크림 제조가 불가능하다. 이렇게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식품첨가물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반응을 넘어 혐오 수준의 견해를 지닌
오늘 경제대학 졸업식을 마치고 나름 짠한 가운데, 졸업식에서 만난 학생들을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성대신문사에서 전화를 받았다. 성대신문의 돌물목 코너에 실릴 기고글을 써달라고 한다. 오늘 졸업식에서 만났던 우리 졸업생들을 나름 짠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런저런 전할 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용감하게 원고 청탁을 수락하였다. 한편 정작 뭉클할 정도로 모든 과정을 잘 헤쳐 나가고 있는 우리 청년들에게 과연 내가 무슨 보탬이 되는 말을 추가로 보탤 수 있을까 순간 의기소침해져버린다. 그래도 오늘 경제대학 졸업식에서
현재의 지식경제 사회는 우수인재의 확보가 국가와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재전쟁 (The War for Talent)'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공공부문에서도 더욱 효율적으로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필자의 전공이 행정관리 및 인사정책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들을 보다 가까이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공직개혁 및 조직개편 프로세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는 공무원 연금개혁 및 취업제한 등으로 위축된 공직사회에 활력을 제고하고, 공무원들의 사기를 진작하여
최근 를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유아들의 부모와 교사에게 유아들이 가장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을 조사했더니 뜻밖에도 라는 답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 매겨져 있는 를 유아들이 시청하고 있다는 것은 부모들이 연령 구분을 인식하지 않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뜻했다. 을 UCC 영상으로 몇 편 시청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의 장르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말 위주의 코미디인 ‘풍속희극’이니 어느 정도
금년 자연과학 캠퍼스의 가을 풍경은 예년과 달리 화려함이 더하다. 특히 은행나무 단풍은 샛노랗고 깨끗하여 보도에 떨어진 낙엽을 밟기가 조심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캠퍼스를 거니는 모든 이들의 얼굴과 차림새도 화려한 모양새이고, 단풍로와 오솔길에 깔려있는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만끽하는 것 같다. 차림새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최근 학생들의 차림새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교내외에서 SKK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대학이 후기였을 때는 물론 캠퍼스를 분리 이전하고 나서도 학생들이 S
중국어에 '한쥐미(韓劇迷)‘라는 신조어가 있다. ‘한쥐(韓劇)’는 한국 드라마, ‘미(迷)’는 팬(fan)을 의미하니 ‘한국 드라마 광팬’에 해당한다. 이 ‘한쥐미’의 기원은 90년대 초반에 수출된 에서 비롯된다. 그 후 , , 최근의 까지, 중국 대륙을 풍미한 한국 드라마 인기몰이는 지속되었다. 한쥐미 현상만을 놓고 보면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건 부동의 사실 같지만, 수년 전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5
S악기는 피아노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부도발생, 노사갈등의 극심, 회사정리절차개시 및 상장폐지우려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Y악기의 지분 약 49%를 2004.3. 매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신고를 완료하였다. 그러나 2004.9.9. 공정거래위원회는 양 회사의 합병이 이루어지면 S악기가 국내 피아노시장의 92%(75%가 경쟁제한성 인정 추정기준)를 점유하여 독점체제가 구축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허하면서, S악기가 인수한 Y악기의 지분과 핵심설비를 전부 매각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러한 처분명령 결과, S악기는 최소한 약 25
몇해전 가을일이다. 정부 초청으로 온 공정거래법 전문가 몇분을 어렵사리 모시고 학회를 열었다. 고마운 마음에 성균관을 안내하고 북촌에서 칼국수를 대접하기로 했다. 조선판 빵떼옹이며 왕립 교육기관이었다는 등 마음을 기울인 설명을 마칠 무렵 비가 내린다. 우산을 찾아 연구실로 올라오는 토요일 오후 법학관에는 학생들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나를 마주친 아이들이 단정하게 인사들을 했다. 뜻밖에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분이 대놓고 부러워한다. 자기 학생들은 도대체 인사를 할 줄 모른다는 거다.마음이 뿌듯했다. 600년 성균관의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수많은 생명이 갇힌 공간속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절규하며, 억울한 한을 품고, 죽음의 길을 맞았으리라. 우리 모두가 그 안에 있었더라면.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원인이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맘몬주의(mammon)와 인권경시 풍조 때문이다. 돈이면 뭘 해도 다 된다는 생각과 생산성만을 강조하여 인권을 무시해온 병든 우리 사회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허탄한 죽음의 길로 이끌었다. 우리나라의 대형 선박사고는 벌써 여섯 번째이다. 1953년에 229명, 19
미국의 수사 드라마를 보면 범죄와 사고를 엄격하게 구분한다. 사람이 죽었을지라도 범죄는 의도적으로 일어난 일이고, 사고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용의자는 ‘accident’라고 하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다소 뻔뻔한 표정을 지었다. 의도적 행위와 우연적 사고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사고(事故)였으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고 이후의 신고, 조치와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의도와 방치 여부 등을 정확하게 가려내야 할
어쩌다 스위스 같은 데라도 잠시 갔다 올까 그러면, 프랑스도 가겠네? 바로 그 옆 오스트리아는? 로마는 어때? 뭐 이러고들 그런다. 한 두 나라만 가지고는 유럽은 아예 간걸로 쳐주지 않는다. 그만큼 여행지로서 유럽은 남 눈치도 좀 봐야하는 약간 골치 아픈 동네다.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그러면서도 뭔가 그럴 듯하게 포장된 그런 유럽여행 잘 가는 방법은 좀 없나? “정원투어” 같은 거라면 괜찮을 듯도 싶은데, 다들 좀 생소해할지도 몰라.우리는 그간 정원과 그리 친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원 그러면 좀 생소하다. 혹은 호화주택에서나
블루 오션, 레드 오션이란 용어가 경영학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이란 책에서 “경쟁자가 많은 시장인 ‘레드오션’이 아니라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 즉 블루 오션을 공략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용어를 처음 봤을 때 바다와 관련된 사회과학적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자로서 바다를 알리는 참 좋은 기회가 되는 용어로구나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바다에서 이번의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너무나 애통하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해양안전문화 아니 안전문화를 떠나 우리는 바다
성대에 부임한 지 6년이 되었다. 2009년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의 창설멤버로 부임해 6년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2009년 부임 당시 성대신문 본 칼럼 란에 원고청탁을 받아 융합학과 관련 글을 기고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학과의 새로운 구조조정을 하는 이때 이 칼럼에 다시 글을 쓰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당시 9명 교수로 야심 차게 시작한 학과는 모든 교수가 떠나고 이제 전임교수는 필자 혼자 남았다. 이제 인터랙션 사이언스 학과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새로운 교수를 충원하고, 새롭게 학과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데 바쁜 시간을
“졸업하고 뭐 하고 싶어요?”우리 학교 새내기 여러 명을 면담할 기회가 있어서 물었다. 대부분의 학생이 꺼낸 첫 단어는 ‘엄마’, ‘아빠’, ‘부모님’이었다. “엄마가 공무원이 좋대요.” “아빠가 대기업 가래요.” 부모의 뒷바라지에 보답하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겠다는 ‘효자’, ‘효녀’가 많았다.“부모님이 원하는 진로 말고 본인이 원하는 진로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당황하는 학생들이 있다. 부모가 나를 위해 추천해 주는 진로가 아닌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느냐는 표정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교육수준이
신입생을 위한 선택과목인 ‘프레시맨 세미나(freshman seminar)’는 1시간으로 진행되며 학점이 아닌 pass/fail로 채점되는 선택과목이다. 이 수업은 주입식교육 시스템과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묻혀있던 자아를 발견하고,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징검다리 매개수업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봄 학기의 수업의 경우 여러 수업이 구성돼 있지만, 그중에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몇 가지를 소개해 보자면 첫 번째, 외국문화원 탐방이다. 수강생들은
올해 초에 시작한 역사 드라마 ‘정도전’을 자주 본다. 고려말 두 인물, 그러나 나중에 이념이 달라 반목한 정몽주鄭夢周와 정도전鄭道傳은 고려 왕조의 성균관 출신. 정도전은 쿠데타 후에 수도를 개경開京에서 한양漢陽으로 옮기기를 단행하고 실제로 새로운 왕조의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한 인물이다. 그는 변방을 지키던 이성계李成桂장군을 도와 일등 개국공신이 되면서 새 도시의 궁궐과 성벽, 사대문과 사소문, 종묘와 사직 등 중요한 왕조시설을 배치하고 경복궁의 근정전, 강녕전, 숭례문, 흥인지문 등 주요 궁궐전각과 성문의 이름까지 손수 지었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 아니, 야구는 7시 11분에 시작한다. 최소한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홈경기는 그랬다. 글로벌 편의점 기업인 7 eleven은 주중 야간 홈경기의 경기 시작을 오후 7시 5분에서 6분 늦춘 7시 11분에 시작하도록 하는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화이트삭스 팬들은 홈경기 때마다 7 eleven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흥미로워했고, 이러한 흥미는 7 eleven에 대한 호감으로 연결됐다. 유니폼 후원 기업의 로고는 선수 가슴에 삽입해야 노출효과가 극대화된다? 대부분의 유니폼 후원 기
3월 17일 자 제1557호 ‘교문을 정비해 우리의 상징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읽었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참으로 똑 떨어지는 지당한 칼럼이라 생각돼 그 꼬리를 잡고 이 글을 쓴다. 한마디로 ‘허술한 교문’(서울 잠실에 있는 한 고층 아파트의 정문이 연상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들은 바 있다)에 대해 학교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아쉬워했을 것이다. 건학 616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 최고(最古)의 대학을 상징하는 교문다운 교문을 갖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못해 한탄스럽다. 선배들로부터 60년대 중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