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뒤에 막을 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8’에서 구민자의 은 날짜변경선이 지나는 피지 타베우니에서의 체험을 영상으로 재현한다. 피지로 떠난 작가와 그 지인이 날짜변경선 양쪽에서 24시간을 보내고 자리를 바꿔 24시간을 보내는 퍼포먼스가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은 직관적으로 이해했을 테다. 흥미롭게도 이곳에서는 하루를 다시 보낼 수도, 하루를 건너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터뷰 영상에서 작가는 “아주 자연스럽게 우연하고도 이상하게 그냥 정해져 버린 장소”라 명명한다.근대적 시간 개념을 정립한
지난 1일 장기하와 얼굴들은 정규앨범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해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싸구려 커피’부터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신선하기 그지없던 노래들을 잇달아 히트시킨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밝힌 그들의 해체 이유. ‘정점일 때 해산하는 게 가장 좋은 타이밍’이 그것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을 실천하면서 그들은 뭇사람의 아쉬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의 퇴장마저 그들의 등장처럼 비범했다. 최정상 인디밴드의 자리를 스스로 반납한 그들은 ‘오래오래 해 먹어요’나 ‘존버(x나게 버티기의 약자
화려하게 부활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중 신작 ‘아워 바디’에 이상스레 자꾸 눈길이 간다. 주인공 자영은 행정고시를 오랜 기간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 지쳐버린 인물이다. 그녀가 조깅을 통해 건강한 육체미를 가꾸는 현주를 알아가게 되고 함께 달리기하면서 생명력을 회복한다는 시놉시스는 청년세대가 퍽 공감할 서사로 읽힌다.건강한 몸에 대한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성실한 이들은 신체단련을 소홀히 하지 않음을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증명한다. 다만 대학생들이 불규칙적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아르바이트 때문
영화 에서 위스키 한 잔, 담배 한 보루 그리고 남자친구를 대신해 집을 포기한 주인공 미소는 말한다.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확고한 취향을 가진 그는 주체적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머무르지 않으려는 그의 주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분명 그 신념을 꺾기 위해 무수한 설득과 회유가 개입되며 아마도 청년의 주거를 안정화하기 위해 공권력이 나설 것이다.주거 빈곤층으로 편입한 청년세대를 위해 정부는 각종 청년주거정책을 시행 중이며 개중에는 필자가 사는 LH 청년전세임대주택이 있다. 이 제도는 청년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목적을 ‘서울 황폐화’라고 규정하면서 혁신도시와 지역 균형발전의 효용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중앙의 자원을 지방에 배분하는 작업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방 토박이뿐 아니라 막 상경에 성공한 뜨내기들도 어리둥절하다.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된 후에도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서울이 황폐해진다는 주장은 기우를 넘어 어폐로 보인다.노무현 정부 당시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의 과오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고 지난 2일 마무리됐다. 하지만 병역 혜택 논란이 점화되면서 대회는 들러리 신세로 전락했다. 이토록 뜨거운 문제였나 싶을 정도다. 언론은 부채질했다. 여론은 요동쳤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역 혜택을 따내는데 모두들 관심 있었다.흥미롭게도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야구와 축구대표팀에 대한 여론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야구 대표팀은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이 대회 기간 내내 지속됐다. 이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여론은 “사실상 병역회피자나 다를 바 없다”며 병역‘특혜’에
최근 SNS에는 ‘#학생이 겪는 코르셋’이라는 말과 함께 10대 여자 청소년들의 탈코르셋 운동이 불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반발해서 나온 움직임이다. 고등학교 1학년생의 한 누리꾼은 “반 친구들이 아침마다 화장을 하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렌즈를 끼고 결막염에 걸려도 렌즈를 한다”고 밝혔다. 13세의 다른 누리꾼은 “요즘엔 학교에서 틴트나 미백 선크림 등 화장을 하지 않으면 찐따 취급을 당한다”며 “빠르면 초등학교 4학년 느려도 6학년쯤엔 다들 화장을 시작한다”고 말했다.요즘 화장은 초등학
판사, 검사, 기자. 세 가지 직업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주관이나 가치관이 업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인은 진실만을 근거로 판단하고 개인적인 주관을 배제한 채 업무에 임한다고는 하지만 근원적인 차원에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당위와 사실은 엄연히 다른 명제이지만, 사실 명제로부터 당위 논리를 추론해내는 게 그들의 일이다. 때문에 사법부, 검찰, 언론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에 크게 좌우된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겠다”, “국민에게 신뢰
3S. 서울대, 서강대, 성균관대. 서울의 재미없는 축제로 유명한 삼대 대학교를 일컫는 말이다. 필자가 1학년 때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우리 학교는 재미없는 축제로 유명했다. 개인주의적인 문화, 협소한 축제 공간, 유명 연예인들의 제한된 섭외 등의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학생회 입장에서는 학우들이 축제를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학생회 차원에서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인기 있는 연예인을 섭외하고, 가요제 등을 통해 학우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려 했으며,
“창업을 해보자. 월급쟁이로선 돈을 벌기 힘들다”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앞둔 친구가 대뜸 술자리에서 말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학교를 다니며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로스쿨을 준비하기엔 돈이 턱없이 부족하더란다. 친구의 부모님은 모아두셨던 돈에서 노후자금을 빼고는 알코올 중독자, 노숙자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다니신다고 한다. 친구의 한숨이 깊어졌다. 부모님께서 학비만 대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부모님의 도움 없이 우리 사회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한국 사회에서 대학생으로서의 삶은 실로 고달파 보
“정의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개헌을 앞당겨야 한다. 지금이 적기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개헌 시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1회 연임제 구상을 제시하며 오는 6월 지방선거와 개헌투표가 동시에 이뤄져야함을 딱 잘라 말했다.개헌에 대한 논의는 헌법의 30년 역사만큼이나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1987년 유신헌법에서 현행 헌법으로 개정된 이래, 현 헌법 체계가 지닌 허점은 끊임없이 우리 사회 폐단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이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당시) 대우 측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더라도 대우차 브랜드를 유지해야한다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브랜드를 유지해야 대우차의 연구개발(R&D) 능력과 해외 마케팅, 네트워크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향우 한국 내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GM이 중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한국은 하청공장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GM은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지만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는 대안을 내놓았다. 대우차와 산업은행 측은 이에 반대했지만, 결국 ‘윗선’에서 압력이 내려와 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