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 워싱턴 대학원을 나왔고, FIFA 부회장을 맡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회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있지요”자기 피알의 시대라고 하지만 초면부터 자기 자랑을 해대는 사람은 정말 별로다. 내가 이미 그의 스펙을 알고 있는 경우는 더 그렇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취재원은 대부분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뉘었다. 나를 자신을 홍보해 줄 수단으로 여기며 할 말만 하는 스타일, 혹은 자신의 관심 분야와 가치관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는 타입이다. 전자는 대부분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마치 다른 사람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은
기자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정면돌파보다 피해가기를 잘하고, 어떤 일에 대해 자기주장을 뚜렷이 펴는 편도 아니었다. 학보사 기자로 일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불의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자상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기자로 활동한 1년여 동안 학내에서 많은 불의를 목격했을 때에도 나서서 입을 열지 못했다. ‘이건 좀 잘못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속으로 삼켜버리고 말았다. 이번 호 특집 설문조사에서 만난 ‘가만히 있는’ 대학생들은 기자 본인의 모습과 다르지
8년째 표류하던 평택 브레인시티 사업이 결국 무산된 모양새다. 기나긴 기다림이 무색하게 끝나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 작은 농촌 마을의 주민들은 아직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토지가 산업 단지로 강제 수용되자 빚더미에 앉았다. 그럼에도 사업을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토지 보상금 수령까지 미루겠다며 버텼다. 이들이 입은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자본금 5억 원짜리 회사가 4조 억 원 규모의 사업을 맡는데 따르는 위험은 없었을까? 애초에 위험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생겼다. “위험성 검토는
학생자치. 신문사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는 아마 나와는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사실 아직도 학생자치를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익숙해졌을 뿐이다. 보도부 기자로서 매주 월요일 중운에 참관하고, 매 학기 한 번 열리는 확운과 전학대회에 참석하면서, 내가 매일 지켜보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학생자치의 일부라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때때로 조금 더 가까이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실망하는 상황을 마주칠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난 11일 열린 인사캠 전학대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날 중운에서는 새로 도입된 의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입안에 맴돌던 무수한 이야기가 어디로 숨어 버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패션 기획이 그랬다. ‘패션’은 필자가 신문사에 들어왔을 때부터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다. 수습 딱지를 갓 떼고 정식 기자로 참여한 첫 기획회의. ‘패스트패션과 슬로우패션’이라는 주제로 자신 있게 2p 기획을 가져갔다. 겁 없는 준정기자의 기획안은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당했다. 거절은 날카롭지 않아 더 슬펐다. ‘나도 네가 좋은데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 당돌한 고백의 결과였다. 그는 재구체화를 하면 생각해보겠다는 고단수의 여지를
나는 구구절절한 사랑 노래가 가끔은 무서웠다.‘사랑해서 미치겠다’거나 ‘지금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랑의 말들에 설레지 않았다. 내가 메마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이 말들이 결코 사랑을 의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스토킹은 우리 곁에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 고려대에서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2개월간 따라다니며 교제를 요구한 스토커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아무런 도움조차 받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이 됐다. 죽은 피해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만 입을 열었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우리 학교에서
“그건 기자가 아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네, 지금”“작은 사건을 너무 오래 다루고 있는 것 같아”지난주 게시판 철거 사건을 취재하면서 유학·문과대 행정실과 학생지원팀에서 들은 말이다. 이번 게시판 철거의 주체인 행정실은 ‘철거 이외의 대안이 있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이상한 생각”이라며 “게시판의 모든 권한은 행정실에 있다”고 답했다. 또 게시판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자 왔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학지팀은 ‘작은’ 사건에 왜 매달리고 있느냐고 반문했다.이 두 마디 말을 통해 학교 본부와 행정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를
후쿠시마 기획은 우연으로 찾아왔다. 지난 11월 말 가족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방사능 및 오염수 유출 얘기가 오갔다. 당시 기자는 후쿠시마 사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기자는 모르는 건 참지 못한다. 내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내가 모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알아야 했다. 그 때부터 이와 관련한 책을 읽고 관련 신문 기사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태는 공부하면 할수록 큰 교훈을 주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를 기사화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광범위한
가끔 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 중 과연 몇 순위의 사람일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세상엔 나보다 예쁜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 날씬한 사람이 너무도 많다. 사실 이건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곳, 성대신문사에서 나는 모든 사람들과 평등해짐을 느낀다. 기자로 활동하면서 나는 누구에게나 ‘질문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한 분야만 공부해 온 전문가에게 마음껏 질문하고 그들과 논쟁할 수 있다. 성대신문 기자라는 이름으로 말이다.어느 순간부터 조류독감에 대한 보도가 매스컴을 가득 채웠다. 매번 스
“음...모르겠는데요.”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영화를 왜 좋아하세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대한 이화시네마떼끄 네 운영위원들의 대답이다. 사실 위 질문은 영화를 좋아해서 모인 자치 공동체 시떼에 취재를 가게 됐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었다. 왜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하고 물으면 꽤나 ‘멋있는’ 이유, 이를테면 영화에는 삶의 철학이 담겨 있으니까요, 화려한 이미지와 액션이 절 소름 끼치게 해요 등의 대답을 기대 한 듯싶다. 하지만 그녀들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당황했다. 왜 이리 어려운 질문을 하느냐고. 사실
지난 8월 21일. 처음 성프란시스 대학(이하 성프란시스)을 찾았다. 서울역 13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걷자 한미실리콘의수족센터 옆에 붙어 있는 작은 간판을 통해 이곳 3층이 성프란시스임을 알 수 있었다. 약속시각보다 일찍 도착한 필자는 10분 정도를 망설였다. 건물 안이 노숙인들로 가득할 생각에 사실은 들어가기 두려웠다.그래도 취재는 해야 하는 법. 마음을 가다듬고 계단을 올랐다. 일반 학교는 아니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대학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 외관을 갖추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곳에서 20명이 넘는 학
필자는 독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책을 펼치면 졸리기 때문이다. 한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기욤 뮈소의 소설에 빠졌을 때가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필자의 평균 독서량은 1년에 한 권도 되지 않는다. 혹자는 이런 필자를 보고 한심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그런 필자가 지난 2주간 책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마지막 전기수로 평생 남에게 책을 읽어주며 살아온 정규헌 선생과 ‘책 읽는 지하철’ 송화준 대표가 그 주인공들이다. 송 대표는 책 읽는 지하철 행사가 없는 날에도 활발히 책모임을 열고 있다. 그들이 지난 세월 읽
필자는 이번 시각 특집에서 욕망이란 주제를 다뤘다. 이를 생각해낸 건 필자를 비롯한 인간에 대한 고찰 아닌 고찰에서 시작됐다. 어린아이와 질풍노도의 십대, 이팔청춘 청년과 백발의 노인. 이들의 공통점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욕망을 집었다. 인간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 것이 욕망이지 않는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인물들뿐 아니라 대중매체 속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인간은 결국 욕망의 파도에 휩쓸린 채 살아가는, 필연적인 혼돈의 존재인 듯싶다. 이처럼 욕망은 비록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
종종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인연이 된다. 때때로 계획해서 했던 그 일보다도 우연히 일어나는 것들이 더 임팩트 있기도 하다. 홍대 문화와 관련된 기사는 필자가 문화부에 들어올 때부터 다뤄보고 싶은 주제였다. 하지만 그 자유롭고 아름다운 문화를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버스킹 문제에 관련해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아, 이거 재밌네, 기획 잡아봐야지’ 하고 준비하던 시점에 플래시몹 행사가 열린 것도 어찌 보면 우연, 그로 인해 좋은 사람을 알게 된 것도 우연. 점점 흥미가 생
Q. 왜 식습관이 불규칙한 걸까요?기상시간 때문에 그냥 배고플 때 먹기 때문에 대충 편의점에서 때우는 경우가 많아서해주는 사람도 없고 혼자 먹기 싫어서관리해 주시는 부모님 없이는 끼니마다 챙겨먹기 쉽지 않아서만들기 귀찮고, 설거지하기 귀찮아서장보고 요리하기 위한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Q. 어제는 뭘 드셨나요?아침 굶음/점심 샌드위치/저녁 라면아침 굶음/점심 컵라면 삼각김밥/저녁 굶음아침카스타드 2개/점심 백반/저녁 술아침 바나나·복숭아/점심 외식/저녁 굶음아침 굶음/점심 커피/저녁 비빔국수아점 빵, 포도 한 송이/저녁 카레아침 굶음/
“당신은 지금 나의 자연입니다.”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너무 낭만적이어서 온 세상의 호랑이가 흐물흐물한 버터로 다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교수님의 한 마디로 취재현장은 고백의 한 장면으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이 멋진 말이 시집이 아닌 과학 연구실 앞에서 나오다니! 그것도 바이러스 취재 도중에 말이다!예상했겠지만 처음 바이러스와 좀비 기획은 영화 ‘월드워Z’를 보고 구상한 것이다. 미적지근한 결말에 대한 개인적인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만났다. 무지한 인문학도는 학술 기사를 쓰기 위해 세포와 미생물의 개념부터 다시
자신의 길에 들어선 것을 아는 자는 두려움이 없다. 무엇을 이루었거나 이루지 못했거나, 몇 걸음 나아갔거나 굳이 셀 필요가 없는 일이다. 갈 만큼 가는 것뿐.? -전경린, 붉은 리본1. 필자의 원전공은 무용학과다. 신문사 생활에서 느낀 저널리즘의 매력을 좀 더 뚜렷하게 파고들고자 신문방송학과 복수 전공을 택했다. 언어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한다는 것은
이 게으른 영혼도 언젠가는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뭘 해먹고 살아갈지가 고민인 와중에 진짜 빌어먹을 인문학으로 먹고사는 사람을 만났다.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었다. 필자도 언젠가는 그걸로 빌어먹고 살고 싶은데, 라는 막연한 낭만이 떠오른다. 그래놓고 정작 노력하는 건 없다. 한 마디로 무위도식하며 살고 있다.필자라고 눈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툴툴
나는 일산에 있는 집에서 통학을 한다. 그래서 평소에 기숙사나 원룸에 사는 것에 대한 로망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집 밖에서의 삶은 어떨까하는 나의 궁금증은 주거 기획으로 이어졌다. 기획 준비 과정에서 접한 대학생의 주거 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고 그 속에서 학우들이 겪는 고충 또한 제각각이었다. 학우들을 만나 얘기하면서 주거환경에 대한 그들의 기대
3년째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매번 과 주점에서 요리하고 술을 마시는 게 전부였을 정도로 축제를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다. 이번 주에 축제 스케치 기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특히 대동제의 프로그램 중 일부는 SBS 희망TV와 함께해 그 어느 때보다 큰 규모로 진행됐기에 설렘을 가지고 축제 현장을 여기저기 누볐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