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에 ‘취화선’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이 조선 후기의 장승업이라는 화가를 소재로 만든 영화인데 칸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인기도 많았습니다.영화에서 장승업이 고주망태가 돼 자다가 깨어 지난밤 취기에 그린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감탄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저는 임권택 감독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감독님은 만취상태에서 영화 찍으세요?” 이런 이야기가 일반 대중에게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걸 보면 미술은 우리 사회에서 무협지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나 봅니다. 타고난 무골(武骨)이 기연(
개인적인 관심으로 어제 중앙도서관에서 조우성 변호사의 특강을 들었다. 조 변호사는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란 책을 쓴 분이고 강연의 주제는 경청이었다. 나는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겠다는 결심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고 둘째, 경청은 말하는 사람에게 신체적, 감정적으로 기울임이라는 것이다. 傾聽의 傾은 기울다라는 의미인데 나는 그것을 엎어져서라고 해석하고 싶다. 말하는 사람에게 엎어져서 그 사람의 관점에서 편파적으로 듣는 것이 경청이다.지난 몇 년간 나의 듣기 기술과 자세는 나아졌는가
작년 여름 폴란드 크라쿠프에 갈 기회가 생겨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야기엘론스키 대학을 방문했다. 1364년 세워진 동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대학에서 수학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학 건물 가운데 하나인 크라쿠프 아카데미는 유럽에서 유명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교정에서는 묵직한 시간의 깊이가 느껴졌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여기로 나를 이끈 한 사람의 시인을 떠올렸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 그녀는 1945~48년까지 이 대학에서 폴란
부모님은 우리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살고 계신다. 이번 일은 부모님이 가까운데 사시는 데도 그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 들어서 어머님께서는 자식들을 볼때마다 몸이 아프다고 힘들어 하면서 언제 집에 찾아올 거냐고 자주 전화하셨는데, 우리는 그런걸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귀찮게 여기면서 어머님이 그저 나이가 많아지시니까, 자식들에게 더 의지하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받아들이고 무심하게 대했던 게 큰 후회로 다가왔다. 지금 되돌아보면서 어머님께서 그동안에 우리가 자주 찾아오길
벌써 만 4년째에 들어서는 본인의 특강 ‘학문하는 자세와 영어로 논문쓰기 전략특강’에서 본인이 빠뜨리지 않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 바로 ‘자생학문에 기반해 지식식민주의에서 벗어나자’다. 이는 특강의 주제로서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의 내 삶을 있게 만든 자그마한 결산의 의미도 담고 있다. 그래서 내겐 이 주제가 너무 귀하고 소중하다. 특히 인문사회 계열의 대학원 측에서 나를 초청해주는 경우 나의 기대는 더욱 크다. 심장이 뛰고, 특강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작은 콘서트의 현장에서처럼, 청중과 영적·학문적으로 교감하는
우리가 살아가고 직면하는 하루하루는, 과거 그 어떤 선배와 선조들에 의해서도 경험된 바 없는 전혀 새로운 순간이며 역사다. 알고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는 날마다 새롭고 생경한 나날이며, 또 우리는 날마다 엄청난 도박에 가까운 선택과 결단들을 내리며 살고 있다. 우리가 맞이하는 나날들은 매우 익숙한 것이며 개미 쳇바퀴 도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은, 오늘이 과거와 같고 미래가 오늘과 같으리라는 엄청난 착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은 1초 전, 그리고 하루 전의 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세계임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리 학교 학우들 중에서 길이 존경받는 정치지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학생들에게 현실 정치는 또 하나의 대학이고, 현재의 정치인, 특히 대통령은 모범 혹은 반면(反面)의 교수다. 좋은 지도자로부터는 그러함을, 좋지 못한 지도자로터는 그렇지 아니함을 배울 수 있다. 요즈음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를 놓고 시국이 어수선한데, 박 대통령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시국 대학의 교수로터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지난 해 말 대통령 선거 당시에 국가정보원장이 직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전자망 문서에 댓글을 달
아래 기사들은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검색한번으로 찾은 기사제목 또는 내용들이다.‘경기불황으로 청년 취업률이 최악’ (2013.03.09. 서울신문)‘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을 기록했던 작년’ (2012.11.30일. 한국일보)‘대졸자 정규직 취업률 사상 `최악'’ (2009.09.20. 연합뉴스)
어진 마음을 갖고(仁), 올바르게 행동하고(義), 타인을 존중하고 반듯하게 처신하며(禮), 사리를 깨치는(智) 것. 이 중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데, 이 4가지 덕목 모두를 몸에 익혀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인재를 길러 내겠다니, 우리 학교는 정말 엄청난 학교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효를 다하는 것이 어질게 행하는 기반이 된다 했다.(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미국 실리콘 밸리는 인텔, 애플, 구글, MS 등 70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대만의 신주과학단지는 TSMC, UMC, 미디어텍 등 400여 개 기업이 밀집돼 있다. 이 기업체들은 근처의 대학과의 긴밀한 산학연 협동으로 유명하다. 대학교수가 기업의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으며, 연구원 인력은 대학에 출강하고 연구를 돕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인적자원
新 신록예찬얼마 전 아이가 갑자기 수술을 하는 바람에 한동안 병실에 갇혀 지낸 적이 있다. 환자들의 우울에 물들어 있다가 오랜만에 교정에 돌아와 보니 어느새 꽃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그 화려한 순간이 지극히 짧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운데 항상 이 꽃비가 내리는 기간에 중간고사가 치러지니 학생들의 고충이 어떠할지 짐작할 만하다. 나의 학창시절도 마찬가지였다. 학
1.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변화 없는 동화된 일상에서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어느 날 밤 늦은 외국 국제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면서 화장실에 들렀을 때 꽃에 붙어 있는 잠자리의 평화스러운 사진 밑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당신의 인생에서 세 가지 결코 취소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말, 시
요즈음 사회 도처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대기업 고위 경영진이 인문학 대학원을 다니는가 하면, 삼성전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본교의 대학원과정에도 인문학 강좌가 배치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인문학 전공자 2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는 단신이 지난주의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혹은 노숙자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여러 집단을 망라하는 인문학아카데미나
개학 첫날 본 '성대신문'의 머리기사는 ‘떠나간 성균인’과 ‘찾아온 성균인’이었다. 그렇다, 정말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모두 ‘성균인’이다. 지난주 강의실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귀여운 신입생들의 모습을 보며 떠올린 것도 이런 생각이었다. 같은 ‘성균인’으로서 함께
여행 좋아하나요?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나요? 모든 여행일정이 전문가에 의해 짜인 패키지여행을 좋아하나요?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 여행일정을 설정하는 배낭여행을 좋아하나요? 패키지여행을 하자니 타율적이라서 맘에 안 드나요? 그렇지만 전문가의 추천이니 필수적인 여행지를 놓치지는 않겠지요. 배낭여행을 하자니 스스로 미지(未知)의 곳에 부딪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뜬 상형 문자로 알려져 있다. 상형에만 너무 매달리면 한자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호오의 감정은 딱히 무엇을 본뜬 글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好) 자를 보면 나는 무릎을 치면서 어떻게 이렇게 기막히게 글자를 만들었을까 감탄하게 된다. 글자는 엄마와 아이 또는 여성과 남성을 나타내는 ?여자 여?자와 ?자식 자?자로 되어있다.어
수학, 통계, 경험적 과학, 컴퓨터 과학, 또는 관리 과학에서, 수학적 최적화는 사용할 수 있는 대안들의 어떠한 집합에서 최상의 원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최적화 문제는 어떤 제약조건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함수의 최대치나 최소치를 구하는 것으로 구성됩니다. 우리 모두가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최적화의 개념을 인식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지금 경영학계와 각 기업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창의력이다. 과거의 생산방식은 각 기능공들이 생산한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짜여있었다. 그러한 생산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기능공이다. 하나의 부품에라도 하자가 있으면 완성품 전체가 불량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공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고전시가 과목을 수강하거나 개론서를 읽을 때면 으레 나오는 말이 있다. 고전시가는 ‘시’이면서 ‘노래’였다는 얘기다. 기억력이 좋다면 ‘시언지 가영언(詩言志 歌永言)’이라는 옛말도 떠오름직하고, 시가를 ‘옛노래’로 적어놓은 몇몇 책의 이름도 생각날 것이다. 이 용어에 따르
가을이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그저 익숙한 표현으로 다가오는 그런 가을이다. 명륜동 캠퍼스를 자주 산책하면서 계절이 지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본다. 지금 금잔디 광장은 진한 녹색으로부터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그러나 이름에 걸맞는 노란색으로 바뀌었고, 그 옆에 외로이 서있는 감나무는 이제는 잎사귀보다 빨간 감이 더 많이 달려있고, 호암관 앞 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