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은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유로운 두 손을 얻었다. 자유로워진 두 손은 도구의 개발을 가능케 했고 원시 공동체 생활로 공동 노동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욕구가 증대되었다. 공동 노동을 하면서 정보를 정교하게 전달해야 할 필요에 의해 표정이나 몸짓, 손짓 등의 수단을 통한 대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는 앞을 잘 볼 수 없는 야간이나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이었다.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통한 대화의 효용이 커지고 구음기관이 발달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말소리를 통한 대화를
상황 하나. 지난해 12월 17일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 이대목동병원 경영진이 머리 숙여 사의를 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해당 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사인이 병원 내 균에 감염 후,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진 5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상황 둘. 지난달 19일 종로구의 한 스튜디오. 이윤택 연극연출가는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연출가와 함께 일했던 연출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추가 피해자가 여럿 등장했고 한 온
‘토쟁이’라는 말이 있다. 토토, 프로토 등 스포츠 도박에 빠진 사람을 속칭하는 은어다. 또래 학우 중 한두 명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풍문으로라도 이 용어를 들어는 봤을 것이다. 지레짐작하는 이유는 대학가에 토쟁이가 실로 많은 까닭이다. 2014년 한국심리학회가 펴낸 한 논문에 따르면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 전체 가입자 중 34%가 20대 대학생이다. 2012년 조사 때보다 3~4배 증가한 수치다. 이 글을 읽는 학우 본인이 토쟁이일 수도 있겠다.토토에 이어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거세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공터라는 것은 주택과 주택들 사이에 있는 버려진 땅이다. 아무런 역사적인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 될 만한 건물이 들어있지 않은 것. 내가 이 가건물에서 산 것 같다. 지난번에도 광화문에 나갔다가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 보고 또 ‘계속 철거되는 가건물 안에서 살아왔구나. 또 헐리겠구나, 또 헐리겠어. 며칠 사이면 또 헐어버리는’ 그런 슬픔을 느꼈다. 그 ‘공터에서’라는 제목은 그런 나의 비애감과 연결이 되어 있는 제목이다.” (2017. 2. 17. 김훈 신작 ‘공터에서’ 출판 기념 SBS 기자간담회 中)오늘날의 한국은 ‘공터’다.
OECD국 중 자살률 1위… 부조리 만연해카뮈 “부조리 직시하며 끝까지 살아가야”한 사회의 절망적 풍경에 대한 섬뜩한 비유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화여대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나서 “한국은 집단 자살 사회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간담회에서 취직과 결혼, 출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에 그는 “결혼 안 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성장률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정이 악화된다”며 “이런 악순환은 집단 자살로 가는 길”이라 말했다고 한다. ‘집단 자살로 가는 길’
정치에는 모기 눈곱만큼도 관심 없던 공대생 친구가 “요즘 정치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연휴 마지막 날 술자리에서의 일이다. 왜 그러느냐 물으니 “탈원전 기조를 공학만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헛웃음부터 나왔지만, 20여 년 우정을 생각해 마음을 헤아려보니 공학으로는 채울 수 없는 이해의 빈틈을 정치로라도 메꿔보고자 하는 시도인가 싶었다. “이 무슨 허망하고 민망한 짓이냐”며 괜히 놀려주려 했지만 친구의 태도가 사뭇 진지해 참았다. 지난 10일 서울대 공과대학(이하 공대) 학생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영화 남한산성(오는 10월 3일 개봉) 예고편에 등장하는 문구다. 영화의 배경은 1636년 병자호란이다. 그해 겨울, 압록강이 얼어붙어 길이 되자 청군(靑軍)이 쳐들어왔다. 그들은 말을 달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한양에 도달했다. 임금의 어가는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신하들은 어명에 따라 종묘의 신주와 사직의 위폐를 떠받들고 산성으로 몰려갔다. 일사천리로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국운(國運)의 고립은 운명이었던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는 동북아의 국제전쟁 시기였다. 일본을 통합한 도요토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지역이기주의 민낯'자연상태' 벗어나는 것이정의로운 사회 이루는 일장애 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제발 아이들 학교 다닐 수 있게 해달라”며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했다. “특수학교는 혐오시설 아니다”며 큰절 올리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높았다. “쇼하지 마라” “쟤 내보내”라는 고성이 오갔다. “왜 굳이 여기에 특수학교를 지으려 하느냐” “장애인들이 왜 이렇게 많냐”는 소리도 들렸다. 지난 5일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 보도 영상은 슬프고 기막혔다. 님비(NIM
과학적 사고란 머릿속 큰 단어에 정교한 가위 들이대는 일오늘날 한국 사회에 거대한 개념들 횡행해… 과학적 사고 절실“구분하는 것이 곧 과학이다.” 교수님께서 science(과학)와 scissors(가위)의 라틴어 어원은 같다는 것을 예로 들며 말씀하셨다. 1학년 1학기 문학입문 수업에서의 일이다. 문학을 배우는 자리에서 무슨 경위로 과학을 논하게 됐는지, 5년이 지난 지금 알코올에 풍화된 필자의 뇌로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교수님께서 science를 인간의 ‘앎’ 또는 전반적인 ‘학문’의 의미로 사용하셨으리라 짐작하고
정돈되지 않은 것에는 누구나 불안 느껴불안에 발버둥치는 것이 곧 정리정돈한 독일인이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러자 지나가던 다른 독일인이 다가와 묻는다. “Alles in Ordnung?(알레스 인 오르트눙?)” 괜찮으냐는 뜻이다. 이 문장은 심오하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모든 것이 정돈 속에 있니?’다. 다듬으면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니?’ 정도다. 이 ‘정돈’을 묻는 말이 독일에서는 ‘괜찮니?’로 쓰인다. 영어의 ‘Are you OK?’와는 질감이 다르다. ‘Are you all right?’과도 결이 다르
문득 처음 신문사에 발걸음을 내딛던 날을 떠올려본다. 기획을 준비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조금은 대단해 보이던 때였다. 학교 곳곳에 놓일 신문 한구석에 이름을 걸고 무엇인가를 써낸다는 일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조금은 뿌듯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내가 쓴 좋은 기사를 통해 학우들에게 사실을 전달하고, 문제점을 개선해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수습 기간을 마치고 기사를 맡아 작성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부끄럽게도 저런 생각은 바쁨 속에 묻혀버리게 됐다. 원고지 8매 분량의 기사 하나를 작성하는데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전에는
필자는 ‘취준생’이며 이번 학기가 흔히 말하는 ‘막학기’다. 취준생으로 살아가며 느낀 것은, 취업을 위해서 갖춰야할 것이 참 많다는 것이다. 높은 학점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 거기에 자격증은 덤이고 학교에서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인턴경력이나 여러 대외활동은 밋밋한 이력서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념과도 같다. 여기저기 올라오는 스펙들을 보고 있자면 내가 열심히 대학생활을 해온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대학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아성찰의 시간이다.자아성찰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