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신문 1714호의 마지막 면을 장식한 기자는 취재 후기를 통해 기자의 역할은 현상을 목격하고 이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성대신문 1714호의 기사들은 수많은 ‘나무’를 목격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며, 독자인 학우들에게 생각할 화두를 던져 ‘숲’을 조망했다. 먼저 2, 3면의 공약 점검 기사들이 그러하다. 우리 학교 자연과학 캠퍼스 학생자치기구들의 공약 이행 현황을 보기 쉽게 색깔별로 정리한 표가 눈에 띈다. 학생자치기구의 공약과 그 이행률을 상세히 짚어봄으로써 학교를 운영하는 학생자치기구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쯤 연구실 창문을 열어두면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나 또한 활력을 얻는다. 이처럼 삶에서 가장 빛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은 한편으로 각자 많은 고민을 안고 있기도 할 것이다. 내가 학부생 당시에 겪었던 고민이 끊임없이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때와 비슷하게 우리 학생들도 취업과 진로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리할 것이다. 수험생에게 수능이 세상 전부로 보이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안고 있는 고민은 너무나도 크고 무겁게 느껴져 가끔 힘에 부칠 때가 있다. 5년
안녕! 나의 소중한 8년 지기 친구 이소야♥우리가 만난 지 벌써 8년이나 되었다니, 정말 시간 빠르다. 처음 다른 친구의 소개로 널 만났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 우린 사물함이 있던 홈베이스에서 처음 만났는데, 네가 그 친구 뒤에서 숨어서 수줍어했던 게 아직도 떠올라. 그때 생각하면 너무 웃겨!! 그러고 나서 3학년 때 같은 반이 된 게 진짜 레전드였지. 너무 신기하잖아, 진짜 운명인가?했어. 처음엔 우리 둘 다 수줍어서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3학년 땐 진짜 베프로서 함께하지 않는 날이 없었던 것 같아! 그
우리의 몸은 해발 8,000미터 이상의 높이에서는 장시간 체류 시 살아남도록 설계되진 않았다. 그런 높이에서는 지표면 공기 중 산소량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산소가 희박하다. 또한 기압이 지표면에 비해 턱없이 낮은 탓에 여름에도 대기권의 열을 쉽게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상상 이상으로 춥고, 바람을 막아 줄 것이 없어 수시로 불어오는 바람 또한 큰 위험이 된다. 만약 이런 곳에서 고립이 된다면 이들 조건 중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생명의 위협을 크게 받을 수 있다. 일단 산소 부족은 심장과 신경 체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추
참 흉흉한 세상이다.눈을 뜨면 사람이 사람을 짓밟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참으로 무기력해진다.서울에 오고 나서 참으로 무기력한 적이 많았다. 자신에 대한 확신도 미래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들지 않았다. 그때 내가 본 서울은 미세먼지가 그득했다. 참 잿빛이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세상은 나에게 참 모질게 굴었다. 그때마다 나는 울컥거리는 상처를 상처로 덧대고, 덧대고, 또 덧댔다. 더는 그곳에서 아무런 감각도 나지 않을 때까지.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깨달았다.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홀로 외롭게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놀라는 조앤 윌리엄스 교수의 모습은 SNS에서 급속도로 화제가 됐다. 그녀는 여성·노동·계급 등의 분야의 권위자이며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 로스쿨의 명예교수직을 맡을 만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우리나라를 향해 격하게 통탄했을까. 그녀는 이어서 말한다.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해당 상황은 7월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K’의 ‘인구대기획-초저출생’ 시리즈 중 한 장면이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
지금은 당신이 죽기 5초 전이다. 서서히 시야가 흐릿해지고 오로지 둔탁한 심장 박동 소리만 당신의 귀를 울린다.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눈앞에는 무엇이 보일까.흔히 인간이 죽음을 앞두게 되면 주마등을 본다고 한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인상 깊던 기억들이 원통형 등(燈)에 그려진 그림처럼 눈앞을 지나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마등은 철저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전개되는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를 통해 우리에게 타인의 주마등을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스스로 죽음이자 파괴자가 되
오늘은 막을 내렸으니, 푹 주무세요.
나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기사를 쓰고 싶었다. 말랑말랑한 문화면이야말로 신문을 열어 본 사람들이 가장 읽고 싶은 지면일 것이라고 생각해 문화부에 지원했다. 이에 한 학기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기사에 담으려 노력했다. 첫 기사인 ‘온라인 선물하기’는 친한 친구의 생일에 선물 대신 보낸 편지에서 시작됐다. 스타벅스 쿠폰이 아닌 더 좋은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 친구는 그에 ‘백 개의 선물보다 훨씬 큰 편지’였다고 답했다. 그 순간 카카오톡에서 무난한 선물을 관례처럼 전송하던
전쟁터에서 싸우는 군인들의 욕망은 단 하나, 푹 자고 싶은 욕망뿐이라고 한다. 그 군인들의 고생이 딱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부럽다. 불쾌하고 번잡한 마음과 근거 없는 생각의 홍수와 깨끗이 결별한 채 그저 수면만을 갈망하는 상태는, 정말 깨끗하고 단순해서 생각만으로도 상쾌해진다. 배불리 먹고 발 뻗고 자는 나는 마음이 번잡해서 온갖 욕망에 시달리고 불안에 떨며 또 하루 살기 위해 고민한다. 왜냐하면… 실존은 본질에 앞서니까.인간에게는 본질이 없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 목적, 기능, 의미 같은 건 없다. 인간은 그냥 존재한다. 존재
(1973)는 파스빈더가 연출한 유일한 SF 영화다. ARD 텔레비전의 의뢰를 받아 제작된 2부작 TV 시리즈였던 터라, 1973년 10월 14일과 16일에 딱 한 차례 방영되고 어디에서도 공식적인 재상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가 온전한 복원판으로 세상에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베를린 영화제 덕분이었다. 파스빈더는 다니엘 F. 갈루예의 SF 소설 (1964)를 뼈대 삼아 의 각색 대본을 완성했다. 원작 소설에
너는 언제나 내 전화를 받았지. 정말 언제나 말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한참 술을 마시는 중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거나 일을 하는 동안에도 너는 내 전화를 거절한 적이 없었어. 내가 혼자서 외로움을 잘 탄다는 걸 알기라도 하듯, 전화를 망설이고 있을 때면 먼저 “지금 전화 걸까?” 하고 물어오기도 했지. 내가 때로는 두 시간 내내 전화만을 연결한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기도 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도 너는 내 용건 없는 전화를 거절하는 법이 없었지.친구들이 내게 수원에 꿀을 발라두기라도 했느냐며 놀렸던 것 기억나? 돈도